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작업기의 마지막 사진은, 동체를 덮고 있는 줄무늬 위장을 칠하기 위한 지형(紙型)들이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지형과 마스킹을 아무리 섬세하게 한들 잘 될까?’하는 불안이 컸다. 스모크링을 칠한 것도 에어브러시 2대를 동시에 돌려가며 정신을 집중한 덕택이었지, 지형과 마스킹은 사실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다 잘라놓은 지형을 제쳐두고, 프리핸드 에어브러싱으로 색칠하기로 마음 먹었다.
실력이 없으면 좋은 장비(裝備)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나는 돈x랄 모델러이므로(…) 손바닥만한 1/72 프로펠러기 기체를 하나 만들기 위해 비싼 에어브러시를 하나 사는 엽기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섬세한 색칠을 위해 노즐 구경 0.18mm라는 GSI크레오스의 Mr. Airbrush Custom 0.18을 구입했다. 이하의 작업물은 모두 새로 구입한 0.18mm 에어브러시와 기존에 사용하던 0.3mm 에어브러시, 2대를 동시에 돌려 (지형작업 없이) 프리핸드로 처리한 것이다.
일요일 낮부터 늦은 밤까지 약 7-8시간을 들인 결과물. C21 바탕색 위에 C120으로 줄무늬 위장을 넣어주었다. 이미 작업을 끝냈던 오른쪽 날개의 스모크링 위장도 다시 재작업하였다.
스모크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워보이기는 하지만, 줄무늬 위장의 색칠도 좀처럼 쉽지만은 않다. 선의 모양과 굵기가 불규칙하기 때문이다. 내 나름의 요령은 다음과 같다.
- 바탕색(C21) 위에 에어브러시로 위장무늬(C120)를 그린다.
- 0.3mm 에어브러시로 바탕색을 뿌려 위장무늬 선의 모양과 굵기를 잡아준다. 위장무늬를 외곽에서 ‘깎아 들어가는’ 셈이다.
- 0.18mm 에어브러시에 위장무늬 페인트(C120)를 넣고, 흐릿해진 위장무늬 외곽선을 다시한번 또렷이 잡아준다.
사실, 1-2번만 해도 그만이지만 굳이 3번을 추가하는 것은 ‘밝은 색 위에 어두운 색이 올라가야 위장무늬의 블렌딩이 자연스럽다’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다. 어두운 색 위에 밝은 색이 올라가면 어두운 색 위로 밝은 색들이 흩뿌려지는데, 별로 자연스럽다는 인상이 들지 않는다.
오른쪽 날개의 스모크링도 같은 방식으로 재작업. 1주일 전의 작업물은 모두 0.3mm 에어브러시를 쓴 것이어서 (고군분투하긴 했지만) 스모크링이 굵고 흐리멍덩 했다. 0.3mm 에어브러시로 바탕색(C310)을 뿌려 스모크링의 내외부를 깎아들어가면서 스모크링을 가늘게 만들어주었다. 이후에는 역시 0.18mm 에어브러시로 위장무늬 색(C309)을 뿌려 스모크링의 뾰족뾰족한 획(stroke)과 패턴을 살려주었다.
7-8시간의 시간을 들여 어찌어찌 위장무늬는 다 칠했지만, 이대로만 끝낸다면 이번 제작의 레퍼런스인 Mr. Arrigo Babini의 2005년 작품보다 나은 점이 없게 된다. 조금 더 나은 완성작을 만들어보고자 유화물감 로우 엄버(Raw Unber) 색깔을 써서 전체적으로 필터링을 실시해주었다. Mig사의 Oilbrusher를 이용해 부분적으로 ‘점 필터링’도 실시했다. 래커 색칠만으로 끝냈을 때보다도 색감이 더 차분해지고 풍부해졌다.
동체 색칠과 웨더링이 끝난 뒤, 전체를 수퍼클리어(반광택)으로 코팅하고 무광검정색으로 먹선을 넣어주었다. 다음 텀(term)에는 데칼링을 겸해 완성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