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설날 연휴가 지나갔다. 결혼한지 10년째니, 이제는 더이상 ‘총각 때는 설 연휴에 비행기를 하나씩 뽑아냈다’는 말을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역시 연휴는 보통 때보다도 작업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좋다. 이번에도 오래 붙잡고 있는 MC.205의 기본색칠을 올릴 수 있었다. (사실, 하도 오랫동안 안 써서 말라버린 369번 래커를 복구하느라 개고생한 게 더 기억에 남기는 한데…)
레진제 스피너와 플라스틱 부품을 섞은 프로펠러, 키트 부품을 그대로 쓴 랜딩기어 등을 먼저 색칠하고(모두 에어브러시와 마스킹으로 칠했다), 동체에는 이집트 공군기의 흑백 식별띠를 칠했다. (흰색은 차폐력이 약해 두껍게 올라가는 경향이 있어 미리 칠해두는 게 좋다) 식별띠를 마스킹 한 후, 패널라인을 따라 프리셰이딩(preshading) 해주었다.
베란다 작업실이 춥기도 하고, 색칠에 시간을 많이 들이지 못하는 편이어서 보통 프리셰이딩은 시도를 잘 안하는 편인데(F-14B VF-103 같이 정말 신경써서 만드는 경우는 예외), 이 MC.205는 크기가 작아 색칠에 신경을 쓸 여력이 되기도 하고, 최근 Facebook에서 헝가리 모델러 Bera Károly의 “Texturized Painting”을 보고 깊은 인상이 남은 것도 있어 오랜만에 색칠에 공을 들여보기로 했다.
Texturized Painting이라는 신통방통한 특정기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잘 아는 프리셰이딩과 스펀지 터치업, 필터링을 적절히 섞어써서 나온 결과물을 일컫는 말이다. 프리셰이딩이 기본이기 때문에, 먼저 GSI래커 301번으로 선(패널라인)과 불규칙한 구름(면)을 그려준다. 그 위에 묽게 섞은 페인트로 그늘을 남기며 덮어준다.
오랜만에 에어브러시 테크닉을 구사하려니 페인트 농도도 잘 안 맞고 여러모로 힘들었다. 어쨌거나, 아랫면을 다 덮은 모습은 이와 같이 된다. 그냥 어주어 블루를 올리는 것보다는 확실히 색감이 깊어졌다. 조금 어두운 느낌도 있는데, 나중에 밝은색으로 스펀지 터치업을 올릴 것이므로 크게 신경 안 써도 될 것 같다.
윗면의 색칠에 앞서 아랫면 색칠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킹한다.
Macchi 시리즈는 날개 아래에도 윗면 색이 일부 칠해져있으므로 마스킹할 때 날개 전단을 약간 남겨둬야 한다.
인터넷에서 적당한 3면도를 찾아서 동체크기에 맞춰 축소복사를 한 후 지형(紙型)을 만들었다. 나로서는 사실 이 단계에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귀찮아서 지형 없이 프리핸드로 에어브러싱할 때도 많은데, 이번에는 위장색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고 영국공군 타입의 ‘또렷한’ 경계선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려도 정석대로 지형작업을 해주었다. 지형 재료로는 마분지를 썼는데, 가공성도 그리 좋지 않고, 1/72 프로펠러기에 쓰기에는 조금 두꺼운 느낌이다. (다음에는 달력종이를 써볼까 싶다)
동체색으로는 GSI래커 H21번(미들 스톤), H369번(다크 어스), H370번(어주어 블루)를 쓴다. (2차대전 영국공군의 사막위장과 똑같다) 사진은 2가지 위장색 중 밝은색인 H21을 먼저 올리고 H369를 칠하기에 앞서 H21 부분을 지형으로 마스킹한 모습이다. 2색 이상의 위장무늬를 칠할 때는 밝은색을 먼저 칠하고 점차 어두운 색으로 옮겨가는 것이 정석이다.
H369를 올려준 모습.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이후 마스킹을 벗겨내보니 H21과의 경계면에 (프리셰이딩 색깔인) H301이 남아있는 등 마음에 안드는 부분을 수정하느라 또 한바탕 소란을 떨었다)
연휴기간 중의 최종적인 결과물. 다음 단계를 위한 기본색칠로는 무난한 수준이 된 것 같다.
깔끔하니 좋네요. ^^
제작기 잘 보고 있습니다~ 이집트 공군으로 하실 건가봐요? ^^
오랜만에 댓글 달아주셨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 나중에 자세히 쓰겠지만, 제가 만든 기체는 이집트 공군의 MC.205 마킹을 하기에는 고증면에서 어긋나더라구요. (이집트 공군의 MC.205는 2/3 이상이 MC.202에서 개수된 타입이어서 꼬리바퀴가 고정식입니다) 그래도 이집트 공군의 위장무늬와 국적마크가 예뻐서 그대로 만들어보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