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갑자기 선선해졌다. 특히, 사람 힘들게 하던 열대야가 사라져 밤 작업이 더 편해졌다. 덕분에 진도를 쭉쭉 뺄 수 있었다.
CFT(컨포멀 탱크)는 디테일이 뛰어난 Hasegawa 키트 부품을 쓸 수밖에 없는데, 타미야 키트에 붙이려면 상당한 추가작업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접착 전, 충분한 가조립을 통해 좌측 기관포구의 외형에 맞도록 굴곡을 새로 파준다. 접착시에는 먼저 스카치테이프, 케이블타이 등으로 CFT와 동체를 최대한 당겨 붙여주어 ‘틈’을 최소화 해줘야 한다. 이렇게 신경을 써서 접착을 하더라도 사진처럼 큰 틈이 생기게 마련이다. 메워주자!
이렇게 큰 틈을 메울 때는 에폭시 퍼티를 써야 한다. 다만, 가늘고 긴 틈을 메우는 것이므로 에폭시 퍼티도 가래떡을 뽑듯, 둥근 덩어리로 만드는 것이 편하다. 셀로판 테이프 위에서 물을 적당히 적셔가며 손가락으로 살살 굴려 빚으면 된다.
이렇게 빚은 가래떡 모양의 에폭시 퍼티로 큰 틈을 채우고, 그 위에 한번 더 에폭시 퍼티를 얇게 펴바른다. 다 마르면 사포로 다듬고, 그 위에 묽게 녹인 플라스틱 퍼티를 얇게 발라 작은 흠집들을 메워주면 된다.
CFT 뒷쪽은 동체와 일직선을 이루는 부분이기 때문에 또렷한 선을 미리 그어줄 필요가 있다. 에폭시 퍼티가 다 굳기 전, 커터칼의 칼날을 꾹 눌러 ‘선을 새겨주는’ 식으로 처리해주었다.
CFT의 틈 메우기를 다 끝낸 뒤, 0.3mm 플라스틱 봉(rod)을 CFT 주위로 둘러 실기(實機)에서 보이는 실링을 재현해줬다.
AN/AAQ-28 Litening Pod가 붙는 공기흡입구 오른쪽 파일런은 모양이 매우 오묘하다. 아카데미 키트의 공기흡입구를 썼으므로 아카데미의 부품(위)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는데, 붙는 각도는 좋지만 모양이 영 이상해서 실격이다. (LANTIRN 타케팅 포드용 파일런인가?) 결국, Kinetic 부품(아래)을 쓰기로 결정.
다만, 실기 사진과 비교해보면 Kinetic 부품도 모양이나 길이가 조금 이상하고, 결정적으로 공기흡입구에 붙는 각도가 틀렸다. 공기흡입구에서 수직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약간 외측으로 벌어져서 붙어야 한다.
결국, Kinetic 부품을 기본으로, 일부를 자작. 플라스틱 각재, 에폭시 퍼티 등을 동원해 파일런의 모양을 정형하고, 공기흡입구 부착 각도를 수정해주었다. 하는 김에, 표면의 수축도 플라스틱 퍼티로 메워주었고.
무장과 파일런들. 왼쪽부터 AN/AXQ-14, 600 갤런 연료탱크, AGM-130, Python 4 공대공미사일, AIM-120 공대공미사일이다. 아카데미, Kinetic, Great Wall Hobby, 자작품 등이 뒤섞여있다. 당연히 서로의 접착핀이 호환(?)될리가 없으므로, 어정쩡한 플라스틱 접착핀들은 제거하고 곤충핀 00호, 1호, 3호로 금속 접착핀을 만들어주었다.
타미야 1/72 F-16 기본판을 썼으므로 주익에는 접착핀 몰드가 없다. (몰드가 있었더라도 무장들이 제각각인지라 접착 위치를 죄다 새로 팠어야 했을 거다) 실기 사진 등을 참고하여 접착 위치의 구멍을 뚫어주었다. 주익의 두께가 얇기 때문에, 맞구멍을 내버리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드릴링을 했다.
짠~ 완성된 동체와 주익, 무장들을 늘어놓은 모습. (크기 비교를 위한 1백원짜리 동전도 왼쪽에…) 색칠하기 전, ‘덩어리’들을 이렇게 늘어놓을 때마다 기분이 좋지만, 이번에는 자잘한 무장도 많고 서로 다른 메이커의 부품들을 섞어 쓰느라 손도 많이 가서인지, 저렇게 디스플레이하면서 뿌듯함이 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