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f 109F-4 ‘Gelbe 14’

Bf 109F-4 ‘Gelbe 14’, flown by Hans Joachim Marseille
1:48 / Hasegawa

비행기 단품만을 만들다 보면 가끔 ‘디오라마’라는 영역에 유혹을 느낄 때가 있다. 이 Bf 109의 제작도 이 ‘디오라마’에의 유혹 때문에 손을 대게 된 것이다. (비행기 디오라마라고 하면 지상에서 주기한 상태의 모습이 대부분이라 조금 식상한 면도 없진 않겠지만 그래도 나같은 초보에게는 그러한 기초적인 디오라마라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기종은 ‘당연히’ 루프트바페의 날개 Bf 109였고 도색은 역시 ‘당연히’ 모틀링이 없는(^^;;;;) 북아프리카의 사막위장으로 결정됐는데 생각이 여기까지 오게 되면 선택은 하나로 집중된다 – 한스 요하힘 마르세이유. 마침 Aires와 국내 레전드에서 마르세이유의 50킬 페인팅 인형이 나와있었고, 시의적절하게 이 작품을 구상하던 무렵에 이글스트라이크에서 마르세이유 데칼마저 발매되었다.

키트는 Bf 109F형이면 되는데(물론 메이커는 두말할 것도 없이 하세가와로 결정됐다) 한 10년전(?)쯤에 한정판으로 발매된 마르세이유 탑승기체는 당연히 구할 수 없었고 F형마저도 구하기가 좀 곤란했다. 그나마 구하기 쉬운게 비교적 최근에 한정발매되었던 ‘F-4 Trop 북아프리카’ 제품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이걸 구한 것이지, 마르세이유의 Trop형을 떠올리면서 일부러 구한 것은 아니었다. 별매데칼도 있는데 뭐하러 굳이 키트까지 사막형을 고집해야 한담?

앞의 사진에는 나와있지 않았지만 이번 제작에는 Aires의 Bf 109F형 콕피트도 사용되었다. 개인적으로 Cutting Edge 콕피트 세트에 너무 반해있어서인지 Aires 콕피트 세트에는 별 매력을 못 느끼는데(양감이 부족하다) F형 콕피트를 재현한 제품은 이 Aires 것이 유일한 것 같다. 깨알만한 에칭을 끙끙거리며 붙이는 건 솔직히 내 성격상 하지 못할 일이긴 한데(…) 외도 삼아 1대 만들고 끝낼 프롭기인데 잘 만들어야지…하는 생각에 성질 죽여가며 작업했다. (그러나 지금은 Bf 109의 매력에 빠져있어서 다시는 프롭기 안 만들겠다는 다짐은 철회한지 오래다)

독일공군기 내부색이 RLM66이라던가? 코딱지만한 부분 칠하자고 락카 사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갖고 있던 락카로 내부를 칠해줬다. 아마 H333이던가…버캐니어 동체색 칠할 때 쓰던 그 색이었을 거다. 락카도색 위에 유화필터링과 에나멜 저먼그레이 블렌딩, 약간의 드라이브러싱 등으로 내부를 표현해줬다.

그래도 포토에칭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계기판 때문이다. 아무리 몰드가 좋은 플라스틱, 레진계기판이라도 필름을 뒤에서 대도록 되어있는 이 포토에칭만의 표현력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콕피트를 동체 속에 심어놓고 테스터즈 덜코트를 한 번 뿌려 광택을 죽여주었다. 3분할된 캐노피에서 열린 상태의 중간캐노피를 고정시켜주는 와이어를 런너 늘인 것으로 재현해준 것도 성질 죽여가며 작업한 흔적이다.

도색은 모두 군제락카를 써서 50기 격추 당시의 도색을 재현했고 데칼은 이글스트라이크 Marseille, A Star in Afrika를 사용했다. 데칼은 철십자 페인트가 벗겨진 것까지 재현되어 있어 기분좋게 사용할 수 있다. 예전 하세가와의 마르세이유 한정판 키트에 든 데칼도 이 벗겨진 표현이 되어있었다는 걸 보면 굳이 칭찬해줘야 할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또 칭찬 안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웨더링은 유화 로우엄버 필터링과 에나멜 저먼그레이 먹선 겸 블렌딩, 파스텔 문지르기(??) 등의 기법을 써먹었는데 벌써부터 이 웨더링 패턴이 내 모형생활에서 하나의 클리셰(cliche)가 되는 게 아닌지 쬐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캐노피의 마스킹은 프롭기 제작에서 꽤 짜증나는 일인 것 같다. 그래도 Bf 109처럼 프레임이 직선이고 숫자도 많지 않으면 괜찮은 편이긴 하지… 주의할 것은 외부프레임 도색만 열심히 하고 내부프레임에 신경을 안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외부, 내부 모두 마스킹 하여 2번 도색을 해줄 수도 있지만 내 경우에는 1. 외부 마스킹만 한 뒤 → 2. 내부프레임색으로 도색 → 3. 그 위에 (비로소) 외부프레임색 도색…의 순서대로 하고 있다. (프롭기뿐만 아니라 요즘은 제트기도 캐노피를 이렇게 칠한다)

이렇게 칠하면 내부프레임마저 외부프레임색으로 보여 촌스러워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잘 만든 비행기의 캐노피 내부프레임이 밝은색의 동체색으로 칠해져 무게감을 떨어뜨리는 일을 종종 겪었기 때문에… 물론 이번처럼 캐노피를 연 상태에서는 색칠이 안된 캐노피 내측이 훤히 드러나보여 난감(…)하다는 단점도 있긴 하다. 아무리 내부프레임색을 입히더라도 캐노피 내측 자체가 도색이 안 된 것을 커버하기는 부족한 것 같다.

시트벨트는 Aires 콕피트 세트에 든 포토에칭 부품으로서, 버클 등의 디테일은 출중하나 Cutting Edge 콕피트 세트 팬인 나로서는 양감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 그리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금속과 천이라는 두 재질 사이의 극복할 수 없는 재질감을 최소화시켜주기 위하여 벨트의 천 부분을 가급적 밝은색(타미야 에나멜 버프였던가?)으로 도색을 하고 벨트가 닿는 시트 주위에 검은색으로 그림자를 넣고 블렌딩해주어 부실한 양감을 키워주는데 신경을 썼다. 물론, 이에 앞서 포토에칭 시트벨트를 롱노우즈 플라이어 등으로 보기좋게 구부려주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 이때에도 중력과 자중, 동체의 기울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잘’ 구부려주어야 한다.

마르세이유의 황색 14번 기체가 다양한 위장을 선보였음에도 유독 이 50기 격추시 위장이 사랑 받는 것은 이 러더의 빨간색이 보여주는 화려함 때문이 아닐까? 솔직히 심심하기 그지 없는 독일공군 사막위장에서 이 빨간색 러더는 시각적으로도 사람을 잡아끄는 뭔가가 있다.

물론, 솔직히 말하자면 이 ‘시각적 포인트’ 운운하는 것도 제작자 입장에서나 하는 말이다. 일반인들이 나토 3색위장과 미군 우드랜드 4색위장을 구분하지 못하듯이 손바닥만한 비행기의 꼬리에 ‘쬐끔’ 칠해진 빨간색이 뭘 어필할 수 있겠냔 말이다. 이러한 현실을 생각하더라도 ‘작은 세계의 창조자’로서 우리 모델러들 스스로는 멋진 위장, 멋진 스킴, 멋진 색상을 가려낼 수 있는 눈썰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면은 솔직히 신경을 좀 안 썼다. 랜딩기어 수납부도 다른 색으로 칠해야 하는데 마스킹 실패로 그냥 하면색으로 다 깔아버렸다. 웨더링 역시 유화 필터링 정도만 가볍게 해주고 그쳤다.

디오라마에 올리려고, ‘외도’ 삼아 만든 프롭기이긴 하지만 만들면서 그 아름다운 자태에 완전히 매료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아카데미제로도 Bf 109 시리즈가 많이 나와있으니 앞으로도 손을 좀 대보고 싶다. 베르너 묄더스의 스페인 내전 Bf 109C, 이스라엘 Avia S-199, 바르크호른의 Bf 109G형 등을 벌써부터 마음 속에 그리고 있으니 큰일났다. 사재기해둔 제트기 키트들은 어쩌자고 자꾸 외도할 생각만 하는 것인지…^^;

3 comments

  1. 이왕 프롭기에 손을 대셨으니 앞으로 프롭기 많이 많이 만드시길 빕니다.^^

  2. 현용기는 궁극의 도색을 보여주는 작품이 몇 없어서 만들기가 쉬운데 프롭기는 로동자님의 쇼킹도색 때문에 만들기 부담스럽습니다. ㅡ_ㅡ;;

  3. 동감입니다. 기왕 손대셨으니 앞으로도 다양한 프롭기들을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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