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chi C.202 Folgore의 복잡한 위장무늬를 칠하기 위해, 고급형 에어브러시를 구입했다.
GSI크레오스의 Mr. Airbrush Custom 0.18. 노즐 구경 0.18mm로서, 내가 가진 에어브러시(노즐 구경 0.3mm)보다 훨씬 더 섬세한 작업을 기대할 수 있다. (가격도 물경 2~3배 차이 난다. 무이자 5개월 할부 아니었으면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예전에 이것보다 더 작은 구경(0.15mm)의 Harder & Steenbeck 에어브러시를 구입해서 써본적이 있다. 0.18mm 일제 에어브러시와 0.15mm 독일제 에어브러시 중에서 고민하다가 0.15mm 독일제를 택하여 사용해봤던 것인데, 막상 사용해보니 페인트의 농도 조절이나 에어브러시 세척이 힘들고(컵이 분리형이다) 사용법이 은근히 까다롭더라. 일제 에어브러시에 익숙해진 나에게는 안 맞는 느낌이어서 결국 팔아버렸다. 어차피 대부분의 작업은 0.3mm 에어브러시로 가능하기 때문에 그 이후로도 큰 불편은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느끼고 이 에어브러시를 구입하게 되었다. (비록 노즐 크기는 0.15mm보다 좀더 크지만 0.15mm나 0.18mm이나 그게 그거라는 정신승리로 버티고 있다)
하드웨어 자체는 최고급 사양이다. 압력조절기, 니들스토퍼, 일체형 컵, 표면 특수코팅, 높은 내구도 등 일본식 에어브러시가 갖출 수 있는 모든 고급사양은 다 갖춘 것 같다.
하지만, 사용해본 느낌은 대체로 “제대로 사용하기에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하드웨어적인 면은 최고급이지만, 0.2mm 이하 에어브러시가 가지는 본질적인 문제 때문이다. 노즐 구경이 작은만큼 페인트를 평소보다 묽게 희석해서 써야하는데, 이게 문제다. 이렇게 묽게 희석해서 뿌리면, 종이 위에서는 아주 가늘게 잘 써지지만, 흡수력이 없는 플라스틱 위에서는 (뿌린 페인트가 표면에서 미끄러져) ‘꽃’이 피기가 일쑤다. 안료의 크기가 작은 래커 계열을 사용해서인지 그런 현상이 더 심한 것 같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봤는데, 나름 효과를 본 방법이 있다. 바로, “칠해질 표면을 무광코팅으로 덮는 것”이다. 테스터즈의 덜코트(Dull Cote) 따위로 표면을 무광택으로 만들면, 그 위에 덮이는 묽은 페인트들이 코팅층 아래로 흡수되거나 무광코팅 안료에 붙들려 옆으로 미끄러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써놓고 나니 좀 구차해보이고 돌팔이(…) 같지만, 내 경우에는 적잖이 효과를 봤다.
안료가 굵고 완벽한 무광택효과를 보여주는 아크릴 계열 페인트로 하지도장(下地塗裝)을 했다면, 굳이 무광코팅을 또 올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