F-14A VF-21 Freelancers

1:48 / Hasegawa / 제작기간 : 2004. 11. 5 ~ 2006. 3. 19

이 아래 VF-124 바이센테니얼 마킹의 톰캣 제작기를 쓰면서 맨마지막에 했던 말이 ‘지금 만들고 있는 ‘나의 톰캣’에 공을 들여보겠다’였다. 어찌나 공을 들였는지 제작기간도 햇수로 3년에 이르게 되었는데(^^;;;) 중간의 1년은 타지생활로 모형에 손을 놓았던 점을 생각하면 실제 제작기간은 3~4개월 될까…?

몇번이나 언급했던 바와 같이, 난 이 톰캣이라는 녀석을 그렇게 썩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모형에 관해서도 영 인연이 없었다. 이 카테고리에 올라왔던 기존의 톰캣 3대가 모두 개허접이었던 걸 생각하면 이제서야 비로소 이 F-14 카테고리에 내 자신이 만족할만한 작품을 올리게 된 듯 하여 뿌듯하다.

제작기에 꾸준히 올려왔던 대로 이 녀석은 Aires제 콕피트 세트와 벌린덴 디테일업 세트를 이용하여 좀 ‘공을 많이 들인’ 컨셉이었는데 후반작업에서는 색칠과 웨더링에도 그만큼의 신경을 썼던 것 같다.

벌린덴 디테일업 세트를 이용하여 점검창을 연 모형지의 작품들을 보면서 ‘와, 갖고 싶다…’라고 부러워했는데 이제 나도 점검창을 연 톰캣을 하나 갖게 되었다.

원래는 봄캣사양으로 LGB를 달아주려 했으나 중간에 마음이 바뀌어 사이드와인더와 암람을 각각 4발씩 장비한 완전 함대방공 컨피규레이션으로 꾸며보았다.

피닉스 런처를 달지 않은 톰캣의 기수 하면은 날씬하기 그지 없다. 군살 하나 없는 날렵한 복서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기수 전면의 안티글레어 색칠은 테스터즈 덜코트를 씌운 것이다. 보통 때라면 무광검정을 뿌려놓고도 최종 코팅시에 수퍼클리어 반광을 다 뒤집어 씌웠을텐데 이번에는 이 안티글레어의 덜코트 코팅을 보존한 상태로 수퍼클리어를 뿌려보았다.

외국 모형지의 완성작들을 보면 레이돔은 유광이고 안티글레어는 무광… 이런 식으로 유/무광을 잘 구분해서 최종 코팅을 해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모형 다 만들었다고 긴장 풀고 수퍼클리어 스프레이를 쫘악~ 뿌리지 말고 이렇게 마지막까지 신경을 쓴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V자로 벌어진 공기흡입구의 실루엣 때문에 정면에서 바라본 톰캣의 모습은 잘 단련된 보디빌더를 연상시킨다. 글러브 파일런에 XX자로 달린 사이드와인더 2쌍의 모습도 강인한 싸움꾼의 이미지를 배가시킨다.

에어브레이크는 모두 열어보았다. 어차피 이번 톰캣 제작의 컨셉은 ‘다 열어보자’라는 식이었으니까.

이 각도에서는 널찍한 동체 상판으로 이어지는 기수 뒷덜미(?)의 선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실루엣에서 ‘근육질’의 느낌을 받는 것은 나만이 아닐 테다. 그것이 또 수많은 사람들이 톰캣에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겠고.

벌린덴 수퍼디테일업 세트는 애비오닉스 베이, 기관포 베이, 보딩러더 등으로 구성돼있다. Aires 콕피트 세트와 간섭이 생기는 부분은 기관포 베이인데 가조립을 충분히 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조립해나가야 한다. (말은 쉽다…)

점검창 내부 중 애비오닉스 베이는 징크로메이트 그린으로 칠하게 돼있다. (패널 안쪽 역시 같은 색으로 칠해주어야 한다) 점검창 테두리(프레임)는 흑철색인 듯 하다.

에칭부품에는 메탈프라이머를 발라주는 게 도움이 되며, 이 점검창 부분의 색칠은 기수 조립시 수퍼클리어 코팅까지 완벽하게 끝나있어야 한다. 자칫하다가는 동체 색칠, 웨더링 등의 험난한 과정 속에서 색칠이 벗겨지기 십상이다.

보딩러더는 하세가와 키트에 든 것보다도 훨씬 정밀하다. (…하지만 당연히(?) 만들기는 훨씬 더 어렵다…) 나는 조립을 좀 잘못했는데, 사다리의 첫째 단과 둘째 단은 일직선이 되어야 한다. 나처럼 저렇게 중간에 살짝 꺾이게 만들면 바보~

Aires 콕피트 세트는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정밀하게 만들어져있는데 캐노피 잠금 장치 같은 것이 격벽에 몰드 되어 있다보니 키트 기수부품의 벽면을 얇게 갈아내서 붙여야 한다. Aires 격벽와 기수부품 사이의 틈을 퍼티 등으로 잘 메워주는 것이 관건.

사출좌석을 Aires제로 그대로 쓸까 벌린덴제로 갈아 끼울까 고민하다가 Aires제로 밀고 나간 것은 얼마전 [제작 중입니다]에 썼던 바와 같다. 벌린덴제는 헤드레스트도 날씬하고 시트벨트도 볼륨감 있지만 실제로 톰캣의 사출좌석은 벌린덴제처럼 ‘멋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른쪽 측면(영어로는 starboard라고 한다)의 모습.

주기중 급유구와 애비오닉스 베이 2개로만 이루어져 왼쪽 측면(port라고 한다)보다는 좀 심심한 느낌이다.

IR/TV스캐너 위에 적힌 ‘鬪魂’이라는 한자가 인상적이다. (누가 알아보겠냐마는…) VF-21 프리랜서즈는 항모 인디펜던스 소속으로 일본 아쯔기 기지에 주둔했었단다. (1996년도 고별마킹)

수직미익의 윙팁은 락카로 칠한 것이고 삼각형 표범 그림은 데칼로 처리한 것인데 보시다시피 데칼의 발색이 좀 신통찮다. 이 VF-21 고별마킹은 CAM데칼즈에서도 같은 제품이 나와있는데 그건 괜찮으려나…

하면에는 의도적으로 유화물감 자국을 거의 지우지 않았다. 물론 실기의 웨더링 패턴과는 다르지만, 그보다는 ‘더럽다’라는 느낌을 강조하고자 했다.

무장은 앞서 말한대로 사이드와인더 x4, 암람 x4로 했다. 암람은 이탈레리 유로파이터 타이푼 키트에 든 것을 썼고 사이드와인더는 아카데미 톰캣 키트에 든 것을 썼다. 문제는 사이드와인더 런처인데… 익히 알려진대로 하세가와 키트에는 사이드와인더 런처가 1쌍 밖에 들어있지 않다. 내 경우에는 같이 만드는 B형 톰캣에 신형런처를 다느라 남는 부품으로 해결했다.

이렇게 글로브 파일런에 사이드와인더를 2발씩 단 모습은 실기에서는 굉장히 흔한데 모형으로는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오죽하면 예전 취미가의 유승식, 최형인씨께서 ‘피닉스 없는 톰캣’을 만들자고 하다가 항상 무슨 일이 생겨 실패하곤 했겠는가)

동체 상면 307, 하면 308의 전형적인 미해군기 로-비지 패턴인데 웨더링을 하다보니 색상차가 없어졌다.

웨더링 자체는 최선호님의 1:72 후지미 호넷 기사에 적힌 내용을 많이 따라했다. 특히 패널별로 흰색, 검은색을 섞은 기본색을 곰팡이(?)를 피우는 방법은 최근에 에어브러시 2호를 하나 장만한 덕에 좀 쉽게 따라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선호식 발효과학 웨더링(^^)’을 따라하다가 중간에는 내맘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는데 유화물감 필터링을 복잡하게 시도한 것이 그것이다. 유화물감 로우엄버를 동체에 바른 후 하루 정도 말린 다음에 닦아내지 않고 그 위에 유화물감 블루그레이를 툭툭 치듯이 발라주었다. (붓을 수직으로 세웠을 때 끝단이 평평한 둥근붓을 이용했다) 이렇게 되면 신기하게도 기존의 로우엄버가 블루그레이의 기름기에 반응하면서 요상한(?) 마블링 효과를 일으키는데, 이게 미해군기의 소금기 먹은 효과를 내는 데에 썩 그럴 듯 하다. 내 경우에는 이 효과가 신기해서 개념없이 계속 하다가 지나치게 된 감이 없지 않지만 적당히, 패널별로 접근한다면 꽤 쓸모있는 웨더링 방법이 될 거라는 생각이다.

그 후에 유화물감 웨더링이 된 톰캣을 3~4일간 충분히 말린 후에 에나멜 저먼그레이 먹선자국을 굉장히 많이 남겨주는 것으로 웨더링을 마무리 지었다.

앞서 말한대로, 이제서야 이 F-14 카테고리에 제대로 된 톰캣을 올렸다는 기쁨이 크다. 고수분들이 보시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나로서는 ‘최고의 비행기 키트’라고 일컬어지는 하세가와 1:48 톰캣을 열심히 공들여 정복(?)했다는 기쁨이 크다. 같이 제작하다가 색칠을 남겨두고 잠시 손을 뗀 F-14B 졸리 로저스 봄캣도 조만간 이곳에 올릴 것을 약속드린다. (그 놈은 유화물감 웨더링을 좀 자제하고 깔끔한 컨셉으로 가야겠다)

마지막으로 사진. 내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으면 이렇게 멋지게 나올리가 없고, 사진은 역시 내 동생의 솜씨다. (5천원 주고 시켰음…;;;)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11 comments

  1. 사진이 고급스러운 것이… 적어도 5만원은 주셨어야 할듯하네요~^^;;

  2. 언제 저는 이렇게 만들 수 있을지 한숨이 나오네요. 너무 멋집니다.
    혹시 암람단 톰캣 사진을 구하셨으면 어디서 구하셨는지 여쭈어 봐도 될런지요?

  3. 그렇군요. 기영님 사이트에서 글들을 보긴 했는데 사진은 찾을 수가 없어서 전전긍긍했었는데.. 감사합니다.

  4. VF-21 프리랜서스 마킹을 저도 상당히 좋아합니다. ^^ 바로 이 화려한 마킹을 1/72 스케일로 가지고 있는데 당기는군요. 다 열어놓아서? 더욱 더 멋집니다. 거기에다가 독특한 암람 4발의 하면은 그야말로 충격입니다. 톰캣 언제나 보아도 근사한 기체라고 봅니다. 여기 와서 아주 멋진 봄캣을 보고 가는군요. 아직 공개 안 된 졸리로저스의 B형도 대단할 것 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

  5. http://www.anft.net/f-14/f14-detail-aim120.htm 암람 단 사진(웨폰테스트)은 여기 있구요… 이 페이지의 설명에는 톰캣에는 암람기능이 없다고 나와있습니다만, 예전 정기영님 사이트에서 벌어진 토론에서 톰캣에 분명히 암람을 달 수 있다고 본 기억이 있습니다.

  6. 요즘…돈이 없어서요…^^;;; (다음에는 수고비를 좀 올려줄 생각입니다)

  7. 이 기체는 1996년도의, 오래된 기체라서 암람기능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냥 피닉스 없는 함대방공 무장만으로 꾸며보자는 취지로 그냥 암람으로 밀어부쳐보았습니다. ^^

  8. 제작 된 지 오래된 작품이지만, 웹 상에서 뒤늦게 보게 되었는데, 참 멋지네요. 2년 가까운 시간동안 완성된 작품의 멋진 자태에 박수 보냅니다.

  9. 바로 위에 댓글 달고 보니, 익명으로 뜨네요. 익명으로 댓글 달기가 가능한 게시판을 처음 써 봐서 닉네임 입력하고 한번 더 댓글 답니다. 근래에 타미야나 AMK 에서 1/48 F-14 들이 출시되었지만, 전통(?) 의 하세가와 키트로 만들어진 작품은 키트가 가지는 실루엣의 미묘한 차이로 그 만의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1. F-14 완성작들 코멘트에서 자주 뵙는 스파펜님이시군요. 오래된 완성작인데, 누추한 곳까지 찾아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모형작업 다시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욕적으로 작업했던 흔적입니다. 지금은 하세가와 1/48은 커녕 아카데미 1/72 톰캣 손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랍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그래도 항상 꾸준히 관심 갖고 있고, 언젠간 다시 모형취미에 복귀해야지 하는 마음 간직하고 있습니다.

      계속 1/48 스케일을 고집했더라면 지금도 하세가와 키트를 Best로 쳤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타미야에서 워낙 좋은 키트가 나왔으니까요. 타미야제와 달리, 하세가와 키트는 한 키트 안에서 플랩, 랜딩기어 등 여러 옵션이 다 분할돼있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더) 저렴하긴 한데… 손이 너무 많이 가죠. 원체 부품수가 많은데다 30년 된 키트라서 사출 지느러미(?)고 많고, 저처럼 패널라인 또렷한 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얕아진 패널라인을 되파주는 작업도 필수적이고…

      유려한 실루엣이 주는 우아함이 분명 있기는 한데, 저 위의 모든 drawbacks를 감내하면서 그 우아함을 얻어내려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가 나이가 들고 기력이 쇠해 그런 거겠지요. 옛날엔 이런 작업도 마다 않고 했는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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