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Macchi C.205 제작기를 올린다. 날은 여전히 춥지만, 이렇게 손이 근질거려 추위를 무릅쓰고 베란다 작업실로 나가는 날도 있기 마련이다.

그간 조금씩 작업을 하긴 했다. 동체 좌우부품을 붙이고 날개 아랫판과 결합시켰다.

콕피트에 좀더 손을 댈까 했는데, 어차피 조립하고 나면 거의 보이지도 않을 게 뻔해서 동체 좌우부품을 덜컥 붙여버렸다. 아니나다를까, 역시 거의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예전에 소개했던 대로, Mister Kit의 MC.205 컨버전 키트는 조종석 뒤의 혹(Hump)이 좀더 두툼하다. 이걸 떼어내서 하세가와 키트에 결합시켰는데, 패널라인 따라 세심하게 잘라냈는데도 큰 틈이 발생한다. 이런 큰 틈은 수축이 발생하지 않는 에폭시 퍼티로 메운 뒤 일반 퍼티로 마감해줘야 한다.

Macchi C.205의 가장 큰 외형적 특징인 기수 아랫면은 역시 Mister Kit 부품을 이용했다. 이 역시 최대한 맞춰가며 잘라낸 것인데도, 막상 이식해보면 곡률도 다르고 좀 난감하다. 역시 순간접착제로 위치를 잡고 에폭시 퍼티로 큰 틈을 메워주었다.

엔진 배기구를 Quickboost의 별매품으로 교체하면서 엔진 배기구 위의 얇은 철판(?)을 날려먹은 관계로, 다시 재생시켜줬다. 종이만큼 얇은 플라스틱 페이퍼를 썼다.

키트에 든 플라스틱제 피토관과, 컨버전 키트에 든 레진제 20mm 캐논포는 금속재료를 이용해서 보강해주었다. 디테일과 접착강도를 고려한 것인데, 여기서 내가 즐겨쓰는 방법을 소개해볼까 한다.

우선 준비물. 주로 중국 Hobby Design제 스테인리스 스틸제 파이프와 곤충핀을 즐겨 쓴다.
금속파이프의 경우, 과거에는 1/48~1/72 스케일에 맞는 적당한 크기의 제품을 구하기 매우 어려웠지만, 몇년전부터 중국의 Hobby Design사에서 모형제작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아서 매우 잘 써먹고 있다. (기억하시겠지만 예전 1/72 A-10 제작기에서도 소개한 바 있다) 최소 0.4mm부터 시작하여 1.0mm 내외까지 0.1mm 단위로 있으니, 자작이나 디테일업을 많이 하시는 분들은 꼭 구비해놓으시라고 권하고 싶다. 가격이 약간 높긴 하지만, 발품 팔거나 적당한 재료가 없어 발 동동구르는 것보다야 낫지 싶다.
핀은 예전부터 갖고 있던 곤충핀을 주로 쓴다. 한 10년전이었나, 00호, 1호, 3호, 이렇게 3종류를 사두었는데, 양이 많아서 지금까지도 부족함 없이 잘 쓰고 있다. 1/48 스케일만 하던 옛날에는 꼭 곤충핀이 아니더라도 필요한 굵기에 따라 황동선, 꽃철사, 사무용 클립 따위도 썼는데, 1/72 스케일로 전향한 이후에는 곤충핀, 그중에서도 00호의 사용이 많아지는 것 같다.

핀이야 일반 금속용 니퍼를 쓰면 그만이지만, 파이프는 그렇게 했다가는 단면이 우그러져버린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특수한 니퍼를 쓰는데, 이름하여 “모세관 커터”. 원래는 에어콘 배관용 파이프를 절단하는, 배관작업용 도구다. 칼날의 힘을 쓰는 본질적 한계 때문에, 이걸 쓰더라도 파이프 단면이 산소절단기로 자른 것처럼 깨끗하지는 않으므로, 절단 후에는 철필, 드릴, 금속줄(File) 등으로 단면을 다듬어주는 작업이 어느정도는 필요하다.

어쨌건, 이렇게 잘라낸 파이프에 곤충핀을 관통시키면 키트의 플라스틱 부품을 대체할 수 있는 훌륭한 금속 피토관이 된다.

키트 부품과의 비교. 100% 자작품이지만 훨씬 효과가 좋다고 자부한다. 백원짜리 동전과 비교하면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이렇게 핀이나 바늘을 이용해 만든 자작 피토관은 매우 날카롭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손에 찔리는 일을 막기 위해서 내 경우는 일부러 줄 등을 사용해 피토관 끝을 뭉툭하게 만들어줄 때가 많다.

20mm 캐논, 피토관은 물론, 콕피트 뒤의 에이리얼 마스트(안테나 탑)에도 금속핀을 달았다.

에이리얼 마스트는 원래 키트의 플라스틱 부품을 붙이게 되어있지만, 접착면이 작아 강도가 충분치 못하기 때문에 아예 플라스틱 부품에 00호 곤충핀을 붙여 단단하게 붙을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컨버전 키트에서 따온 혹(hump) 부품은 좌우부품을 붙인 것이다보니 단면처리가 아쉽다. 실기사진을 보니 이 부분에 시트벨트 고정구가 달려있길래 (시트벨트는 만들어붙이지 않더라도) 몰드를 비슷하게 만들어 붙였다. 역시 플라스틱 페이퍼로 여러 장의 본을 뜨고, 겹쳐 붙여 만든 것이다.

이런저런 부품들을 가조립해본 모습. 이 사진을 찍은 이후, 단차 있는 부분에 묽은 퍼티를 발라 놨으니, 다음 작업은 사포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