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J VF-84 Jolly Rogers

1:48 / Hasegawa / 제작기간 : 2008. 3. 9 ~ 2009. 3. 28

드디어 완성!!

… 이 말에는 단순히 이 팬톰 두 마리를 1년만에 완성시켰다는 의미만 담긴 것이 아니다. 모형만들기를 다시 시작한지 8~9년째인데 그간 비행기 모형의 수퍼베스트셀러인 이 해군형 팬톰을 만들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 이 해골바가지와 붉은악마의 F-4J 두 녀석이 내 생애 최초의 해군형 팬톰 완성작들이라는 그런 거창한 의미가 담겨있다는 거다.

특히나 이 해골바가지 팬톰(VF-84 Jolly Rogers)은 예전부터 정말 만들어보고 싶던 기체였다. ARC의 팬톰 카테고리에서 가장 내 시선을 잡아끌던 기체이기도 했지만, 수년전 (지금은 폐지된) 아카데미 콘테스트에서 변상원님께서(역시 지금은 모형을 안하시는 듯…) 비행기 단품부문에서 높은 성적(최우수상인가…?)을 거둔 작품도 바로 이 하얀 레이돔의 VF-84 였기 때문이다.

지금 발매되고 있는 1:48 하세가와 신금형 F-4J 팬톰 라인업의 주력마킹은 베트남전 미그에이스 랜디 커닝햄의 VF-96 이지만, 플러스 몰드의 패널라인을 가지고 있던 구판의 주력마킹은 바로 이 하얀 레이돔의 VF-84 기체였다고 한다.

VF-84 Jolly Roger 팬톰이라 해도 마킹에는 많은 변화가 있는데, 가장 흔히 보는 것이 수직미익에 해적깃발을 그려놓은 것(주로 F-4B형 등 초기형에 많다)이고 이처럼 수직미익 전체를 검게 칠한 후 그 위에 하얀 해골을 올린 것은 상대적으로 그 수가 적은 것 같다.

수직미익 전체가 검은색인 것들도 대부분이 검은 레이돔의 기체이고(타미야 1:32 제품의 마킹도 그렇고 Yellowhammer제 데칼도 그러하다) 이처럼 하얀 레이돔의 기체는 더 드문 것 같다.

이 하얀 레이돔 Jolly Roger 기체의 인기를 하세가와도 뻔히 알고 있었는지 F-4J 라인업을 신금형으로 업그레이드 한 뒤에도 이 마킹의 한정판을 2~3차례 거듭하여 발매했던 것으로 안다. 한정판이란 것이 대충 3천개 정도를 시중에 푼다고 치면 한 1만개는 족히 팔렸다고 볼 수 있겠지.

지금이야, 하세가와 한정판 키트나 바로 이 기체를 재현한 Hobby Decal의 별매데칼을 구하기 쉽지만, 예전에는 그게 참 힘들었다. 여기에서 공개하는 나의 완성품도 2006년경 구한 신금형 한정판이긴 하지만(2개 구입했었음) 이 한정판을 구하기 전까지는 이 흰 레이돔의 VF-84를 재현하기 위해 별별 별매품을 닥치는대로 사모으며 동분서주 했었다. 레이돔 색깔이 다른 줄도 모르고 Yellowhammer 데칼을 외국의 이상한 웹스토어에서 공수해오기도 하고, 하세가와 한정판보다 더 구하기 어려운 그 옛날의 하세가와 구판을 구해놓기도 하고… (결국 하세가와 한정판의 재발매와 Hobby Decal의 별매데칼 출시로 이 모든 노력은 ‘삽질’이 되어버렸지만…)

본격적으로 제작설명에 들어가본다. 맨 마지막에 색칠하고 세팅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사출좌석 등 콕피트부터 설명하는 게 상례인 것 같다.

사출좌석은 캐나다 어학연수 시절 구입한 KMC(Kendall Model Company)의 해군형 팬톰 사출좌석을 사용했다. (#48-5050 Martin Baker Mk7 Ejection Sear – Navy) KMC는 현재 문을 닫았지만 금형 일부가 스쿼드론 계열의 True Detail사로 넘어가 몇몇 제품이 재발매되고 있다. 1990년대, 벨린덴이나 트루 디테일사가 유명하긴 했지만 이름에 비해 제품수준이 좀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던 데 비해, 이 KMC 제품은 (몇 제품을 사서 써본 경험상) 오늘날의 Black Box(現 Avionix)에 버금가는 풍부하고 놀라운 디테일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의 왼쪽은 키트부품에 Eduard 에치부품을 시트벨트로 바른 것이고, 오른쪽이 이 VF-84에 쓰인 KMC의 사출좌석이다. 같은 부품을 2개 넣어준 것이 아니고 양 좌석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단, 페이스커튼 핸들은 같이 들어있는 구리선 대신 기존 하세가와 키트의 것을 그대로 사용했다.

콕피트 주변의 캐노피 레일도 역시 KMC 제품을 사용했다. (#48-5051 F-4 Phantom Canopy Set) Eduard 에치부품보다 훨씬 더 디테일하고 복잡한 몰드를 자랑한다. 단, 앞쪽 캐노피 프레임의 후사경의 몰드가 반대로 돼있다는 점이 옥의 티.

콕피트 안쪽에는 난생처음 Eduard 칼라에치를 써봤다. (#FE-319) 계기판 등 콕피트 콘솔 위주로 꼭 필요한 부분만 들어 있는 Zoom! 시리즈를 써봤는데, 그전까지는 ‘에이, 아무리 해도 레진제 콕피트의 풍부한 볼륨을 에치제품이 어떻게 따라오겠나’ 싶더니 실제로 Zoom! 시리즈를 써보니 그 편리함과 정밀함에 완벽히 매료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눈 또는 감각이라는 것이 꽤나 간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깨알 같은 콘솔버튼들을 모조리 재현한 레진제품이 있다 해도 그것을 색칠로 완벽히 돋보이게 하지 못할 바에야, 아예 디테일은 다소 편면적이라 하더라도 색이 원래부터 기계로 철저하게 칠해져있는 등 ‘디테일하게 보이는’ 제품이 훨씬 만족도가 높다는 거다. 요컨대 ‘디테일한’ 제품보다는 ‘디테일하게 보이는’ 제품이 더 낫다는 그런 얘기다.

이런 연유로, 앞으로 나는 (하세가와나 타미야식으로) 몰드된 계기판 부품에 정밀한 데칼을 잘 붙이거나, 아예 Zoom! 시리즈와 같은 별매품을 ‘발라버리는’ 식으로 계기판을 처리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게 되었다. 보수파 모델러들이야 이런 나의 변절(?)을 성토할 것이지마는, 내 눈에는 이 방법이 효과도 뛰어나고 시간도 절약되는 좋은 방법이라는 판단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모형계의 실용주의?)

데칼의 경우, 예전부터 많이 언급한 바와 같이 온갖 제품이 다 투입되었다. 어렵사리 구해놨던 하세가와 구판 데칼이나 Yellowhammer 데칼(#YHD48-16), 네이버 비행기모형카페 ‘비행기판금도색부’에서 만난 서영진 회원님께서 주신 레이저커팅된 수직미익 마스킹스티커, Hobbydecal의 #AL48003V1 데칼 등등 온갖 제품이 다 동원됐지만 가장 많이 쓴 것은 역시 한정판(신판) 키트의 오리지널 데칼이었다.

특히나 Hobbydecal의 건식데칼(Dry Transfer)의 경우, 풍부한 스텐실(데이터마킹)과 철저한 고증으로 많은 기대를 했지만, 실제로 붙이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전용도구(Burnisher라고 한다)까지 구입하여 고군분투 했지만 인쇄부분을 모두 긁어붙여야 하는 특성상 습식데칼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렸고, 피막이 약하게 입혀진 부분은 필름 제거시 피막까지 떼어내버리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결국 물에 불려 붙이는 일반적인 습식데칼로 다시 회귀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수직미익의 해골마크는 건식데칼의 혜택을 톡톡히 보았다. 인쇄가 두텁고 필름이 없어 검은색의 밑색을 투과하지 않는 뛰어난 효과를 보여줬다. 양 옆의 AE마크는 저점도 마스킹필름을 사용하여 난생처음 ‘스텐실’이라는 것을 해봤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만족스러웠다.

그 외에도, 안테나를 곤충핀으로 튼튼히 만들어주고, 빨간 투명플라스틱을 수직미익등에 심어준 것, 수평미익의 접착핀을 잘라버리고 사무용 클립으로 튼튼하게 고정(가동식이다!!)시켜준 것 등 다양한 꼼수를 부려보았다. 노즐의 경우에도 별매품은 아니지만 조금 공을 들여 칠해줬다.

기본색은 설명서에 있는 그대로 칠했다. 프리셰이딩 후에 회색을 올렸는데, 이후 웨더링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 필터링을 위해 유화물감을 올리고 며칠 놔두어 적당히 말린 후, 물감을 가장 느리게 용해시키는 붓빨이액으로 유화물감 코팅의 ‘때를 벗겨내듯’ 지워갔다. ‘때를 벗겨낸다’라는 식의 웨더링 기술… MMZone에서 정영철님이 공개하신 ‘헤어스프레이를 이용한 수성웨더링’과 비슷한 원리랄까.

이후에는 아크릴계의 탑코트로 1차 코팅을 마친 후 2차 웨더링에 들어가는데, 오랜만에 파스텔가루를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시도해보았다. 패널별로 파스텔가루를 올려놓고 붓으로 툭툭 쳐가면서 얼룩을 남긴 후, 라이터기름을 묻힌 면봉을 사용해 일정한 방향으로 닦아내는 시도를 해봤는데 이게 썩 좋은 결과를 얻더라는 거다. 사진에서 보는 낡은 패널의 느낌이 나름 잘 나온 것 같다.

파스텔의 경우, 아셈하비 구석에서 잠자고 있던 GSI크레오스의 웨더링 파스텔 세트를 구입하여 써봤는데, 기존에 하던대로 파스텔을 사포에 직접 갈아 가루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입자도 곱고 사용하기에 편해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

이 짧은 기수의 팬톰을 만들기까지 8-9년의 세월이 흘렀던 것이다. 감격스럽다. ㅠㅠ

옥의 티가 있다면 앞쪽 사출좌석의 높이다. 가조립 당시에는 별 문제가 없더니 최종접착시에 격벽 에치부품에 걸렸는지 사출좌석의 높이가 너무 높게 붙었다. ㅠㅠ

무장은 베트남전 공군형 팬톰(C/D형)에서 주로 보이던 LGB 세팅이다. 모형으로 만들어놓고 보니 랜딩기어 덮개가 안 닫히는 문제가 있긴 한데, 실제로는 이런 세팅이 사진상으로 좀 보이길래 그냥 이런 형태로 관철시켰다.

팬톰을 만들때 가장 귀찮은 것 중의 하나가 이 하부의 수많은 데칼들이다. 고증으로 치자면 Hobbydecal의 리서치가 신뢰할만 하지만 건식데칼과 궁합이 안 맞는 개인적 상성을 확인하고 그냥 키트의 기본 데칼 정도로 간단히 처리해주었다. (그래도 많다!!)

웨더링의 경우, 하얀색으로 덮인 이 널찍한 하부의 처리가 좀더 잘 됐는데, 자세한 사진은 다음에 이어지는 VMFA-232 제작기에서 보여드리기로 한다.

자매기(?)인 VMFA-232 기체의 제작기도 다음에 이어진다.

11 comments

  1. 아…졸리 로저스 보고 생각이 난 거라 여기로…^^
    블랙박스도 스쿼드런 휘하라네요.
    그 덕에 절판된 BB 세트들이 트루 디테일 레이블로 슬금슬금 나오는 중…
    무엇보다도 옛날보다도 싼 가격에…^^b

    그리고 드라이 데칼이 좀 오래되면 전사가 까다롭게 되는 것 같긴 하던데…
    그냥 데칼 용지 위에 전사해서 워터 슬라이드 식으로 작업하고
    비밀 용액(?-하비데칼측에 의하면 짬뽕 신너)으로 닦아내는 비법이…ㅋㅋ ^^

    보유품 리뷰를 하자니
    …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이랄까…^^;;;

    이젠 취향도 D.Aungst/최동철류(流)의 개떼 모드라…

    게다가 현용기론 너무 평범한 거라 컬렉션 자체로는 별 의미가 없지 않을지…^^;
    남들에게 있을 만한 거 있고 없을 만한 거라곤…^^;;

    벌려 놓은 것들을 둘러보니 뭐 원흉은…바로 데칼들이더군요…
    그래서 패쑤~ㅋㅋ ^^;;

    난 오히려 현중씨가 일본서 긁어온 런너 더미가 보고 싶다오…^^

    그나저나 아기 태어나면 빨래도 널어줘야 하니…각오하시길…^^;
    언제 시간되면 기영씨한테나 함 놀러가죠…같이…
    아빠 노릇 노하우 약간 전수할 수 있음…ㅋㅋ

    여유 생김 문자 한번 날리셈~017-249-9937

    1. 제 책상 밑의 런너더미도 별 새로운 게 없죠 뭐… F-16, F-104 같은 흔한 제품 중 무장, 노즐 같은 특정부위(?)가 많거든요…

      기영씨 만나지도 오래됐는데, 5월 중에 한번 가시죠. 5월 중에는 좀 시간이 날 것 같네요. (일신상의 작은 변화가 있을 듯…? ^^; )

  2. 2부 단품 대상이었습니다 하하하 제이름을 기억해주시는분이 있다니 신기하네요 ㅎㅎ

    1. 작품이 강렬해서 이름까지 기억했지 싶습니다. 그 이후에 모 동호회 웹사이트에서 본 F/A-18C Chippy-Ho도 상원님 작품이었구요. 기본이 탄탄한 깔끔한 분위기가 눈에 확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요새는 모형 안 만드시는지요?

  3. 네 모형은 안만들어요. ㅠㅠ 흐흐 그때는 20대 초반이고 학생이고 했는데 어느덧 서른이 되서 제 일을 하고 있네요. 흐흐

    1. 여유가 생기시면 다시한번 모형계로 복귀해보시면 어떨까요? 멋진 완성작들 다시 보고 싶습니다.

  4. 흐흐 나중에요 흐흐 지금 제 일도 음악을 만드는 일입니다! 흐흐 네이버에 변상원 치면 나와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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