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1/72로 전향하고 나서 만든 것들은 대부분 1/48 할 때 한 번씩 만들어봤던 것들이었다. Rafale, A-10, F-20처럼 처음으로 만들어본 것도 있긴 했지만, 1/72로 넘어온 2012년 이후 대부분의 시간은 F/A-18이나 F-14를 만드는 데 들어간 듯 하다. 그래서, 다음 순서로는 좀 특이한 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된 것이 2차대전 이탈리아공군의 Macchi C.202/205.

하세가와 1/72 #00992 Macchi C.202 Folgore Combo 키트에 손을 댔다. 혹시 MC.205로 만들 때를 대비해, 과거에 사두었던 Mister Kit의 PMK 72-04 Macchi C.205V “Veltro” 컨버전 세트도 열어봤다. 오늘은 이 컨버전 세트를 소개해볼까 한다.

이탈레리, 아니면 유럽쪽 영세업체에서나 손대던 2차대전 이탈리아 공군의 대표적 기체인 Macchi C.202 “Folgore”와 C.205 “Veltro”. 뜻밖에도 하세가와에서 이 두 기체를 1/48과 1/72 스케일에서 모두 내주고 있는데, 아쉽게도 1/72 스케일로는 MC.202만 발매되었다. (아마도 1/48로 출시된 C.205의 인기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러한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모형점 Mister Kit에서 자체적으로 하세가와 1/72 MC.202 키트를 MC.205로 컨버전 시켜주는 제품을 내놓았는데, 이것이 바로 그 제품이다.
상자그림은 MC.205V를 사용한 대표적인 에이스 아드리아노 비스콘티(Adriano Visconti) 소령의 회색 기체를 그려넣고 있다.

설명서, 레진부품, 포토에치 외에, 하세가와 키트의 동체 부품을 대체하는 인젝션 부품이 들어있다.


설명서는 달랑 1장. 그림은 잘 그려져있지만, 어딘가 약간 엉성해보인다. 레진, 에치, 인젝션 부품을 붙이는 자리가 정확히 그려져있지 않기 때문에 조금 주의해야할 것 같다.

에치 부품은 랜딩기어 수납부 골조와 랜딩기어 커버 위주로 구성.

동체 부품은 기본적으로 하세가와 키트 부품에서 (MC.202와 MC.205의 가장 큰 외양적 특징인) 엔진카울 아랫부분을 잘라낸 것이지만, 그 외에도 소소한 차이가 반영돼있다.

MC.205는 MC.202와 비교했을 때 조종석 뒤, 혹(Hump)의 모양이 달라졌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혹의 실루엣이 조금 다르다.


수직미익 역시 MC.205에서 좀더 대형화되었다고 한다. 러더가 커지고, 수직미익의 외곽선이 S형에서 U자형으로 바뀌어있다. 꼬리쪽 바퀴가 인입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페어링도 다르다.


디테일의 대부분은 레진 부품이 담당한다. 하세가와 키트에서 파일럿의 발 앞쪽이 뻥 뚫려 부실하던 콕피트 부분은 격벽이 만들어져있고, 투박하던 계기판과 시트도 훨씬 더 좋아졌다.

눌린 타이어와 콕피트 측벽도 제공된다.

MC.202와 달리, MC.205는 스피너 앞코가 둥그스름하다. 이 역시 레진부품으로 제공된다.


엔진카울 아래 부품은 키트의 부품을 개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MC.205의 특징인만큼 좀더 깔끔하게 나와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형태를 잘 잡고 있고, MC.202와는 다른 MC.205만의 더 커진 배기구도 놓치지 않고 재현하고 있다는데서 위안을 삼아야할 것 같다.

하세가와 키트에서 별다른 디테일 없이 부실하게 처리된 랜딩기어 수납기부도 놓치지 않았다.

1/72의 한계로 절반이 생략되었던 랜딩기어도 제대로 재현해놓았다. (레진부품 캐스팅을 담당한 체코 CMK의 마크가 보인다)

러더, 수평미익 등도 레진 부품으로 제공된다. 수직미익 러더는 MC.202보다 좀더 커진 형태다.

MC.202에서 고정식이던 꼬리부분 바퀴는 MC.205에서 인입식으로 바뀌었다. 개폐부 커버도 얇게 잘 나왔다.

마지막으로 수평미익인데, 이게 조금 재미있다. 키트 부품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레진 부품이 들어있어 왜 그럴까 하고 들여다보니… 하세가와 MC.202 키트에 든 수평미익 부품이 원래 MC.205용이었던 거다. 하세가와 설명서에서 (MC.202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품에 새겨진 패널라인을 지우고 새로 새기라고 하고 있는 걸 보면 더 확실해진다. 즉, 하세가와도 MC.202 이후에 1/72 스케일의 MC.205를 고려했다는 증거라고도 볼 수 있다. 레진 부품이 좀더 얇은 느낌이 있긴 하지만, 키트 부품이건 레진 부품이건 똑같은 MC.205 수평미익이기 때문에 키트 부품을 그냥 써도 무방하다고 본다.
깔끔한 하세가와의 1/72 Macchi C.202를 이용해서 MC.205를 만들고 싶은 모델러라면 꼭 있어야할 컨버전 세트다. CMK에서 뽑아준 레진 부품의 품질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