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J VMFA-232 Red Devils

1:48 / Hasegawa / 제작기간 : 2008. 3. 9 ~ 2009. 3. 28

1974년 일본 이와쿠니 기지에 전개한 미국 해병대 VMFA-232의 F-4J (BuNo. 153818) 기체다. 앞서 소개한 VF-84와 함께 제작한 자매기인 셈이다. (비스마르크와 틸피츠 정도 되려나?)

이 빨간 수직미익을 가진 ‘붉은악마’ VMFA-232 기체는 VF-84와 함께 내게 하나의 ‘목표’와도 같았다. 특히 이 녀석에게는 뚜렷한 롤모델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그 옛날 1990년대초 모형지 ‘취미가’ 제6호의 팬톰 특집에 실렸던 이대영 선생의 작품이었다. (호비스트가 간행한 팬톰 자료집에도 실려있다)

그 작품은 낡은 모노그람 키트를 환골탈태 시킨 역작이었는데, 한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바로 크림색의 레이돔이었다. 빨간색의 강렬한 이미지를 어디선가 김새게 하는 듯한, 유(柔)한 크림색의 레이돔이 썩 기껍지 않았던 것 같다.

대가의 작품에 불경한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 좀 찜찜했지만, 그 뒤로 붉은악마 부대에도 이처럼 하얀 레이돔의 기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마음의 부담감은 봄날 눈녹듯이 사라지고 이 기체 역시 언젠가 만들어보고야 말겠다는 대상으로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참고로, 이대영 선생이 재현했던 크림색 레이돔의 팬톰(BuNo. 155754)은 그 옛날 발매됐던 ESCI 키트나 Microscale Decal의 #48-86 데칼에서 구현되어 있다. 둘다 지금은 구할 길이 없지만, ESCI의 F-4J 키트는 지금 Italeri에서 재발매되어 나오고 있고, Microscale Decal은 eBay에서 가끔 매물로 보이곤 한다. (Microscale Decal #48-86 갖고 있는데…구입하실 분 계시는지…??)

앞서 보여드린 VF-84의 제작방향이 ‘별매품 많이, 색칠은 가급적 심플하게’ 였다면, 이 VMFA-232는 ‘별매품 덜 쓰고 색칠은 좀 하드하게, 인형을 태워서’라고 할 수 있겠다. 기존 제작기에서 간간히 밝혔던 바와 같이 인형은 PJ Production과 코리모형의 미해군 파일럿 인형을 개조하여 사용했다.

역시 호비스트 자료집에 실린, 몸을 콕피트 밖으로 빼고 출격전 약식점검을 하는 후방 화기관제사의 사진을 보고 모티브를 얻어 제작했는데, 격한 포즈라 그런지(?) 후방 화기관제사의 비례가 영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일반인(오덕후의 반대말)인 집사람마저 ‘음, 역시 무릎부터 비례가 이상하네’라며 옥의 티를 지적해버렸으니까… ㅠㅠ

콕피트 주위에는 F-4J/S용 Eduard 일반 에치(#48-118)를 사용. 캐노피 프레임 때문에 사용했는데 VF-84에 쓰인 KMC에 비하면 부족한 면이 눈에 띤다. 나는 정말 오래된 초창기 Eduard 에치를 썼지만 지금 나오는 스테인리스제 에치도 기본설계가 똑같다는 점을 생각하면 F-4 팬톰용 에치로 이제 뭔가 새로운 제품이 나와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파일럿의 헬멧도 부대칼라에 맞춰 빨간색으로 해줬다. 다만, 퍼스널 마킹 같은 게 있지 않을까 해서 전방 파일럿에게는 A자(레터링세트 사용)와 하트 마크를, 후방 관제사에게는 악마의 삼지창(?)을 의미하는 무늬와 WT 문자를 넣어주었다. 스케일이 작은 만큼 옷의 주름은 블렌딩을 가급적 적게 하고 거칠게 넣었다.

주로 사용된 데칼은 2003년 발매된 Superscale사의 #48-871 제품이다. F-4J VMFA-232 기체를 재현한 데칼은 많지만(ESCI 키트, Microscale Decal, Fox One Decal 등등) 내가 알기로 이렇게 수직미익이 빨갛고 레이돔이 흰색인 기체를 재현한 것은 이 데칼이 유일하다. 발매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 구입에 어떠한 머뭇거림도 없었다.

안테나 보강은 곤충핀으로, 수평미익 접착핀은 서류용 클립으로 보강했고 수직미익등을 빨간색 투명플라스틱으로 갈아끼운 것, 붉은악마의 마름모꼴과 WT 문자를 스텐실한 것 등은 모두 VF-84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해병대형 팬톰에서 Zuni 로켓포드를 장착한 것이 간혹 보인다. 하세가와 별매무장세트를 사용했으나, 사이드와인더는 키트의 것을 그대로 이용했다. 가운데에는 통상폭탄을 주렁주렁 달아보았고…

하드웨더링을 계획했지만 결과적으로 말한다면 원래 의도에 한참 못미치게 ‘지저분해졌다.’ 한눈에 보기에도 색이 탁해보인다.

기본적인 웨더링방법은 앞서 설명한 VF-84와 같다. 다만, 마스킹중 뜯겨나간 밑색을 땜빵하고 동시에 패널별 변색효과를 주기 위해 일반 에나멜페인트로 부분부분 덧칠을 했는데 이게 큰 패착이었다. 이 부분의 붓자국이 심해 표면이 울퉁불퉁해지자 최종 웨더링시에 파스텔 가루가 에나멜 표면에 미세하게 달라붙어 검댕이 그 자체로 시커멓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파스텔 웨더링은 제한적으로 시도하고, 또 한번의 에나멜 붓터치로 시커먼 얼룩들을 ‘덮어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워크웨이는 모조리 마스킹하여 처리.

그나마 하면의 유화물감 필터링은 잘 된 편이다. AFV모형에나 적용될법한, ‘때를 벗겨낸 듯’한 웨더링에 크게 만족한다. 이처럼 유화물감 필터링은 페트롤유, 라이터기름, 붓빨이용액, 린시드오일, 테레핀유 등 다양한 용제의 개별 특징들을 잘 활용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 같다.

단, 상기 언급한 용제 중에는 과도하게 사용시 플라스틱을 쪼개버리는 것이 있을 수도 있다. 이는 특정용제가 플라스틱 내의 유화제와 반응하기 때문인데, 주로 유화물감을 바로 녹이는데 쓰이는 페트롤, 린시드, 테레핀유 쪽에서 이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잡기름(?)에 해당하는 라이터기름이나 붓빨이용액은 그런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다양한 컨피규레이션을 자랑하는 팬톰이지만, 이렇게 듀얼런처에 사이드와인더 4발을 달아준 공대공 무장조합이 가장 무난하고 박력있는 듯 하다.

빨간색… 강렬하긴 하지만 쉬 바래는 색 자체의 특성처럼, 절제되지 않으면 어딘가 천해보이는 미묘한 분위기가 있다. (모든 혁명의 색이 빨간색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빨간색을 스페셜칼라로 사용한 VF-101의 F-14B나 싱가폴 블랙나이츠의 F-16이 어딘가 김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꼭 필요한 곳에만 빨간색을 사용하는 이 美해병 제232전투비행대의 절도 있는 컬러링 센스는 오히려 투지를 불러일으키는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힐만 하다.

해골과 악마, 미 해군과 해병대의 비행대 역사에서 영원한 베스트셀러로 남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모형재개 8~9년 동안 여전히 포스팅 수 ‘0’으로 남아있던 F-4 해군/해병대형 카테고리를 채워넣음으로써 관심분야 전 분야의 모형을 최소 한 작품씩 완성시켜봤다는 데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이번 촬영부터는 타미야 미니스튜디오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간 모형 잘 만들어놓고도 사진을 ‘없어 보이게’ 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던 재킷, 와이셔츠, 목욕타올 등등과 이제는 영원히 안녕이다.

6 comments

  1. 그동안 여러 날 밤잠 안자고 매달리더니 과연 결과가 훌륭하군요.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그리고 미니스튜디오에서 찍으니 사진이 더 잘나오네요. 신기허당…

  2. 오호~다짐(?) 대로 3월 내 완성이군요. ^^

    그런데…인형은…
    머, 꼬레 모형(오웃~노! ‘코리’) 조종사 인형 머리가 너무 작은 거라 해둡죠…^^;
    별매품 회사마다 비례가 달라서도 그렇기도 하고…

    개인적으론 일본 회사 비행기 키트에 든 인형들 비례가 좀 들쭉날쭉한 게 아닌가 싶네용.
    웬만하면 머리와 손이 무지막지하게 큰…
    좀 극단적으로 말해서 1/32 어린이 신체 비례랄까…?? ^^;;

    후아~완성작이 부럽네요. ^^

    1. 1:35나 1:72는 어지간해서는 인형들 사이에 크기 차이가 잘 안나는데 유독 1:48 인형크기들만 그렇더라구요. 비행기에 태워야 해서 그런가?

      완성작이 부러우시다니…요즘 많이 바쁘신 것인지요? 저도 집에서 비행기만 만들면서 보냈으면 좋겠는데… ㅠㅠ

  3. 바쁘다기보다는…엉덩이 붙이고 만들 여유가 없네요. 전혀…ㅡㅡ;

    표면상 다음번 세미나에서 발표해야 할 논문 때문에 그런 건데…
    자유주제의 무서움이랄까…아티클 읽고 생각 쥐어짜고…다시 쥐어짜고…

    안 그래도 ‘빙하속(速) 모델러’인데 이래서 어느 세월에 투고나 할지~^^;;

    아…그리고 현중씨가 시도한 자작급 인형 개조는
    아카데미 인형(국내 A사 말고…P사 표준 비례 인형 같은…^^;)으로 해야 하더군요…
    물론 옷을 입혀야 하는 게 난관이긴 하지만…^^;
    인형 자체의 비례가 우선이고 태우건 세우건 그 다음이죠…
    혹시 머리를 1/32로 교체하면 더 그럴 듯할지도..ㅋㅋ

    1. 그렇지않아도 화방에서 파는 P사 인형에 관심이 있었는데… 그냥 있는 인형 갖고 뚝딱뚝딱 하다보니 저런 희한한 비례의 결과가 나와버렸네요 ^^;;; 아무리 바쁘셔도 보유품 리뷰 정도라도 보여주세요! 😀

뽀~* 에 응답 남기기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