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4B VF-103 ‘Jolly Rogers’

1:72 / Hasegawa / 제작기간 : 2013. 4. 24 ~ 2013.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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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F-14B VF-103 ‘Jolly Rogers’ (2006년 제작)

근 5개월 동안 붙들고 있던 하세가와 1/72 F-14B를 드디어 완성했다. 그간 만들었던 F-14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후회없는) 완성작이다. 스케일이 작아서 공을 들여도 제작시간이 그리 늘어지지 않았다. (1/48이었으면 어휴…) 이런 점에서도 1/72의 장점이 있다 하겠다.

사용된 키트와 별매품은 다음과 같다. 스케일은 모두 1/72다.

1/72 비행기 하나 만드는데 뭐 이리 별매품을 많이 썼나 싶다. 1/72에서는 쉽게쉽게 가자고 생각했는데 막상 새 프로젝트에 착수하면 이 제품 저 제품을 사용해보고 싶어 그런 것 같다. 1/72 스케일 별매품은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 쉬 사모으게 되는 측면도 있고.

캐노피와 주날개, 수평꼬리날개는 탈착이 가능하도록 접착시키지 않았다.

하세가와 1/72 F-14 신금형 키트가 발매된지도 20년이 훨씬 넘었다. 1988년에 발매되었으니 ‘4반세기’라는 거창한 표현이 어울릴 법 하다. 그간 많은 경쟁키트들이 있었지만, 정확한 자세(프로포션), 탁월한 고증성, 멋진 마킹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하세가와 키트를 뛰어넘는 1/72 F-14 키트는 아직까지 없었다. 흐려진 패널라인을 하나하나 되파주면서 욕을 입에 달고 지냈지만, 완성 후의 느낌은 다른 키트와 비교할 수 없을 것 같다. 다시는 하세가와 1/72 F-14를 안 만들겠다고 다짐했으면서, 최근에도 eBay, 일본 야후옥션 등을 통해 같은 키트를 몇 대 더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기수는 비행기의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곳이다. 흐릿해진 패널라인을 되파주고, 접합상태가 불량한 조각부품(삼각형 기관포 가스배출구)은 플라스틱판과 퍼티로 깔끔하게 정리해주었다. 하세가와 키트의 장점인 촘촘한 리벳자국도 늘상 하던대로 0.3mm 핀바이스 드릴로 다시 뚫어주었다.

탑승용 발판, 탑승용 사다리와 그릴형 기관포 가스배출구(탑승용 사다리 왼쪽)는 DreamModel의 #DM0540 포토에치 제품을 사용했다. Hobby Boss 키트용이긴 하지만, 하세가와 키트용인 #DM0504보다 더 정확하기 때문에 굳이 사용해봤다. (약간의 가공은 필요하다) 피토관과 AOA베인은 HobbyDecal의 F-14 피토관 세트를 사용.

증설된 ECM안테나들은 모두 마스킹하고 동체 기본색칠 단계에서 GSI크레오스 라카 H318(레이돔)을 뿌려주었다. 색칠 다 끝난 후 노란색 에나멜 페인트로 붓질하던 것보다 훨씬 깔끔해보인다.

1/72로 전향한 이후 Aires 콕피트는 처음 써본다. 이제는 이러한 자잘자잘한 디테일에 얽매이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그래도 F-14인데…’ 하면서 별매 콕피트 세트를 써보았다. 예의 그 환상적인 디테일은 1/72에서도 다를 바 없으나, 거기 미치지 못하는 내 붓놀림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세가와 키트에 든 계기판 데칼을 붙여 ‘눈속임’을 시도했다.

캐노피는 Eduard 마스크 #CX031을 사용하여 캐노피 실링을 재현해주었다. 크기가 딱 들어맞아 기분좋게 작업할 수 있었다. 후사경과 캐노피 내부 레일 등은 키트의 기본 에치부품을 그대로 썼다.

F-14의 공기흡입구 내부를 처음으로 마스킹하여 칠해보았다. (사실 이번 제작에서 가장 첫 단계가 이 공기흡입구 내부의 색칠이었다) 그간 ‘보이지 않는다’라고 생각하여 무시했던 부분인데, 만들어놓고 보니 의외로 눈에 띄는 곳인지라 이번에는 정석대로 칠했다.

하세가와 키트가 뛰어난 점은 공기흡입구에도 있다. 내부 램프(Ramp)가 재현되었을 뿐만 아니라, 공기흡입구 부품의 두께가 매우 얇다. 입체감과 실감을 동시에 만족시키고 있다.

정면에서 바라본 비례 또한 하세가와 키트가 탁월한 점이다. 가장 최근에 발매된 Hobby Boss 키트는 이 점에서 완전히 실격이다.

주날개 수납부(윙 글러브; Wing Glove)에 장착된 작은 날개(윙 글러브 베인; Wing Glove Vanes)은 A형 초기에 잠깐 사용되다 폐지된 것이 맞다. B형 이후 이 부분이 완전히 메워진 것도 맞는데… 실제로는 ‘메워진 상태’라는 것이 원래 자리를 용접하여 메운 것이기 때문에, 원래의 패널라인이 지워진 것이 아니라 옅어진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이 자리의 패널라인을 싹 지워버리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

AIM-54 피닉스 미사일은 한때 세계 최강의 공대공미사일로 불렸으나, 냉전의 종식과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추억의 무기’가 된 것 같다. 그래도 F-14의 ‘이빨’로서, AIM-54를 포기할 모델러가 있을까?

하세가와 무장세트의 부품을 기본으로, 최신형에서는 보이지 않는 4개의 사각돌기를 지워주고 Revell 1/72 F-14D 키트에 든 ‘AIM-54C’ 데칼을 붙여주었다. 당초에는 미사일 모듈 주위의 리벳까지 재현하고 있는 Microscale #72-248 F-14 Tomcat Data 데칼을 사용하려 했으나, 이 데칼은 A형의 초기도장을 재현하고 있어 이번에는 쓰지 않았다.

이런저런 자료들에 따르면, 1/72 스케일에서 ‘AIM-54C’라고 인쇄된 데칼은 Revell 1/72 F-14D 키트 데칼이 유일하다. 즉, 미사일 하나를 위해서 Revell 키트 하나를 투입하였으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해도 할말이 없는 셈이다.

아시다시피, 이 VF-103 마킹은 이미 2006년에 1/48 스케일로 만든 적이 있다. 이 마킹은 흑백의 단순한 배색이 차분해보이면서도, 수직꼬리날개 안쪽의 AA글자가 대형이고 그해 최우수부대에 수여하는 ‘MUTHA’ 수상 마킹이 기입되어 있는 등, 시각적으로 안정적인 느낌을 주어 많은 VF-103 졸리 로저스 마킹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킹이다. 시기를 따져보자면 1997년 9월 미해군 오시아나 비행기지(NAS Oceana)에서 열린 에어쇼에서 아주 잠깐 공개되었던 마킹이라고 한다. 하세가와 1/48 #09335 한정판 키트가 이때 찍은 사진을 상자그림으로 쓰고 있다.

1/48 스케일에서는 이 마킹을 구하기가 너무나 어렵지만(하세가와 #09335 한정판 키트에서만 재현), 1/72 스케일에서는 최근에 나온 #00938 키트가 크리스마스 특별 마킹과 함께 이 마킹을 넣어주고 있어 비교적 구하기 쉬운 편이다.

이번에는 CAG기인 AA103 기체를 재현해보았다. x00번대 기체가 CAG기를 맡는 다른 부대와 달리, VF-103은 부대 번호와 맞게 103번 기체가 CAG기를 맡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기체번호(BuNo.)는 162913이다. ‘F-14B TARPS/UPGRADE’로 적혀있기 때문에 LANTIRN 포드 대신 TARPS 포드를 달아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했는데, 이 162913 기체는 TARPS 기체라고 따로 기록도 안 되어있고, ‘Upgrade’ 기체는 둘 다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해서 눈 딱 감고 이번에도 봄캣 무장을 달아보았다.

B형 이후 톰캣의 가장 큰 시각적 특징인 F110-GE-400 엔진은 키트의 부품을 그대로 썼지만, 민짜인 노즐 내부는 자작해주었다. 노즐판 사이의 검은색은 Fightertown Decals #FTD72-004에 든 데칼로 처리했다. 이런 건 깔끔하게 붓질하기가 어렵고 귀찮아서…

노즐 기부(基部)도 원래는 별다른 디테일이 없기 때문에, 키트 부품에 새겨진 리벳자국들은 모두 지우고 은색의 링과 그 주위의 은색 리벳을 새로 새겨주어야 한다.

에어브레이크는 다 열어보았는데, 덕분에 마지막까지 조금 귀찮았다. 열지 않아도 멋진 기체니까 앞으로는 열지 않아야겠다. 잔여연료배출구에 구멍을 뚫어준 것도 나름 디테일업이라면 디테일업이다.

일반적인 H307(상면), H308(하면) 배색과 다르게, 이 기체는 H337(상면), H307(하면)의 배색을 사용해 더 어둡다. 스케일이 작아 더 어두워보이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항상 좋은 정보를 제공하시는 이석주님의 제작기를 보고 유화물감 로우엄버로 필터링한 뒤, 스폰지에 흰색 유화물감을 묻혀 툭툭 찍어주는 방식으로 톤을 좀 많이 죽여줬다.

각 단계마다 반광택 수퍼클리어로 코팅을 했는데, 이렇게 매 단계마다 표면을 고르게 잡아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지 처음 알게 되었다. 유화물감도 고르게 퍼지고, 데칼의 실버링도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스파인(Spine)의 GPS돔을 자작하고 주익수납부의 디테일을 살려준 것이 동체 상면의 유일한 디테일업이다.

후회 없이 만든 톰캣이지만, 주날개 가동부의 웨더링(겨드랑이 털?)을 표현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굳이 이 자국을 재현하지 않은 완성작도 많이 봤고, 빨리 완성시켜 버렸으면 하는 마음도 컸기 때문이다.

무장은 2006년에 만든 전작(前作)과 동일하게 했다. 많은 모델러들이 선호하는 컨피규레이션이 아닐까 싶다.

실기사진을 보면 연료탱크의 스트라이프는 끝이 이어져있지 않다. 실제로 하세가와 데칼이 짧기도 해서 굳이 끝단을 맞출 생각은 하지 않았다.

AIM-7과 AIM-54는 이중노즐을 만들어주었다.

GBU-24는 유도폭탄 중에서 제일 잘 생긴(?) 것 같다. 최신형인 B형을 만든다고 동체색깔을 H307로 칠했는데, 다음에는 올리브드라브 단색인 GBU-24A로 만들어봐야겠다. 아참, 많은 분들이 유도키트 본체를 구리색으로 칠하는 것을 생략하시는데, 조금만 시간을 들여 이 부분을 칠해보시길 권한다. 의외로 시각적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워낙 유명하고, 워낙 많은 사람들이 만드는 기체이고 마킹이다. 2006년 이후 7년만에 다시 만들면서 그간 느껴왔던 아쉬움을 많이 해소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다음에 톰캣을 다시 잡는다면 그때는 조금 쉽게 가고 싶은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새로 도입한 촬영장비를 소개한다. 그간 완성작 촬영 때마다 세팅하기 번거로웠던 타미야 미니스튜디오를 버리고, 간편한 라이트텐트를 구입했다. 접혀있는 흰색판 3개를 세워 벨크로로 고정시키면 끝나는, 아주 간편한 제품이다. 사이즈는 40cm x 40cm x 40cm로, 1/72 비행기 촬영에는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흐늘흐늘거리는 데다 코드도 짧아 이래저래 애를 먹이던 조명도, 나름 모양을 갖춘 제품을 구입해보았다. 정식 스트로보 조명보다는 못하겠지만, 여전히 iPhone 4S로 사진을 찍는 내게는 이 정도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8 comments

  1. 오 마치 실물을 보는 듯! 수고하셨어요. 멋진 작품입니다!

    1. 감사합니다. 실물을 보는듯…이라는 표현은 과찬이시구요…^^ 여름 나느라 힘들었는데 이제야 이렇게 마무리 짓게 되어 마음 편하더라구요.

  2. 월말 일 마무리하고 간만에 들어왔는데 멋진 완성작이 올라와 있네요.
    색감도 다채롭고 디테일들도 섬세하게 잘 살리신 것이 좀처럼 72 스케일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의 완성도네요. 정말 하세가와 톰캣의 200%를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

    1. 이번 톰캣 색칠에는 석주님의 트럼페터 F-14D 웨더링 튜토리얼이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꼼꼼하고 informative한 포스팅, 항상 즐겁게 보고 있어 감사드리구요…^^

      그런데, 아무리 해도 석주님의 F-14D처럼 ‘푸른빛이 싹 가신’ 낡은 회색으로는 안되더라구요. 스케일이 작아서 그런 건지, 제가 필터링을 조금 소심하게 적용해서 그런지 계속 어둡고 푸른빛이 도네요. 다음번에는 설명서의 지정색 무시하고 아예 밝은색으로 칠해야할까봐요.

  3. 오 멋진 작품입니다.
    부분부분 꼼꼼한 색칠로 포인트도 잘 살리셨고,
    색칠과 웨더링 등에서 전체적인 분위기도 아주 좋습니다. ^^

    1. 댓글 감사합니다. 스케일이 작으니 색칠이 쉽게 끝나서 예전 같으면 붓질로 했을 부분색칠도 괜히 마스킹해서 에어브러싱하고 그렇게 되더라구요. 역시 색칠의 왕도는 라카 에어브러싱인 것 같네요. ㅡㅡ;;

      아무래도 패널라인 되파준 게 효과가 큰 것 같은데, 지금 만들고 있는 라팔도 패널라인을 죄다 다시 파주지 않을까 조금씩 걱정이 되고 있어요. (누가 나 좀 말려줬으면!) 하비보스 라팔은 레벨 1/48 키트를 카피한 거라서 패널라인 자체는 빽빽하지만, 중국제 키트가 다 그렇듯 좀 두루뭉술합니다. 이거 가만 못 놔두고 다시 파기 시작하면 그것도 나름 ‘병’이 아닐까요? ㅡㅡ;;

  4. 병이라니요… 절대 아닙니다. ㅋㅋㅋ
    패널라인은 저도 다시 파주는 편이라 오히려 부추길겁니다. ^^;;;

    제가 생각하기에도 비행기모형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작은 부품도 마스킹 후에 칠하는 게 답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귀찮아서 붓으로 할 때가 많네요. ^^;

  5. 안녕하세요^^ 블로그에서 작품 잘 보았습니다. 혹시 제작 의뢰나 만드신 작품 중에 판매 의사는 있는지요? 초면에 이런 부탁을 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제 연락처는 010-2080-5694입니다

박용진 에 응답 남기기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