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 키트는 ‘간편하게 만드는’ 컨셉의 제품이 많아서인지 날개의 리벳을 재현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F/A-18 호넷이나 F-16 팰콘의 경우, 날개에 빽빽히 박힌 리벳 자국이 대단한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참 아쉬운 일이다.
예전에 만든 호넷은 1/72로 전향 후 최초로 손댄 것인데다, ‘Chippy-Ho! 마킹을 드디어 만들어보는구나!’ 하는 들뜬 마음에 별다른 디테일업도 없이 후다닥 조립을 끝냈다. 울프팩 디자인 윙폴딩 세트의 매끄러운 레진 표면이 리베팅 작업을 힘들게 한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었고… 하지만, 다시 만드는 1/72 F/A-18에서는 꼭 날개에 리베팅을 해주고 싶었다.
집에 수많은 호넷 자료집이 있지만, 날개의 리벳까지 그려놓은 도면은 어디에도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하는 수 없이 13년전(!!!)에 만든 1/48 F/A-18D 완성사진과, 호비스트 F/A-18 호넷 자료집에 실린 이대영 선생의 1/48 모노그람 F/A-18 제작기를 참고했다.
아카데미 1/72 키트는 날개 부품이 별도로 분리되어 있어 리베팅 작업하기 편하다. 우선, 왼쪽 끝과 오른쪽 끝에 5등분한 자리를 표시하고 자를 대고 샤프펜슬로 리베팅할 자리를 죽죽 그어준다.
리벳들의 간격이 일정해야 하므로 리베팅 툴을 동원했다. 아카데미 키트에 원래 찍혀있는 리벳들이 1mm 단위이므로 나도 1mm 툴을 썼다.
리베팅 도구는 철필을 썼다. 처음에는 라팔 제작시 했던대로 0.3mm 드릴을 썼는데, 아카데미 키트의 플라스틱 재질이 굉장히 무르기 때문에 드릴링한 구멍의 지름이 커지고, 모양도 찌그러지기 일쑤여서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결국 고민 끝에 0.3mm 드릴로 리베팅한 날개 하나를 버리고 새 날개 부품에 철필로 리베팅해주었다.
참고로 저 철필은, 제도용 콤파스 끝단과 펜대를 결합해 만든 자작품이다. 모형 다시 시작하면서 만든 것이니 15년 이상 된 것인데, 숫돌에 갈아가며 여전히 잘 쓰고 있다.
리베팅이 완료된 날개. 키트 원래의 부품보다 훨씬 더 ‘기계’다운 느낌이 강해져 만족스럽다.
F/A-18A 키트에는 초기형 수직미익과 후기형 수직미익이 같이 들어있다. 하지만, 초기형이라 해도 보강판이 붙은 최신형을 재현하는 바람에, 2000년대 이전의 수출형 호넷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초기형 부품을 안 쓰고 갖고 있어야할 필요도 있어, 후기형 부품을 개조해서 쓰기로 결정. (키트 부품 놔두고 이제 뭔 짓거리인지…)
수직미익 끝단의 ECM안테나를 일부 제거해주면 된다. 끌과 줄, 칼 등으로 재주껏 갈아내준다. Leading Edge 데칼의 몰드와 맞지 않으므로 저명도 편대등 몰드도 같이 갈아냈다.
수평미익은 예전에 했던 것처럼 가운데 축을 꽂아서 서로 지지할 수 있게 했다. 그때는 황동봉을 썼는데, 순간접착제를 쓰기 귀찮아서 이번에는 플라스틱봉으로 대충 때웠다.
예전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부품간의 틈이나 단차를 잡아주는 데도 신경을 좀 썼다. (조립이 너무 일사천리로 진행되다보니 이런 것에 신경을 쓴 면도 있고…) 얇은 플라스틱판을 꽂고 무수지접착제를 발라준 다음, 다 굳으면 잘라낸다.
기수와 동체부품 연결부(목덜미?)의 단차는 꽤 크다. 넉넉한 크기의 플라스틱판을 붙여주었다. 나중에 이음매에 퍼티를 바르고 잘 갈아내면 될 것이다.
다음은 퍼티 바르기와 패널라인 되파기 단계로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아니, 무장 같은 작은 부품들을 먼저 손볼까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