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의 대중화로, 스케일 모델링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손으로 깎고, 다듬고, 레진으로 복제하고… 하던 재래의 방법에서 벗어나 컴퓨터를 쓸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모형을 설계해서 편하게 출력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나도 역시 3D 프린팅에 관심이 있어, 습작을 깨작거리기도 하고, 작은 부품은 시험삼아 출력해보기도 했다. (내 습작은 추후에 공개하려 한다) 네덜란드의 Shapeways는, 나같은 아마추어들이 자신의 3D 설계도를 올려 전세계인들을 상대로 주문을 받을 수 있는 온라인 3D 프린팅 사이트다. 3D 프린팅계의 eBay라고나 할까? 제작자에게는 판매채널을 제공하고, 실제 상품은 네덜란드의 Shapeways에서 직접 출력하여 UPS로 주문자에게 바로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온라인 3D 프린팅 서비스이므로, 올라와있는 포트폴리오도 엄청나게 많다. 그래서 꾸준히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스케일 모델링에 쓸만큼 정교한 상품들은 아직 많지 않다.
그러던 중, 발견한 독특한 아이템 하나. 바로 1/72 스케일로 만든 Su-7/9/11/17/22 에어브레이크 세트다. Rocketeer Models라는 브랜드(제작자는 일본인인 것 같다)에서 올려놓은 것인데, 이미 예전에 1/48 스케일로 Cutting Edge 외장세트를 써서 Su-17/22M-4를 제작했던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유사한 아이템이 1/72로 나왔다는 것에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제품가격이 USD 18.11인데 배송료가 USD 26이니, 결코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유럽의 물류허브인 네덜란드에서 UPS로 오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것인데(역시 네덜란드에 위치한 AviationMegastore.com에서 물건 주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대신 배송기간은 7일 이내로 상당히 짧다. 주문부터 출력까지 3일 정도 걸리니, 열흘 정도면 3D 프린팅 제품을 한국에서 편하게 받아볼 수 있는 셈이다.
Shapeways 전용 상자를 열어보면 한국어로도 감사인사가 적혀있다. (그것도 위에서 네번째!) 약간의 국뽕에 취하면서 계속 상자를 열어보자.
지퍼백에 든 본제품 외에 UPS 인보이스, 감사편지가 들어있다.
본제품은 유럽식 뽁뽁이에 싸여 지퍼백 안에 들어있다. 포장이 조금 과한 것 같긴 한데…
실제 출력물은 이렇다. 사이트에서 본 360도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다. 3D 프린팅 제품 특유의 적층무늬도 그렇게 심해보이지 않는다.
혁신적인 3D 프린팅 제품이라는 점을 무시하고 “별매품”으로서의 가치를 따져본다면, 다소 실망스럽겠다. 눈 돌아갈 정도로 화려한 디테일을 뽐내는 것도 아니고, 정말 ‘기본적인 형태’만 잡아놨다. 하지만 여태까지는 1/72 스케일에서 Su-17/22 시리즈의 매력인 이 에어브레이크 격납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작을 하거나, 포토에치 쪼가리를 접었다 붙였다 하는 ‘노가다’를 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이 제품은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탈레리 1/72 Su-22M-4와 비교해보면 살짝 사이즈가 크다. 최근에 나온 Modelsvit 제품군에 맞게 나온 건가 싶기도 한데, 이미 1/48 스케일에서 Cutting Edge 제품을 이식시켜본 경험이 있으니, 큰 문제 아닐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