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6I 제작기 #09 – 공기흡입구(재작업)과 스파인

F-16 모델링에서 가장 어렵다는 공기흡입구를 다 만든 뿌듯함이 아직 가시지 않던 어느날 밤. 잠자리에 누워 휴대폰으로 참고용 F-16I 사진을 이리저리 훑어보다가 아차! 싶었다. 그렇지, 타미야 키트는 GE엔진을 쓰는 Block 50형 키트이니 빅마우스 인테이크(MCID; Modular Common Inlet Duct)지만, PW엔진을 쓰는 F-16I는 보통 크기의 인테이크를 써야하는데…!!

그제까지 룰루랄라 하던 기분이 싹 가시고,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고생고생해서 Seamless Intake라고 잘 만들어 붙였는데, 그냥 무시하고 가버려? 아니, F-16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인 공기흡입구를 제멋대로 붙일 순 없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뜯어냈다.

타미야 키트의 Fit이 워낙 좋은지라, 잘 붙어있던 부품들을 강제로 뜯어내면서 일부 부품이 손상되긴 했는데, 그건 최대한 되살려서 쓰면 되는 것이고… 그보다는 타미야 키트에는 들어있지도 않은 일반형 공기흡입구를 어떻게 만들어 붙이느냐가 더 큰 문제다.

내가 가진 옵션은 3가지다. 이 프로젝트에 동원된 4개사의 F-16 키트 중 타미야를 제외하고, 왼쪽부터 Hasegawa, Kinetic, 그리고 아카데미의 공기흡입구 끝단(마치 ‘입술’처럼 생겼다) 부품이다.

Hasegawa와 Kinetic 부품은 정면에서 바라본 공기흡입구의 모양이 좋지만, 덕트가 제대로 재현되어 있지 않다. 이에 반해, 아카데미는 끝단 부품 분리, 덕트 재현, 공기흡입구 주변 부품의 섬세한 디테일 등 전반적으로 우수하지만, 결정적으로 끝단 부품의 윗쪽 라인이 아래로 살짝 눌려짐 없이 직선으로 되어 있어 감점이다.

나의 선택은 이것. 아카데미 부품을 기본으로 하고, 공기흡입구 끝단 부품은 Hasegawa 키트에서 따와 결합하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내외부 모두 단차가 발생하므로, Seamless Intake를 만들기 위해서는 타미야 키트를 만들 때보다도 더 공을 들여야 한다.

다행스럽게도(그리고 재미있게도), 아카데미 키트는 공기흡입구 덕트를 나중에 끼워넣을 수 있게 돼있다. 설계시부터 이렇게 ‘끼워넣는 것’을 염두에 둔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건 내외부 단차 수정작업에서 이 특징을 이용할 수 있다.

덕트는 타미야 키트와 같이 상하 분할이다. 위쪽 부품에 (타미야 키트에는 없는) 밀핀자국이 6개나 나 있으므로, 퍼티를 발라 미리 메워줘야 한다.

결합을 위해 흰색을 칠하는 것은 이전 작업과 같다. 다만, 이번에는 가장 안쪽 벽면의 접합선을 가려주기 위해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내보았다.

물방울 모양으로 플라스틱 판을 재단하여 안쪽 벽면에 붙여준 것이다. 이렇게 하면, 보기 싫은 가로 접합선을 숨길 수 있다.

이렇게 덕트를 붙이고 난 뒤, Seamless Intake를 만드는 작업은 이전과 동일하다. 다만, 서로 다른 키트의 공기흡입구 부품을 이어붙이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덕트 접합선만 수정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부품간 단차를 메워줘야 하므로 좀더 손이 간다. 플라스틱 부품 덩어리를 과감히 갈아내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전동공구를 적절히 쓰는 것을 권한다.

완성된 일반형 공기흡입구. 타미야 Block 50 키트의 빅마우스 타입과 비교했을 때, 좀더 둥글둥글한 모양이다. 한번 했던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기에 힘도 들고 재미도 없었지만, 막상 완성시키고 보니 잘했구나 싶다.

그 다음으로는 F-16I 이곳저곳에 붙는 많은 수의 보조흡입구들이다. Hasegawa가 이것들을 새로 만들어 넣어준 것은 고마운데, 사진과 같이 끝이 죄다 막혀있어 ‘플라스틱 덩어리’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다. 핀바이스 드릴, 칼, 전동공구 등을 이용하여 단면을 최대한 깊게 파내주었다.

굳이 소개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지만…(ㅠㅠ) 위 사진에 있는 L23, L24 부품은 공기흡입구를 떼어내다가 완전히 훼손되어 버렸다. Kinetic 키트의 해당 부품은 너무나 두루뭉술해서 못쓸 물건이기에, 아예 키트를 하나 더 샀다. (돈지x 모델링은 끝나지 않는다…) 기왕 키트가 2개 된 거, 디테일업이나 개조할 때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고자 한다.

가장 전형적인 형태의 보조흡입구. ㅁ자로 된 단면을 ㄷ자로 되파주는 단순한 작업이지만, 부품의 크기가 매우 작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거짓말 안 보태고 정말 ‘코딱지’만 하다. 안경을 벗고 시계수리공의 심정으로 정신을 모아 작업하는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부품을 바닥으로 떨어뜨려 그거 찾는다고 허비한 시간은 또 어떻고…)

또 다른 형태는, 이렇게 부품 아래에 보강판(?)이 붙은 경우다. 키트 설명서에는 단순히 ‘부품을 붙여라’라고만 되어 있더라도, 실기(實機) 사진을 보면 보강판(?) 위에 붙는 경우가 많다. 모형 제작상으로는, 얇은 플라스틱 판 위에 해당 부품을 붙이고, 부품 접착면보다 약간 더 넓게 플라스틱 판을 오려내는 간단한 작업으로 재현이 가능하다.

완성된 스파인, 전자장비 수납부의 모습. 보조흡입구와 각종 센서들을 디테일업하고, Hasegawa에서 재현하지 않은 그밖의 디테일들을 심어주느라 많은 시간이 걸렸다.

공기흡입구 좌우에 붙는 Q2, Q3 부품, 그리고 그보다 좀더 뒤에 붙는 L20, L21 부품은 모두 신규로 제작된 Hasegawa 부품이다. 특히 L20, L21 부품은 속을 파내고, 실기사진을 참고하여 3분할된 칸막이를 만들어 붙였다.

앞서 소개한 대로, 공기흡입구와 블렌디드 윙 사이의 작은 보조흡입구는 Kinetic 키트에서만 재현되어 있다. D7(설명서에서는 A7로 표시) 부품을 사용했다.

랜딩기어 앞쪽에 붙는 거대한 L23, L24 부품은 단면이 2분할 되어있다. 전동공구 등을 이용해서 최대한 깊게 파내고(너무 깊게 파내면 맞구멍이 나버리기 십상이다) 플라스틱 판을 이용해서 중간 칸막이를 만들었다.

랜딩기어는 Scale Aircraft Conversion사의 메탈 랜딩기어를 기본으로, 타미야(회색), 아카데미(연녹색) 부품을 결합했다. 가장 작은 아카데미 부품(E26)은 메탈부품과의 접착강도를 높이기 위해 곤충핀을 이용해 ‘꿰어주는’ 식으로 붙였다.

부품 상태가 두루뭉술하긴 하지만, Kinetic F-16I 키트의 재현도가 최고수준이라는 점은 인정해야겠다. Hasegawa 키트에서는 생략(또는 모르고 넘어갔을지도)했지만, 랜딩기어 하우징 뒤쪽의 작은 보조흡입구도 Kinetic 키트의 부품(D6)이다.

어레스팅 후크 주위도 일반적인 F-16과는 다르다. 밝은 회색의 (Hasegawa) Q1 부품을 그냥 붙이지 않고, 실기사진을 참고하여 보강판을 추가해주었다. (사실, 이곳 뿐만 아니라 F-16I는 기체 전면에 걸쳐 수많은 보강판이 붙어있다)

스파인의 전체적인 모습. Hasegawa 키트를 기본으로 쓰긴 했는데, 어쩌다보니 기본으로 제공되는 부품을 그냥 붙이기 보다는 자작에 들어간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특히, 콕피트 바로 뒤쪽 3개의 센서/안테나류는 Hasegawa 키트에서 전혀 재현되어 있지 않아 모두 자작해줄 수밖에 없었다.

보강판들은 얇은 플라스틱 판을 붙인 후, 사포로 한번 더 두께를 줄여주는 것으로 재현했다.

스파인 우측면의 이 보조배출구는, 키트 2개를 이용하여 디테일업한 사례다. 원래 스파인 오른쪽 부품과 일체로 성형된 것인데, 그 몰드를 갈아내고, 다른 키트에서 배출구 몰드만 따와서 단면처리를 하여 원래 자리에 붙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눈치챌 사람이 거의 없을, 아주 소소한 부분이긴 한데… 원래 모형이라는 게 자기 만족인 거니까…ㅠㅠ)

AN/AAQ-28(V) Litening Pod는 Eduard #672 114 제품을 구해놓긴 했는데, 아카데미 키트에 든 것보다 디테일이 더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렵겠다 싶다. 3D 프린팅으로 날카롭게 빚어놓은 ‘정밀한 맛’은 있지만, 나는 그보다는 ‘가공할 때의 편리함’이나, ‘먹선 넣을 때의 재미’ 같은, 매우 개인적인 기준으로 아카데미 부품을 택했다.

아, 그리고 아카데미 키트 설명서 어디에도 Litening Pod 부품은 나와있지 않다. 무장 부품들이 배치된 E스프루 한쪽 구석에 Sniper XR Pod과 함께 E36~E39 부품으로 넘버링 되어 있다. 원래 설계시에는 포함돼있지 않다가, 출시 직전에 금형을 판 것일까? 잘 모르겠다.

결국, Litening Pod는 아카데미 E38, E39 부품을 기본으로 하고, Eduard제 헤드를 결합하여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 (또하나의 돈지x이기도…) F-16I에 그토록 GBU-15/AGM-130을 달아주고 싶던 내 소원이 하늘에 가닿았는지, 중국 Great Wall Hobby에서 이 무장이 든(최초의 키트화다. 1/72로는 이제까지 인젝션이건, 별매건 나온 게 없었다) 1/72 F-15E 키트를 올 봄에 출시했고, 이 키트가 최근 한국에 정식 수입됐다.

안타까운 것은 그 비싸고 화려한(36,000원선) 키트에 이 GBU-15/AGM-130은 달랑 1발만 들어있다는 것. 모형사이트에서 구걸도 해보고, 중고거래 사이트를 눈팅도 하고 했지만, “덕질”에 관하여 가장 빠르고 믿음직한 방법은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라는 지론에 따라 해당 F-15E 키트가 국내 수입되자마자 냉큼 2개를 구입.

실기에 딱히 관심도 없을 뿐더러, 당장 만들 계획도 없는 초호화판 F-15E를 오직 무장 때문에 2개씩이나 구입했으니, (이미 집에 있는 Hasegawa의 F-15E 최신판까지 합하면 1/72 F-15E만 3대인 셈이다) Hasegawa F-16I를 2대 산 것과 함께 심각한 돈지x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이 프로젝트를 위해 투입한 키트들을 한 번 정리해보자면….

  • Tamiya 1/72 F-16CJ Block 50
  • Hasegawa 1/72 F-16I (x2)
  • Kinetic 1/72 F-16I
  • Academy 1/72 KF-16C “R.O.K. Air Force”
  • Great Wall Hobby 1/72 F-15E OEF/OIF (x2)

허이구… 총 7대네…ㅡㅡ;; 뭐 얼마나 거창한 “작품”을 만들겠다고 이렇게 돈을 발라대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날씨 탓, 키트 탓 하지 않고 열심히 만드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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