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09R-2 Rick Dom II 득템!

2009년말 한 줌도 안되는 대한민국 모형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아카데미 1:48 스케일 팬톰 재출시 사건!!! 대한민국 모형인구가 적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으나(…) 모형계 내부에서는 나름대로 중차대한 의미를 갖는 사건이라 하겠다.

그 이전과 그 이후의 세계를 완전히 다르게 구분해버릴 정도로 파급력이 컸던 미국의 911 테러사건만큼, 대한민국 모형계는 아카데미 팬톰 사건 이전과 이후 많은 것이 바뀌어버렸던 것이다. (너무 거창한 게 아니냐 싶을지 몰라도 그 이후부터 mmzone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궁극적으로는 모두 이 사건에서 유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사실 모형인들이 mmzone 게시판에서 가열차게 난상토론을 벌이던 그 와중에도 나는 별 생각 없이 그 게시판에서 발랄하게 놀고 있었다. (물론 샌디에고에서…;;) 과연 아카데미가 발매예고한 1:48 스케일 팬톰이 신금형 제품일지 구금형 제품(30년전 제품의 재출시품)일지 게시판에 내기를 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구금형 제품이라는 쪽에 거의 100% 확신을 갖고 있는 입장이었지만, 애써 신금형 제품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신금형 제품일 경우, 구금형 제품이라고 주장하신 분께 신금형 팬톰을 한 대 선사하겠다!’라고 내기를 걸었다. 이에 강력한 구금형 제품론자이셨던 부산의 조현진님께서는 ‘구금형 제품일 경우, 신금형 제품이라고 주장하신 분께 내가 선물을 하나 하겠다!’라고 화답하셨다.

이렇게 거래(?)는 성립되었고(Deal’s done!), 결과는 이 포스팅의 내용대로다. ^^; (원래 귀국 전에 결정이 나있었으나, 내가 샌디에고에 있던 관계로 배송이 늦어졌다. 서너번씩이나 쪽지를 보내 나의 귀국여부를 확인하고 물건을 보내주려하신 조현진님께 감사드릴 따름이다. ^^;;)

두둥… 보내주신 물건은 바로 MS-09R-2 Rick Dom II !! 건담세계 기본스케일(1:144)의 기본제품군(HGUC)이지만, 릭돔 시리즈의 기본판은 아니고 ‘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에 나오는 라이트그린 버전이다. 개인적으로 돔 시리즈는 흑철색, 보라색의 기본배색으로 익숙해져있는데, 이렇게 라이트그린 버전을 보니 신선한 감이 든다.

(사진출처: Project MSV)

릭돔은 아니고, 돔에 얽힌 개인적인 추억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25년전,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새 동네에 전학와서 친구들이 얼마 없었던지라 내 생일을 맞아 학교 친구들을 잔뜩 불렀는데, 다들 생일잔치에서 신나게 먹을 생각만 했는지 한 놈도 선물을 안 사들고 온 거였다.

기분이 찜찜하던 차에 뒤늦게 내 짝(이자 우리 반 반장이었던) 김 모양이 에이스과학에서 나온 ‘YMS-09 Prototype Dom’을 사들고 생일잔치에 나타났다. 얼굴도 예쁘고 매사에 똑 부러지던 그 김 모양! 그 김 모양을 은근히 좋아하던 나는 그 때 정말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다!!

대학생 때였나 한창 유행하던 초등학교 동창 찾기 사이트를 통해 김 모양을 다시 만난 적이 있었는데, (S대 ‘농대생’이 되어있었다 ;;;) 그 때 얘기를 하니 전혀 기억을 못 하더군. 뭐, 하긴… 식사 후에 담배를 피우던 김 모양의 모습에서 ‘추억은 추억일 뿐’이라는 현실적인 생각이 더 굳어지기도 했지만. (흥, 아마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랬겠지!)

어쨌거나 당시에 에이스과학이 상자그림까지 그대로 카피했던 제품은 당연히 일본 반다이의 위 제품이었다. 앞서 말한 옛 추억은 물론, 로봇 자체의 글래머러스한 조형적 매력이 함께 어우러지며 기동전사 건담에 등장하는 수많은 주/조연 로봇들 중에서도 돔이라는 기체는 나에게도 깊은 호감을 남기게 되었다.

어쨌거나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상자를 열어보자. 밀리터리 모형의 단색 사출물과는 다른, 색상별로 사출된 예쁜(!!) 플라스틱 사출물이 3봉지 들어있다.

소싯적에 ‘취미가’에서 학습한 바에 따르면, 이렇게 하나의 사출물 안에서 구획별로 색을 다르게 사출하는 것을 시스템 인젝션이라고 했던 것 같다. (더 발전된 기술로는 한 부품 안에서 색을 다르게 입히는 시스템 인서트라는 것이 있는데, 비용의 문제 등으로 현재는 시스템 인서트를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쨌거나 오른쪽에서 보이듯 투명부품까지 한 사출물 내에서 찍어버린 기술에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이러한 고도의 사출기술과는 정 반대로 마킹만큼은 스티커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게 귀여워보일(?) 정도.

건담류에 칠할 수 있는 화사한 페인트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과연 이 릭돔을 어떻게 해석해낼 수 있을런지?! GSI라카 307, 308번으로 깔아버릴까?

내기에서 이긴 꼴이 되어 이렇게 선물을 받긴 했지만, 나 역시 보답으로 (내기 결과와는 상관없이) 선물을 보내드리려 한다. 조현진님 블로그를 통해서 보면 여러가지 가리지 않고 만드시는 것 같던데, 과연 어떤 비행기가 어울릴런지 조금 고민이다. 너무 시간 끌지 말고 괜찮은 아이템을 골라 부산까지 보내드려야겠다.

모형이라는 게 본질적으로 ‘혼자 노는 취미’인지라 외곬수에 빠지기 쉬운데, 이러한 모형인들간의 작은 이벤트로 생각지도 않던 득템도 하고 교류도 넓히는 것이 모형을 즐기는 또다른 방법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시한번 이 자리를 빌어 조현진님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_^

2 comments

  1. 잘 받으셨군요
    저두 신금형을 바랬었습니다만.. ^^;
    그러고 깔창은 새거니 그냥 쓰시면 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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