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F Harrier GR.7 ‘Operation Telic’

1:48 / Hasegawa / 제작기간 : 2010. 6. 6 ~ 2010. 10. 11

영국공군(RAF; Royal Air Force) 소속의 해리어 Gr.7을 만들기로 결심한 것은, 작은 덩치에 무장을 주렁주렁 단 ‘옹골찬’ 기체를 만들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해리어들은 날개에 파일런이 3개 뿐이지만, 영국공군의 해리어 Gr.7은 4개인데다가 비교적 중무장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번 제작에도 본보기가 된 제작예가 있었다. 바로 2005년, HyperScale에 투고된 Piero De Santis씨의 영국공군 해리어 Gr.7이다. 이 양반은 위 완성작 외에도 영국공군 해리어 시리즈를 연작으로 발표했는데, 모두가 하나 같이 걸작들이다. 이러한 멋진 작품들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지만, 적어도 제작기간 내내 동기부여를 받기에는 충분했다.

키트는 2007년에 나온 하세가와 #09764 Harrier Gr Mk.7 ‘Operation Telic’을 그대로 사용했다. 텔릭 작전이란, 2003년도에 있었던 이라크 공격작전의 영국측 명칭이라는데, 키트에는 이 작전에 참여한 유명한 샤크마우스 기체 2종(ZG859/91, ZG479/69)과 일반 위장무늬 기체(ZG504/75) 등 3종의 데칼 옵션이 제공된다. 내 경우에는 샤크마우스 기체 2종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 일반 기체(ZG504/75)로 제작.

이 ZG504/75 기체는 비록 샤크마우스나 색다른 노즈아트는 없지만, 기수 오른쪽에 있는 이 폭탄투하 미션 마킹이 나름대로 실전적인 멋을 내주는 것 같다.

콕피트는 키트의 것을 그대로 썼다. (계기판도 모두 데칼 처리) 다만, 사출좌석만큼은 키트의 것이 완전한 엉터리여서 별매품을 사용했다. (Aires의 #4419 MB Mk.12) 데칼 남는 것들을 뒤져 사출좌석 헤드레스트 옆에도 마킹을 적당히 붙여줬다.

인형은 몇 번 소개해드린대로 벨기에 PJ Production#481115 영국공군 조종사 별매품을 사용했다. 웹사이트에는 1980~1990년대 기체에 사용하라고 적혀있어, 텔릭작전(2003년) 조종사로 써도 되나 좀 찜찜했는데, 이 때 아니면 언제 또 써보겠냐 싶어 그냥 썼다.

해리어 키트에서 가장 재현하기 곤란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이 캐노피 폭파선일 것이다. 키트에 든 데칼도 그런대로 쓸만하고 포토에치 별매품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나는 예전부터 갖고 있던 미국 Orion Models의 #OMV48003 제품을 썼다. 이 제품은 레이저 커팅된 비닐스티커류의 아이디어 상품이라 할 수 있는데, 사용할 때 조심해야 하기는 하지만 포토에치나 데칼보다는 효과가 조금 더 좋은 것 같다. 이후에 캐노피를 퓨처로 코팅해버리면 완벽하다.

하세가와의 영국공군 해리어 키트에는 항상 75% LERX만 들어있지만, 대다수의 기체가 100% LERX를 쓰고 있어 추가지출이 발생한다. 미군 해리어 키트를 1대 더 사는 방법도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레진제 별매품을 사용했다. (영국 Alley Cat사의 #AC48002C Harrier 100% LERX for Hasegawa / Revell Kits)

참고로, 75%건 100%건 별도부품으로 되어있는 LERX를 붙인 뒤에는 약간의 패널라인 수정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인터넷에 많은 참고자료가 있지만 굳이 그런 걸 찾아보지 않더라도 키트 설명서 색칠참고도에 있는 도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선을 메우고 어느 선을 그어야 할지 알게 된다. (이렇게 불친절한 제작기가 있나…)

그 외에도 얕은 패널라인와 리벳자국 모두를 스크라이버와 0.3mm 드릴을 이용해 더 깊게 파주었다. 밑에도 언급하겠지만, 원래부터 라카에 비해 안료가 굵은 에나멜(Xtracolor)을 써서 색칠을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리스크라이빙 작업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여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취미가’의 영향으로 re-engraving이라는 용어가 많이 쓰이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영어권 국가 문서를 보면 re-engraving이라는 ‘묵직한’ 용어보다는 re-scribing이라는 ‘가벼운’ 용어가 일반적이다. (물론, 이것들은 모두 (+) 패널라인을 (-) 패널라인으로 ‘되파는’ 작업에 대한 용어이며, 이번처럼 원래 (-) 패널라인 키트를 더 깊게 파는 작업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기수 주위에 렌즈, 안테나 등이 몰려있다. 렌즈는 키트의 투명부품을 최대한 조심스레 사용했고, 안테나류는 기부에 곤충핀을 박거나 아예 안테나 부품 자체를 곤충핀으로 교체하여 강도를 확보해줬다. 요새는 이렇게 자잘한 부품에도 심을 박는 ‘티 안 나는 작업’에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다. (아무래도 아기 때문에 색칠작업을 최대한 늦추며 모형을 즐기다보니 이런 ‘공예’스러운 작업에 힘을 더 쏟게 되는 것 같다)

왼쪽부터 영국 Flightpath사의 BL.755 클러스터 폭탄, 동사의 RAF Paveway II (CPU-123B) 레이저 유도폭탄, 키트에 든 AIM-9L의 순이다. BL.755와 RAF Paveway II는 미군처럼 단색이 아니라 구역별로 색이 달라 은근히 마스킹이 복잡하고 귀찮았다. (물론 그러한 ‘알록달록함’이 이 영국공군 폭탄의 매력이겠지만…) 미군과 달리 색 자체에 대한 정보도 의외로 적고, 기껏 색을 파악하더라도 모형용 페인트로 없는 게 많아 골치 좀 아팠다. 폭탄류의 데칼은 갖고 있는 데칼들에서 적절히 유용해 붙였다.

건포드의 가스배출구는 핀바이스로 구멍을 뚫고 디자인 나이프로 슬릿(구멍)을 정형해준 뒤, 안쪽에서 에폭시 퍼티를 덮어 모양을 확실하게 잡아준 것. 키트의 원래 부품은 이 가스배출구 몰드가 어정쩡하게 돼있다.

스나이퍼 XR 포드의 등장으로 이제는 약간 ‘한물 간’ 것으로 취급되긴 하지만, TIALD 포드는 해리어 Gr.7에서는 빠질 수 없는 장비다. 1:48 스케일 모형으로는 영국 Flightpath, 이탈리아 AMRAAM Line 등 2개사의 제품이 있지만, 둘 다 A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내가 입수한) Flightpath사 제품은 동사의 다른 제품들과 달리 유독 떨어지는 품질을 보여주어 실망스러웠다. 캐스팅 상태도 좋지 못하고 포드 단면이 타원이기까지 해서 헤드 부분만 따다 쓰고 포드 본체는 지름 6.4mm 짜리 플라스틱봉으로 자작해줬다.

TIALD 포드 어댑터 역시 1mm 플라스틱판 2장을 겹쳐 자작해준 것. 자작이 거의 끝날 때쯤 울프팩 디자인과 미국 Shull24에서 스나이퍼 XR 키트가 나오면서 이 어댑터를 출시해서 조금 김빠지는 경험도 겪었다.

노즐은 체코 Aires#4469 Harrier Gr.5/7 Exhaust Nozzles 제품을 사용했다. 파팅라인이 없고 얇아 키트 부품을 쓰는 것보다 만족도는 높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웨더링을 붓질로만 끝내버렸다. 별매품에 맞는 합당한 대접을 못해주었다는 미안한 마음이 약간 든다.

노즈기어, 랜딩기어, 보조기어 등은 모두 화이트메탈로 된 미국 Scale Aircraft Conversions#48025 제품을 사용.

많이 알려진 바대로 하세가와 해리어 키트의 설명서는 색 지정에 오류가 있다. 그래서 나 역시 참고자료를 뒤져가며 영국에서 Xtracolor 에나멜을 공수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일단, 상면은 BS381C/638로, Xtracolor 에나멜 X4를 쓰고, 하면 BS381C/629는 X36을 쓰면 되긴 하는데…

하세가와 키트 설명서는, 상면은 C331(BS381C/638)로 맞게 지정하고 있으나 하면을 C335(BS381C/637)로 지정하고 있어 욕을 먹고 있는 것인데… 실제로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는 영국제 Xtracolor 에나멜을 칠해본 결과, 색감 측면에서 C335와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하세가와가 리서치를 잘못 해서 하면색 지정을 잘못 해놓은 것이 아니라, (협력사인 GSI 라카에 해당색(BS381C/629)이 없으니) 가장 근접한 C335를 ‘일부러’ 지정해놓은 게 아닐까? 공교롭게도 C335도 같은 BS381C 특색이어서 욕을 먹곤 있지만, 하세가와가 그런 초보적인 실수를 했을 것 같진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 난 하세가와빠였어

어쨌거나, 라카만 쓰던 사람이 에나멜을 쓰면 항상 당황하게 되는데, 이번 Xtracolor는 그게 더 심했다. 에어브러싱 하는 데에 별 문제는 없었지만, 처음 뿌린 후에도 완전히 송진 발라놓은 것처럼 번들번들거리는지라 내가 뭘 잘못한 게 아닌가 싶었다. 인터넷상의 제작기들을 뒤져 Xtracolor 에나멜로 색칠하는 중간과정 사진들을 찾아보고 다들 나처럼 유광표면을 얻는구나 확인하고는 마음을 놓았다.

즉, 이 Xtracolor 에나멜은 데칼작업을 위한 추가적인 유광코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한 유광표면을 만들어내는 페인트였던 거다. 한참 말린 뒤에는 에나멜 시너에 녹지 않아 에나멜 먹선넣기도 가능했다. (단, 완벽히 마를 때까지는 유광표면에 먼지가 붙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후에 데칼 작업, 에나멜 먹선넣기를 한 후 덜코트를 에어브러싱 하여 무광마감을 했다. 무장접착, 수직미익 결합에 이어 캐노피와 각종 투명부품을 세팅하면 모든 게 끝난다. 힘이 빠져서 이번에 웨더링은 생략이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집사람이 ‘웨더링은 안 해?’라고 물어보길래 쇼크 먹긴 했다 ^^)

집사람과 오복이가 친정에 가서 하루 자고 오는 틈을 타 부랴부랴 사진을 찍었다. (그 때문인지 사진 화질이 영…) 모형 만들기야 짬 나는대로 매일 조금식 깨작대면 된다지만, 에어브러싱이나 사진촬영, 완성작 포스팅은 이렇게 3~4시간 통으로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하루 날 잡아 하지 않으면 어렵다.

올해의 완성작은 이로써 사실상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다. 다음에 뭘 만들지 구상하면서 (난 이 구상단계가 제일 행복하더라) 올해도 즐겁게 마무리해야겠다. 해리어의 여세를 몰아 ‘경전투기’라는 컨셉트로 추진하려던 F-20 제작의욕이 확 꺾였으니, 다음에는 전혀 다른 걸 만들어봐야겠다. ‘큰 놈’, ‘쎈 놈’ 하나 생각 중인 게 있다. 흐흐~

8 comments

  1. 오호~간만에 오니 간만의 완성작이…^^
    확실히 멋지긴 이쪽이 더 멋지군요…
    그러고보니 요즘 미군은 어느쪽이든 간단한 무장만 다는 듯하네요…
    유도병기 하나에 공대공 한 두 발…이런 식…

    1. 앗…드디어 댓글을 남겨주셨군요. 완성작 올린지 꽤 됐는데 댓글 안 달아주셔서 삐쳐있던 중입니다….는 농담이고(^^) 공부가 바쁘신가 했죠. 뭐니뭐니해도 본업이 우선입니다.

      얼마전부터 새 비행기를 잡았는데요, 조만간 진척상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2. 멋진 작품 구경 잘 하고 갑니다. ^^;; 저도 Piero De Santis 라는 분의 작품은 항상 보고 있었는데… 윤현중님의 작품도 그에 못지 않은 것 같네요.

    1. 헉, 과찬이십니다. 그냥 어설픈 웨더링 없이 깔끔하게만 칠하고 덜코트로 코팅해서 그렇게 보이나봐요. 앞으로는 덜코트만 써야겠어요 ^^;;;

  3. 저번주에 영국해리어가 퇴역하면서 라스트플라이트 기념마킹을 했더군요. 이것도 아마 키트나 별매가 나올 것 같습니다.

    1. 쿵… 해리어가 퇴역했나요???? 아니, 다른 기종도 아니고 영국공군의 아이콘인데….-_- 제가 실기정보와 뉴스에 무지하다보니 이런 황당한 일도 생기네요.

      그렇지 않아도 요새 이런쪽에 갈증을 느껴서 영국 Combat Aircraft Monthly나 미국 Military Aircraft Monthly 같은 화보집 성격의 군용기 잡지를 구독해볼까 하고 있어요. 연초에 시사주간지 같은 거 1년간 구독신청해서 받아보는데, 올해는 아무래도 군용기 잡지를 신청해야겠네요. -_-;;

  4. 군병력 감축 때문에 예정보다 일찍 퇴역한다고 하네요… GR.9 도입된게 불과 몇년 전 같은데 벌써 퇴역한다니 의외입니다. 🙂

    1. 그러게요… 저도 이제 GR.9 키트가 많이 나오겠군 싶었는데 나오자마자 퇴역이라뇨 -_-; 역시 동북아를 제외하면 유럽쪽은 군축이 대세인 것 같네요. 이런 뉴스로도 실감을 하게 됩니다.

박용진 에 응답 남기기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