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작을 고를 때는 언제나 괴롭다. 이것도 만들고 싶고, 저것도 만들고 싶고 하다가도, 막상 상자를 열면 여러가지 핑계를 대면서 다시 상자를 덮고 다른 놈을 찾기도 하고… 집에 있는 수많은 키트와 데칼들을 뒤로 한 채, 새로운 기체, 새로운 마킹에 눈길이 가 새로운 제품들을 사모으기도 한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새 프로젝트를 위해, 집에 있는 많은 재고들을 무시하고 또 새 제품들을 한 가득 샀다. 그래도 재고가 하염없이 늘어나면 안되겠기에, 물건들이 해외로부터 날아오는 짧은 공백기를 채워줄 수 있는 간단한 프로젝트에 착수해보았는데…
바로 일본 Fine Molds에서 나온 1/72 Bf 109F-2다. 1941년 독일의 러시아 침공작전인 바르바로사 작전에 쓰인 디트리히 흐라박(Dietrich Hrabak) 기체의 패키지를 사용하는데, 여기에는 이 기체 특유의 복잡한 뱀 무늬 위장이 데칼로 재현되어 있어, ‘간단한 프로젝트’라는 컨셉에 딱 맞을 것으로 예상한다.
…라지만, 역시 별매품 사용은 빠지지 않았다. (-_-)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색칠이 간단할 것이므로, 조립단계를 최대한 즐겨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Eduard 포토에치와 페인트 마스크, Quickboost의 엔진배기구, Master의 Bf 109용 기관포 및 피토관 별매품을 사용해본다.
콕피트는 Eduard 포토에치(#SS262 Bf 109F-2/F-4)로 디테일업. Fine Molds의 키트는 닫힌 캐노피만 제공하기 때문에, 콕피트의 디테일업은 무의미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원래 계기판 칼라에치만 쓰려고 산 것이지만, 하다보니 재미도 있고, 오기도 나고(…) 해서 결국 토요일 저녁시간을 꼬박 투자하여 콕피트를 칼라에치로 ‘발라’ 보았다.
Quickboost의 #QB 72 219 Bf 109 Exhaust는 꽉 막힌 키트 부품을 대체하는 제품이어서 구입한 것인데… 사용상에 문제가 좀 있다. 키트 부품은 배기구와 주위 격벽이 일체화 되어 있기 때문에 배기구만 별매품으로 교체하기가 쉽지 않고, 키트 부품보다 길이도 다소 짧다. (파인몰드 키트 전용으로 나온 제품인데 길이가 안 맞다니!!!) 앞의 문제점은 플라스틱 판과 각재를 이용해 자작함으로써 해결하였지만, 길이 문제는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눈 딱 감고 이대로 쓰자.
이번에 동원된 별매품 중 가장 쓸모있는 것은 아무래도 폴란드 Master의 #AM-72-010 Bf 109 F, G1-G4 Armament set (MG 17 tips) & Pitot tube가 아닐까 싶다. 플라스틱의 한계를 생각하면, 키트 부품도 나름 준수한 디테일을 보여주지만, 금속가공 별매품이 주는 섬세함 앞에서는 한갓 ‘플라스틱 덩어리’에 불과하다.
MG 17 기관총구를 교체하기 위해 내가 쓴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별매품 총구의 길이만큼 키트 부품을 잘라낸다.
짤막하게 남은 플라스틱 부품에 꽂을 금속 튜브를 “적절히” 가공해준다. 여기서의 “적절히”라는 말은, “남아있는 키트 부품과 별매 기관총구를 안정적으로 이어줄 수 있는 적당한 길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이어 붙이면 완성.
세팅한 모습. 오른쪽보다 좀더 튀어나와야 하는 왼쪽 총구는 카울링 부품에 방해가 되므로, 조립과 색칠이 모두 끝난 뒤 붙이는 것이 낫다.
주말 이틀 동안 벌써 여기까지 왔다. 진도가 빠르고 재미가 있어서, 정식 프로젝트에 착수하기 전, 막간(幕間)을 이용한 프로젝트로서는 대만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