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E ‘Shark Teeth’

1:48 / Hasegawa

최근에 한정판으로 나왔던 하세가와의 F-4E ‘Shark Teeth’ 키트를 만들었다. 지퍼백이 아무리 밀봉효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하세가와 데칼은 쉬 색이 바래고 습기도 잘 먹으므로 후딱후딱 만들어 치워버리는 것이 낫다. 그래서 겁도 없이 팬톰을 만들기로 한 것인데… (사실 F-14B 졸리 로저스 한정판이 더 급하다. 그 데칼은 벌서 누래지는 것 같던데…-_-;;)

실기나 키트 모두 유명하니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조립이나 도색 역시 키트 그대로 만들었다는 말밖에는 할 게 없다. 다만, 팬톰이라는 녀석 자체가 키트로도 꽤 난이도가 높은 놈이라서 코르세어 II 만들 때처럼 일사천리로 나아간 것 같진 않다. 4분할 캐노피, 수평미익, 기수의 램에어인테이크 접합선 수정 등 기본기를 요하는 부분이 꽤 된다. 인터넷 속어로 ‘Shake and Bake'(상자째로 흔들면 완성될 정도로 쉬운)한 그런 쉬운 키트는 아니라는 말이다.

도색은 베트남 3색위장으로, 군제락카 특색을 그대로 사용했다. 린드버그 F-100 이후로 베트남 3색위장은 두번째다. 주익처럼 평평한 부분에는 지형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동체처럼 지형을 대기 난감한 부분에는 연필로 옅게 선을 그린 뒤 노즐캡을 벗기고 프리핸드로 처리했다. 린드버그 F-100 때는 겸손하게도(?) 모조리 지형처리를 했는데… 역시 짬밥이 늘면 요령피우는 것도 느는 것인가?

사실 이 한정판 키트를 산 것은(선물로 받은 것이긴 하지만…) 취미가 6호에 나왔던 이대영님의 초창기 F-4E처럼 베트남 3색위장 위에 빽빽한 데이터 마크를 재현해보고 싶어서였다. 물론 이 키트에서도 밑색에 따라 데이터 마크의 색깔이 다르게 처리되어 있지만 그 수가 너무 빈약하다. 하세가와의 철저한 고증성에 비추어 실기도 데이터 마크가 그 정도일 거라고 믿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왕 만드는 거, 갖고 있던 수퍼스케일 #48-147의 빽빽한 데이터 마크를 사용하여 좀더 복잡한 데칼링을 시도했다.

수퍼스케일 #48-147은 [딱지들]에서 소개한 바 있는 바로 그 놈인데, 원래 독립된 아이템으로 나와있는 데이터 마크를 끼워넣어주면서 원래 2쪽으로 된 설명서를 1쪽에 몰아서 인쇄하다보니 설명서의 글씨가 뭉개져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다. 취미가 6호와 인터넷의 다른 작례들을 참고하면서 돋보기를 대고 데칼의 글자를 읽어가며(!!) 근근히 붙여나가다가 나중에는 귀찮아서(으…또 귀차니즘…-_-;;) 대충대충 붙여버렸다. (그래도 글자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제자리에 붙이는 등 최대한 고증에 어긋나지 않게 하려 노력했다)

요즘 하세가와는 한정판을 발매하면서 은근슬쩍 기존 키트의 부품들을 생략하는 등 눈물겨운 원가절감 노력을 보여주는데 이 키트도 예외는 아니다. 가격은 3200엔으로 동일하면서 원피스 캐노피가 키트에 안 들어있다. 허허…참… 어쨌거나 캐노피는 원래 열려고 했으니 상관은 없었지만 이렇게까지 원가절감, 또는 사실상의 가격인상을 시도하는 하세가와의 경영전략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캐노피에는 흰색으로 고무실링 표현을 해줬는데 몇군데는 상당히 굵게 나와버렸다. 내공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팬톰 키트의 완성도를 평할 때 포인트가 되는 노즐과 그 주위부분. 김세랑, 정기영님의 작품들처럼 클리어옐로, 클리어레드 등으로 몇번에 걸쳐 색을 입히고 싶었지만 그냥 설명서대로 28번 흑철색 하나로 처리해버리고 말았다. 에어브러시가 1대라서 도료를 교체할 때마다 세척용으로 드는 락카신너가 장난이 아니거든… 베트남 3색위장 때문에 동체 칠하고 세척하는 데에도 벌써 락카신너가 배로 들어갔는데 노즐부위에까지 색을 몇 가지로 칠해버린다면 락카신너가 얼마나 더 들 것인가…

하세가와 팬톰 키트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은 바로 저 노즐 안쪽이다. 가장 안쪽의 애프터버너 부분은 잘 재현돼있지만 노즐내부가 완전히 민짜라서 당황스럽다. 그냥 락카 백색을 칠한 뒤 노즐커버색으로 대충 에어브러싱. (지금 보니 수평미익 한쪽 귀퉁이에 은색을 안 칠한 것도 있네?)

디테일업을 한 유일한 부분은 수직미익의 충돌방지등이다. 고수분들은 주익 양끝의 항법등도 투명부품으로 갈아주곤 하시지만 나같은 초보들에게는 너무 작은 부분인지라 그냥 이곳만 해봤다.

소위 ‘면적효과’에 따르면 완전히 동일한 색이라도 모형에 칠하면 크기가 작으므로 더 어두워보인다고 한다. (1:48 스케일이라면 흰색을 10% 정도 섞어줘야 어울린다고 한다) 사진은 플래시를 터뜨려 찍은 것이므로 밝아보이지만 실물은 락카 특색을 그대로 쓴 것이므로 상당히 어둡게 나왔다.

먹선넣기에는 유화 대신 저먼그레이(하면)와 무광검정(상면) 에나멜을 사용하였다. (아, 패널라인이 너무 얕아서 모든 패널라인을 P커터로 한번씩 더 파주었다) 대신 웨더링에 검은색 파스텔을 대량 사용함으로써 육중한 공군형 팬톰의 이미지를 살려보고자 하였다. 거의 탱크 같은 이미지가 되었지만 상당히 만족스럽다.

실제로 이런 무장이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예전 취미가에서 김세랑님이 타미야 1:32 F-4J 만드시면서 연료탱크x3, 사이드와인더x4, 스패로x4만 되어도 최대발함중량 초과라고 하신 바 있어서 범용폭탄x6까지 달기가 좀 꺼려졌다. 그래도……달았다…-_-;;;

그리고 이 ‘샤크티스’ 한정판의 기체는 구형의 사양이므로 일선에서 퇴역한 사양을 재현하고 있는 요즘의 F-4E 키트(30주년 기념 키트) 설명서를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 즉, 동체 중앙의 연료탱크는 키트설명서에 불요부품으로 되어 있는 E8, E9를 써야 한다. R1, R2는 F-15와 공용의 신형 중앙연료탱크라서 여기에 쓰면 안된다. (설명서 어디에도 언급되어 있진 않지만 한정판 키트에 든 샤크티스 도색3면도에는 이 구형 중앙연료탱크의 그림이 그려져있다)

또한 내측 파일런 양쪽 후미에 붙는 채프발사기(J8, J9) 역시 붙여서는 안된다. 이 채프발사기가 구형에는 안 붙고 신형에만 붙는다는 뜻은 아니다. 개개의 기체마다 붙은 놈, 안 붙은 놈이 제 각각인데 이 샤크티스 기체들에는 안 붙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것 역시 도색3면도에 의한 것이다)

또 하나, 내측 파일런과 TER 사이, 사다리꼴의 TER 어댑터를 플라스틱판으로 자작해줬다. 해군형은 TER 어댑터 붙은 사진이 자주 보이지만 공군형에서는 무장에 가려 잘 안 보여 자신이 없었는데 최근 공군형에도 사다리꼴의 TER 어댑터가 붙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걸 몰랐던 제작 당시에는 시험삼아 어댑터 없이 TER을 파일런에 직접 붙여봤더니 범용폭탄이 사이드와인더에 너무 바짝 붙게 되어 할수없이 어댑터를 만들어붙였던 거고…

이 한정판 키트는 2기의 팬톰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 나는 그 중에서 1번 사양(제3전술전투비행단, 필리핀 클라크 공군기지, 1981년)을 택해 만들었다. 지금 보니 눈이 너무 위에 가서 붙은 것 같기도 하다. 키트의 데칼 외에도 수퍼스케일 #48-147을 이용하여 자잘한 데이터 마크를 좀더 붙여주었다.

에어인테이크 내부는 흰색락카를 에어브러싱 해주어 동체조립전에 색칠해야 하며, 공기유량을 조절하는 팬(부품번호 D27, D28)은 동체도색이 다 끝나고 먹선넣기, 데칼링까지 완료된 후 최후에 붙여주는 것이 편리하다.

그나저나 실기와 비교했을 때 하세가와 키트는 실기보다 기수가 좀 짧은 게 아닌가 싶다. 실기 사진에서는 E형의 기수가 무진장 길어진 느낌인데 키트로는 J형 동체보다 별로 길어진 게 없으니… (물론 수치상으로는 축척이 정확할지 몰라도 ‘느낌’이 영~ 아니라는 거다)

주익/동체 위의 워크웨이나 수직미익의 코드레터, 끝단의 색띠 등도 모두 데칼처리. 동체 위 워크웨이는 중간부분에서 각도가 약간 꺾이므로 일단 중간부분에서 패널라인에 일치시킨 뒤 앞뒤로 남는 부분을 조금씩 잘라내는 방법을 써야 한다. 이렇게 가느다란 데칼은 붙인 뒤 마크소프터를 가급적 안 쓰는게 좋다. 마크소프터를 쓰면 그 가느다란 데칼이 녹으면서 삐뚤빼뚤해져서 대책없다. 본인도 결국 나중에 일부분을 제거하고 다른 데칼에서 그 부분만큼을 ‘땜질’하는 고생을 해야했다.

이처럼 폭이 좁거나 No Step, No Push 데칼처럼 데칼 크기 자체가 극도로 작은 경우에는 마크소프터가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마크소프터보다는 수퍼클리어로 탑코팅하여 ‘가둬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물론, 국적마크나 코드레터처럼 큰 것은 여전히 마크소프터를 사용해줘야 한다)

2002년 8월 2일부로 캐나다로 1년간 어학연수를 갈 예정이다. 아마도 이 팬톰이 어학연수 가기 전 마지막 비행기가 될 것 같은데 앞으로 1년 동안 비행기를 못 만진다고 생각하니 손이 근질거린다. 다만, 캐나다에 있으면서 북미지역의 모형계 사정을 살펴보고 배울 것이 있으면 배우고 익힐 것이 있으면 익히며 살 것이 있으면 사오도록(이게 가장 큰 목적이다…^^) 할 것이다. 그동안 이 초보의 보잘 것 없는 뱅기들에 관심가져주신 방문객 여러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다른 부분들 역시 업데이트는 안 되겠지만 [게시판]을 통해서 꾸준히 그곳 소식을 전해드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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