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뜨거운 여름이었다. 그 와중에도 서재(마스킹)와 베란다(색칠)를 오가며 고군분투했다. 그 지난(至難)한 여정을 끝내고, 오늘 드디어 에어브러시를 사용한 색칠작업을 모두 마쳤다.
1970년대 미국 해군기의 고시인성 도장(Hi-Viz)이기 때문에 사실상 흰색과의 싸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동체 상면을 덮은 연한회색(FS16440)은 칠하기가 쉽지만, 흰색은 원래 에어브러시를 쓰더라도 그리 칠하기 만만한 녀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논란이 많은 IPP의 울트라 화이트를 써서 칠했는데, 평소보다 더 묽게 희석하여 조심조심 뿌려주었다. (덕분에 손가락 아파 죽을 뻔 했다)
포인트인 수직미익의 켈베로스 마크는 데칼을 이용할 예정이다. 다만, Revell 키트에 잘 맞는지 보기 위해 트레이싱지(예전에는 ‘기름종이’라고 불렀는데…)에 도안의 본을 떠서 키트의 부품과 맞춰보았다. 그 밖에 큰 부분들(흰색 러더, 진한파란색 삼각형, 은색 전단)은 스텐실하여 색칠.
기수는 탄(Tan)색과 흰색의 레이돔, 팬톰식의 안티글레어 도장 등으로 고전적인 멋이 한껏 풍긴다. 물론, 모형적으로는 모두 마스킹과의 싸움이다. 특히, 안티글레어 도장은 모양이 오묘해서 어설프게 칠했다가는 대번에 눈에 띄게 된다. 데칼 상자를 뒤져 적당한 도안을 따온 뒤, 지름이 다른 원(圓) 2개로 리파인하고 타미야에서 새로 나온 곡선마스킹테이프(테프론 테이프 같던데…)를 쓰는 등 공을 좀 들였다. (사진 찍어두지 못한 게 아쉽네)
기수 옆 워크웨이와 가변형 주익 수납 캔버스는 GSI크레오스 래커 C333으로 칠했다.
처음에 기대하던 초창기 VF-143 톰캣의 클래시컬한 맛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 같아 기쁘다. VF-1이나 VF-2와는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다. 이제부터는 붓질, 먹선넣기, 데칼링 같은 ‘손기술’ 단계다. 베란다에서 너무 땀빼지 않도록, 날씨가 좀 선선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