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fale M standard F2 제작기 01

이번 추석은 근래에 드물었던 5일 연휴였지만, 휴일이 길어지면 그만큼 가족과 함께 해야 하는 일도 많아지기에 평소 주말과 다름없이 작업대에 앉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나마도 애엄마가 처형과 나들이 가느라 하루를 비워주었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 좋은 날씨에 모형은 손도 못 댔을지도 모른다. (뭔가 앞뒤가 뒤바뀐 느낌이긴 한데…;;;)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미 완성한 F-14B의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포스팅해야겠지만, 매번 완성작 사진을 찍을 때마다 하던 배경지와 조명 세팅이 갑자기 귀찮아졌다. 타미야 미니스튜디오싸구려 집게조명을 쓰고 있는데, 이걸 꺼내서 세팅하는 게 은근히 스트레스인지라 사용하기에 좀더 간편하고 튼튼한 제품(라이트텐트스탠드조명)을 충동구매해버렸다. 연휴기간 중 주문했으니, 연휴 끝나고 나서야 집에 배송되어 오지 않을까?

어쨌거나, 이런 연유로 완성작 포스팅을 잠깐 건너뛰고… 그동안 손가락 빨고 있을 수는 없으니 새 비행기를 하나 잡았다. 남들 다 만드는 F-14를 만들면서 너무 힘을 많이 뺀지라, 이번에 후보작을 선정하는 데는 (1) 남들이 좀처럼 만들지 않은 기종일 것, (2) 만드는 데 너무 고생스럽지 않을 것, (3) 위장무늬가 없을 것, (4) 한두달, 길어야 두세달 안에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준을 세워 보았다.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결정된 것은 바로 1/72 라팔 M.

주된 키트는 1/72 하비보스 제품을 이용하기로 했다. 전폭(wingspan)이 실제보다 짧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치수가 정확하다는 이탈레리 1/72 키트를 패널라인 다 파가면서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그냥 쓰기로 했다. 단, 해군형인 M형은 국내에 품절이라 영국 Hannants에서 조달했다.

별매품으로는 Model Alliance Decals 별매데칼(#MA-72169 World Air Power Update No.2)과 Eduard 페인트마스크(CX256)을 사용하고, 최신형인 F2/F3 형식을 위하여 Olimp Models#ORA72-08 세트도 동원하기로 했다.

Olimp Models Group은 최근에 의욕적으로 별매데칼(Authentic Decals)과 레진 별매품(Olimp Resin Accessories)을 발매하고 있다. 아이템 선정도 괜찮고 1/72 스케일로도 많은 제품을 내놓고 있어 관심이 가는 업체지만, 데칼은 뻣뻣하고 레진은 캐스팅 상태가 좋지 않아 아쉽다. (신생 동유럽메이커의 특징?) 이번에 쓴 제품은 리비아 공습에서 사용된 최신형 라팔(공대지 기능이 통합된 F2, 대함 및 정찰포드 운용기능이 통합된 F3)을 재현하기 위한 업데이트 세트로서, 다음과 같은 업데이트 부품이 들어있다.

  • 30mm 기관포 벌지(bulge)를 재현한 이음매 없는 공기흡입구(Seamless intake)
  • 애프터버너를 재현한 얇은 노즐
  • 수정된 레이돔
  • 전방광학장비(OSF)
  • 꼬리부분의 EO 디코이
  • 탑승용 사다리
  • Damocles 다목적 포드 x 1, AASM x 4 (파일런 포함)

이 중, 세계 최초로 실용화된 수직타격폭탄이라고 하는 AASM(Armement Air-Sol Modulaire = Air-to-Ground Modular Weapon)은 1세트에 4발만 들어있지만, ‘주렁주렁’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따라 6발을 달기 위해 2세트를 사용했다.

공기흡입구는 보조흡입구(맞나?)가 열려있고 덕트가 재현되어 있는데, 한쪽은 타원이고 한쪽은 정원(正圓)이라 두 부품이 자연스레 이어지지 않는다. 부품이 2개로 분할된 것도 마뜩찮은데 결합상태가 이래서야 어디 Seamless intake라고 할 수 있을지… 제대로 만들었다면 1/72 유일의 제품으로 존재가치가 있었을텐데 말이다. (참고로, 1/48에서는 DMold Modelworks에서 괜찮은 제품이 나온 게 있다)

결국, ‘부담없이 만들자’던 처음의 다짐을 잊은 채 ‘내가 직접 라팔의 1/72 Seamless intake를 만들어보겠다!’라고 나섰는데… 플라스틱 페이퍼를 말고 오리고… 몇 시간 동안 낑낑대다가 결국 포기. 내부에 레진 세트의 팬(Fan)을 붙여주고 흰색을 칠하는 정도로 끝냈다. 이렇게 용두사미로 끝날 일이었으면 그렇게 개고생을 하지도 않았을 텐데. (덤으로, 레진제 Seamless intake 원형사의 고충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오른쪽에 장착된 GIAT 30mm 기관포는 레진부품의 몰드와 똑같이 가공해주었다. 하비보스의 원래 부품은 저 부분이 통째로 벌지(bulge)로 되어있다. 전동공구에 가는 드릴날을 물려 저속으로 돌리면서 움푹 패인 ‘길’을 내주었고, 플라스틱을 가공해 기관포 덮개(?)를 만들어주었다. (전투상태일 때는 이 기관포 덮개를 떼어낼 것 같은데, 그런 사진은 본 적이 없다)

노즈콘에는 낚시할 때 쓰는 총알형 싱커를 넣고 에폭시 퍼티로 메워주었다. 자리가 좁아 3/16온즈(약 5.3g)짜리 1개만 넣고 말았는데, 괜찮을런지 모르겠다.

카나드는 원래 한 부품으로 연결되어 동체 상하판 접착시에 끼워넣게 되어있는데, 나중에 찔러넣을 수 있도록 사진처럼 플라스틱 파이프를 가공해서 삽입용 구멍을 만들어주었다.

하비보스 1/72 라팔 M키트는 황당하게도 전방광학장비(OSF; Optronique secteur frontal = Front-sector optronics)가 재현되어 있지 않다. 해군형인 라팔 M은 최초 도입된 F1(공대공 전용) 형식에서 이 OSF가 탑재되지 않았는데, 이 때문인 것 같다. 그런가 하면, F2 이후에 도입된 채프 발사기는 동체에 또 제대로 몰드되어 있고… 결국 하비보스 1/72 라팔 M 키트는 F1도, F2도 아닌 어중간한 형태를 재현한 셈이다.

어쨌거나 Olimp Models 제품은 이 OSF 부품을 제공하고 있다. 아마도 (이 부품이 제대로 들어가있는) 하비보스 1/72 라팔 B형 키트의 부품을 그대로 복제한 것일텐데, 캐스팅 상태가 썩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약간의 가공이 필요하다.

콕피트의 콘솔과 계기판은 간편하게 데칼로 처리했다.

하비보스 키트의 레이돔은 돌기(이름이 뭐지?)가 4개만 재현돼있다. 레진 부품을 그대로 쓰기보다는 이를 참고해서 원래 키트 부품에 6개의 돌기를 새로 심어주었다. 돌기들이 붙는 각도가 다르기 때문에 12시 방향, 6시 방향 돌기만 추가해주면 안 되고, 6개를 모두 새로 심어줘야 한다. 패널라인을 긋고 그 위에 0.3mm 플라스틱봉을 올린 다음, 무수지접착제를 살짝 흘려주면 된다.

노즐은 레진 부품이 훨씬 더 얇고 정밀하지만 역시 캐스팅 상태가 좋지 못해 원래 부품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맹구처럼 생긴 애프터버너 부품만 별매품을 사용했다. 에치로 재현된 플레임 홀더(Flame holer)는 귀찮다고 붙이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아쉽다.

최근(드디어?) 실전에 데뷔한 다모클레스 다목적 포드도 레진 부품으로 들어있다. 그러나 역시 캐스팅 상태가…ㅠㅠ 원형도 좋고 (비록 (+)몰드이긴 하나) 패널라인도 섬세히 재현되어 있는데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캐스팅 상태가 안쓰러울 뿐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눈에 띄는 패널라인 위주로 리스크라이빙을 해준 다음, 800번과 1200번 사포로 표면을 고르게 정리해주는 정도로 타협을 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더 괜찮아보이는 L’ArsenalAC-72-22 제품을 사보고 싶지만, 또 돈을 들이긴 어려우니…

실제 운용사례를 감안할 때, 사실 이 포드는 굳이 달지 않아도 된다. AASM은 (초기 유도가 필요하긴 하지만) Fire-and-forget을 지원하기 때문에 발사 후 모기(母機)의 유도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비아 공습시 별도의 조준포드 없이 AASM만을 장착하고 비행하는 라팔의 사진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게 만 하루간의 작업일지다. 지금까지 속도로 봐서는 최소한 ‘한두달 안에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준은 충족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레진과 에치로 된 AASM 폭탄 제작은 착수하지도 않았고, 처음에는 괜찮아보였던 키트의 패널라인도 지금 보니 좀더 깊게 파줘야겠다는 생각마저 드는 마당에 과연 원래 생각대로 끝낼 수 있을지…

4 comments

  1. 사진전(?) 기대되는군요 ^^ 근데 질문 한가지.. 프로펠러기는 안 만드시나요?

    1. 생각해보니 프롭기를 만들 걸 그랬네요. 1/72로 전향하면서 프롭기를 다 처분한지라 갖고 있는 프롭기가 몇대 없긴 한데… 라팔 다음에는 품질 좋은 아카데미제 프롭기 한 대 만들어 올려보겠습니다.

  2. 이탈레리 키트와는 비교불가네요. 약간의 오류가 있다고 해도 베이스로 잘 선택하셨다고 생각합니다.

    기관포의 경우 평소에는 공기역학적 특성 개선을 위해서 커버를 붙이고 있는데 기관포가 필요하면 그냥 그대로 쏘면 탄이 뚫고 나간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라팔 A를 한개 만들어보려 합니다.
    슬슬 아이템 선택에서 맛이 가버린 것 같아요. ^^;;

    1. 기관포 발사할 때 페어링을 그냥 파괴하고 쏜다니…유려한 라팔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무식한(!) 방법이네요. 어째 좀…;;;

      양산형이 아닌 라팔A형을 만드신다는 말이지요? 그게 요새 나오는 양산형 B/C/M형보다 좀 크다던가, 작다던가…그렇더라구요. 1/48 스케일 한창 할 때 라팔도 전 바리에이션을 다 만들어보고 싶어 엘레르 A형을 구해볼까 하면서 이것저것 찾아봤거든요. 에어쇼 데몬스트레이션 도장이 예쁘고 미국제 엔진을 단 모습이 특이한데, 완성작 볼 수 있게 되길 바라겠습니다.

뉴포트 에 응답 남기기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