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18C VFA-192 수직미익 제작

옆나라 일본 아츠기에는 미 해군비행대가 주둔하고 있는 비행기지가 있다. 그래서 모형강국인 일본은 물론, 옆나라인 우리나라 모형쟁이들에게도 이곳 아츠기 기지의 미 해군비행대들은 관심의 대상이다.

더구나 매년 아츠기 기지 공개 행사 때마다 선보이는 이곳 주둔기들의 스페셜 마킹들은 화려하기로 이름이 높다. 일본색이 물씬 풍기는 섬세한 디자인과 과감한 색깔 선택은 취미 모형인들 뿐만 아니라 모형업체, 별매데칼업체들에게도 항상 좋은 자료원이 되어왔다.

그 중에서도 VFA-192 ‘World Famous Golden Dragons'(부대이름이 참 길다)는 VFA-195 ‘Dambusters’와 더불어 아츠기 기지의 스페셜 마킹을 선도하는 트렌드세터(trendsetter)라고 부를만 하다. 나 역시 짙은 네이비블루(부대칼라)와 금색의 용(부대상징물)을 조합한 그들의 멋진 마킹들을 언젠가는 꼭 한 번 만들어봐야지 벼르고 있던 차였다. (미국에서 돌아와서 착수한 첫 녀석이라는 의미도 있겠다)

이번에 제작할 기체는 1998년의 CAG(대장기) 마킹이다. 일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금색의 용이 수직미익을 힘껏 휘감은 듯한 표현이 마음에 든다.

이 마킹은 워낙 유명해 최근(2007년경)에도 다시 재현된 바 있다. 하지만 단순히 수직미익을 전체 네이비블루로 칠하고 그 위에 용 그림을 그린 것에 불과해 ‘휘감고 있다’라는 느낌이 드는 1998년의 마킹보다는 박력이 떨어진다. (위의 두 사진을 비교해볼 것)

참고로, (주)군사정보가 1999년 발간한 F-14 Tomcat & F/A-18 Hornet 자료집에도 1998년 VFA-192 대장기의 저 스페셜 마킹이 실려있다. (비록 꼬리날개 한 컷이지만…) 이번 제작에도 많은 참고가 되었다.

데칼을 알아보자. 현재 1998년 VFA-192 대장기의 마킹을 재현한 별매데칼은 놀랍게도 단 1종 뿐이다. 즉, 1999년 발매된 이글스트라이크프로덕션즈(Eagle Strike Productions, 현재는 Squadron.com에 합병)의 #48003/72019 ‘F/A-18C Hornets of the Fleet Pt. II’가 유일하다. 최근에 수퍼스케일에서도 비슷한 마킹의 데칼을 발매했으나 이는 위에서 박력이 없다고 소개한 2007년의 마킹으로, 1998년의 마킹과는 다르다.

이 데칼은 당시 신생업체였던 이글스트라이크프로덕션즈가 의욕적으로 발매했던 F/A-18C 호넷 시리즈의 하나였다. (다른 하나는 나도 써본 적 있는 VMFA-232 Red Devils) VFA-192와 VFA-151의 대장기를 합본시켜 놓은 구성인데, 수직미익을 ‘덮어버리게’ 되어 있는 VFA-192의 경우 모노그람용, 하세가와용을 함께 넣어주고 있다. 즉, 스텐실 데칼까지 포함하면 총 3장의 데칼이 들어있는 셈이다. (모노그람 F/A-18C 키트의 수직미익은 하세가와 제품보다 다소 크기가 작다)

별매데칼은 단 1종밖에 없지만, 이번 제작에 쓰일 또다른 비장의 무기(?)가 있다. 바로 이 기체가 공개된 직후에 바로 한정판으로 출시된 하세가와의 PT118 F/A-18C Hornet ‘VFA-192 Golden Dragons’ 키트. 이 키트의 존재 자체를 사실 모르고 있었는데, 2002~2003년 캐나다 어학연수시 밴쿠버 모형점 한 켠에서 잠자고 있던 이 제품을 발견하고서는 그 높은 가격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냉큼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아쉽게도 구할래야 구할 수 없는 물건일테다.

단순히 데칼 하나를 구하기 위해 비싼 한정판 키트를 구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이미 갖고 있던 이글스트라이크 데칼보다 고증이 더 완벽하다는 점에서 만족했다. (밑에 설명할 ‘색감’의 문제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이글스트라이크 데칼과 하세가와 한정판 데칼을 비교해보기로 하자. 비록 둘 다 NF300 기체로 같아 보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두 데칼이 재현하고 있는 기체는 서로 다른 시기, 서로 다른 기체다.

  • 이글스트라이크 (1999년 출시): NF300, 1998년 8월 이후 키티호크 탑재기, BuNo. 164899, 수직미익 러더 앞에 용 발톱 없음
  • 하세가와 (1998.8월 출시): NF300, 1998년 1월 인디펜던스 탑재기, BuNo. 163777, 수직미익 러더 앞에 용 발톱 있음

1998년 아츠기 기지에서는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바로 일본 요코스카항(港)에 주둔하던 미 태평양함대의 항공모함 인디펜던스가 퇴역하고 1998년 8월 키티호크가 배속된 것이다. (항모는 요코스카항에 주둔하고, 항모에 배속된 비행대는 육상의 아츠기 기지에 주둔하는 형식이다) 따라서 1998년 8월을 기점으로 아츠기 기지의 비행대는 소속항모가 인디펜던스에서 키티호크로 바뀌어버렸다. 즉, 하세가와 한정판 키트가 좀더 이전의 기체를 재현한 것이다.

이러한 재현대상의 본질적 차이를 무시하고, 데칼 그 자체만 살펴보더라도 두 데칼은 완벽하지 않다. 둘 다 수직미익을 ‘덮어버리는’ 식으로 데칼을 디자인했지만, 위에서 보듯 이글스트라이크제는 수직미익의 색이, 하세가와제는 용의 색이 틀려있다. 짙은 네이비블루인 수직미익을 이글스트라이크는 검은색으로 뽑아버렸고(…), 확실히 노란색인 용을 하세가와는 형광노랑으로 뽑아버린 것이다.

한편, 러더의 00 숫자는 하세가와제의 도안(폰트)이 맞다. 수직미익 편대등 앞의 VFA-192 표기는 흰색도 있고 노란색도 있으므로 둘 다 맞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두 데칼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섞어써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두 데칼이 재현한 기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완벽히 호환할 수는 없다. 러더 앞의 용 발톱도 그렇고, 수평미익 앞의 항모이름도 그렇고…) 나의 해법은 ‘수직미익 바탕은 색칠(스텐실)하고, 용 그림과 개별요소는 데칼에서 따오자’는 것이다. 전체적인 마킹 기준은 하세가와제가 재현한 1998년 1월의 인디펜던스 탑재기로 가고자 한다.

데칼을 이용한 스텐실을 위해서는 우선 데칼을 복사해야 한다. 각 데칼당 넉넉히 3장 가량 복사해둔다. (이글스트라이크 데칼의 경우, 사진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같이 포함되어 있는 하세가와 키트용 데칼을 복사해야 한다)

완성 후의 사진을 먼저 보여드리는 것은 용의 ‘눈’ 부위를 비교해보시라는 뜻에서다. 실기에서는 용의 눈이 수직미익 충돌방지등에 걸쳐져있어야 하나(디자인한 사람의 유머감각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글스트라이크와 하세가와 모두 그대로 붙일 경우 용의 눈이 키트의 충돌방지등 자리보다 밑으로 쳐지게 디자인되어 있다. (보조 공기흡입구 자리는 그런대로 괜찮다) 이 충돌방지등 자리에는 투명부품을 붙이게 되어 있는데, 데칼을 다 붙인 후에 투명부품을 붙이다 보면 용의 눈 위에 눈이 또 달리게 되는 우스꽝스러운 사태가 벌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약간 도톰하게 돋을새김된 충돌방지등을 수직미익 색칠 전에 갈아내고 구멍을 메워줘야 한다. 그 후, 데칼 작업이 완료된 뒤 용의 눈 자리에 핀바이스로 살짝 구멍을 내주고 투명부품을 끼우면 된다. (사진 상으로는 아직 투명부품을 끼우지 않은 상태다)

이런 것을 미리 알아내기 위해서는 복사한 데칼을 실제로 잘라본 뒤 몇 번이고 수직미익 부품에 대어 가며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조립 단계의 ‘가조립’과 같다고나 할까? 아무리 뛰어난 별매데칼이라도 부품의 오묘한 곡면이나 몰드 등을 완벽히 고려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넓은 면의 데칼작업시 이와 같은 사전작업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복사지는 불투명하기 때문에 부품과 대어보는 일이 불편할 때가 많다. 이번에는 수직미익 부품이 비교적 얇아 스탠드 불빛에 대어가면서 데칼복사본과 비교했지만, 부품이 두꺼울 경우는 마스킹테이프나 기름종이를 이용하면 편할 것 같다.

실제 기체에서는 회색 바탕색 위에 스텐실을 하여 알록달록 칠하겠지만, 이 방법을 모형제작할 때 그대로 쓰는 것은 불편할 때가 있다. 내 경우에도 실제처럼 GSI 라카 307, 308번을 뿌리고 네이비블루를 칠하려다보니 코딱지만큼 남은 로우비지 부분의 마스킹이 의외로 까다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라리 실기와는 정 반대로 네이비블루를 전체적으로 다 뿌려준 뒤, 널찍히 마스킹을 하고 307, 308을 뿌리는 것이 훨씬 편했다. (결국 두 번 칠했다는 얘기…ㅠㅠ)

네이비블루라고 얘기는 했지만, GSI 라카 326번은 미 공군 곡예비행단 썬더버드 색깔이다. 미 해군 곡예비행단 블루엔젤스 색깔은 328번이고, VFA-192도 해군기니까 이 편이 맞지 않을까 싶긴 한데 집에 328번이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그냥 326번을 썼다. (보유 페인트 정리해놓은 엑셀 파일에는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어디 갔지?) 칠해놓고 보니 아무래도 조금 어두워보이는데, 기분 탓인가?

스텐실 작업이 끝났으면 그 다음은 가장 중요한 데칼이식작업이다. 색깔이 정확한 이글스트라이크제에서 용 그림, 테일코드 등을 따온다. 러더를 꺾었으므로 원래 한 덩어리인 용의 팔 부분도 잘라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글스트라이크제는 바탕색이 검은색으로 잘못 칠해져있다. 따라서 검은색 테두리를 가급적 가늘게 남기고 용 그림만 따오도록 정확한 칼질/가위질이 필수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디자인 나이프만 써도 되지만, 시중에 데칼전용 가위가 따로 나와있으므로 테두리는 가위로 오리고 속을 파내는 등 제한적인 부분에만 디자인 나이프를 쓰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데칼잉크는 의외로 섬세해 칼날로 긋다가는 자칫 잉크덩어리가 쪼개져나가기 때문이다.

참고로, 내 작업은 전체적인 기준으로 삼기로 한 1998년 1월 인디펜던스 탑재기와는 고증면에서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해당 기체는 하세가와 데칼이 재현해놓은 것처럼 VFA-192 글자가 용과 같은 노란색이고 러더 앞의 용 발톱도 있어야 하는데, 이것들을 무시한 것이다. VFA-192 글자는 어차피 흰색인 기체도 있는데다 용과 다른 색으로 처리하는 것이 더 좋아 보이기 때문이고, 용 발톱은 이글스트라이크 데칼에 재현되어 있지 않아 따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려낸 데칼을 붙였다. 이글스트라이크 데칼의 검은색 테두리는 아주 가늘게만 남겨두었기 때문에 많이 거슬려보이지 않는다.

가장 힘든 부분은 역시 안테나 페어링 부분의 복잡한 곡면 처리다. 팁이라면 예전 EA-6B VAQ-140 Patriots 만들 때 말씀 드린대로 곡면 아랫쪽으로 칼금을 내어 일단 데칼을 잘 붙인 뒤, 나중에 에나멜 페인트로 살짝살짝 수정하는 방법을 썼다. (곡면 위쪽으로 칼금을 내면 관람자가 대번에 눈치채게 된다)

저먼그레이 에나멜 페인트를 써서 먹선넣기도 가볍게 해줬다. 데칼이 충분히 마른 후 반광코팅을 하고 충돌방지등 투명부품을 붙이면 끝난다.

이 기체의 가장 난관이라 할 수 있는 수직미익의 제작이 끝났다. 다음에는 무장 또는 별매 콕피트 부분을 중점적으로 제작하고자 한다.

7 comments

  1. 오호~벌써 여기까지…
    색감이 좀 진한 것 같긴 한데…
    덕분에 테두리 남긴 게 감쪽 같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것이…
    함 따라해봐야 겠군요…ㅎㅎ ^^

    1.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기와 집사람 일찍 자는 틈을 이용해 조금 달렸습니다. ^^;;

  2. 그런 자에게 신은 OHP 필름을 내리시었고……

    본인과 같은 업자는 이것을 잉크젯에 넣어 무한반복사용을 하고 있다네.

    1. 헛, OHP 필름은 어떻게 사용하는 거죠? 뒤에 접착제가 없어서 마스킹에는 불편하지 않은가요? -_-;;

      그렇잖아도 요새 형님 기사 실린 예전 M2K(…) 잡지를 좀 보고 있는데 A4 복사지 등을 사용한 사무용품 활용 모델링은 그때도 그대로셨던 것 같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He-162 사라만더 모델링…;;; )

    2. 뭐가 있겠어. ohp 필름 위에 데칼을 복사하면 오려붙이지 않고도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며 잉크젯으로 인쇄하면 물티슈로 지워서 재활용이 가능한 것이지.

      A4의 응용? 그걸로 캐노피 광도 내던 시절이 있었는데 뭐.

  3. 가만. 그러고보니 이 부대 최근에 본토로 귀환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수퍼호넷으로 갈아타려고.

    1. 아악…이 녀석마저 일본을 떠나다니…ㅠㅠ 더구나 수퍼호넷이라니!!!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원판호넷 운용하는 부대는 해병대밖에 안 남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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