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YouTube, 다양한 재료들의 등장으로 AFV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속도가 더뎠던 비행기 모형쪽의 색칠기법도 눈부시게 발전했다. 일본 모델러 하야시 슈이치(Hayashi Shuichi, 林 周市)의 작품이 소개되면서 널리 알려진 면이 있지만, 애써 찾아보자면 그 이전에도 다양한 미술적 기법을 써서 재미있는 시도를 하는 모델러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한 선구적인 시도들 중에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상업용 에어브러싱에서 쓰이는 Texture Template를 모형에 활용한 것이었다. “질감 템플릿” 또는 “특수효과 템플릿”이라는 의미로, Texture FX, Texture FX Airbrush Template 등으로도 불리는데, 불규칙한 무늬가 뚫려있어 에어브러싱 할 때 불규칙한 무늬를 낼 수 있게 해준다. 모델러 중에서도, 이 템플릿을 활용하여 F-14처럼 단조로운 로우비지(Lo-Viz) 위장에 다양함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 (출처) YouTube 채널 SK-Brush
다만, 이러한 제품의 대다수는 아쉽게도 “종이”로 되어있다. 그렇지 않아도 가격이 비싼데, 종이로 돼있어 재활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었다.
그런 와중에, Facebook을 통해서 독일 Uschi van der Roten사가 에치(Etch)로 된 제품을 내놓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미 나뭇결 무늬 데칼 등 재미있지만 정말 쓸모있는 모델링 액세서리들을 내놓은 바 있는 바로 그 메이커인데, 이번에도 굉장히 유용한 아이템을 선보이는 것이다. Pre-order할 경우, 전세계 배송료 무료라는 파격적인 옵션까지 제공하니, 구입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가격은 12.9유로로, 원화로는 16,000원 정도. 배송비까지 포함된 가격(Pre-order가 끝난 지금은 배송료가 별도로 붙는다)이니 그다지 비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8월초에 주문을 넣었고, 물건제작이 끝난 뒤 전세계로 배송되기 시작하여 오늘(9.20(금))까지, 내 손에 쥐기까지 한달 조금 남짓 걸렸다.
손바닥만한 작은 지퍼백에 6cm x 6cm 크기의 에치 3장(그래서 이름도 Trinity Splatter…)이 들어있는 것이 전부지만, 이 작은 금속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물리적인 크기만으로 따질 수는 없다. 굳이 소금이나 헤어스프레이 기법을 쓰지 않더라도, 이 템플릿을 사용하면 모형의 색감에 풍부함을 불어넣을 수 있겠다.
(사실, 모형계에 이런 제품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국 Airwave나 체코 Eduard에서 발매했듯, 각국의 국적 인식마크, 좀더 복잡하게는 2차 대전 독일공군기 측면의 모틀링(점박이) 위장까지 재현하기 위한 금속재질 템플릿이 이미 하나의 장르(?)로 존재하고 있기는 했다)
3장의 에치는 패턴 크기(대/중/소)에 따른 것이다. 뻥 뚫리지 않고 ‘한 덩어리’로 붙어있을 수 있도록 섬세하게 그려진 것이기 때문에, 보관할 때도 주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