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MG 비행기 거치대 (Airplane Building Berth)

비행기 모형은 원체 모양이 오묘해서, 제작시에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어떻게 놓아두어야 하는지 고민될 때가 많다. 모형제작 그 자체에 대한 기법이나 도구는 많지만, 정작 ‘어떻게 잡아야 하느냐?’라는 원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알아서 하세요’의 측면이 강했던 것이다. (이런건 누가 알려주지도 않고…ㅠㅠ)

이런 원초적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며 Tamiya에서 Spray-Work Painting Stand Set를 발매했던 적도 있는데… 아무래도 자동차 모형 만들 때나 적합한 제품 같다. 가느다란 철사 2개 위에 섬세한 비행기 모형을 올려두고 작업하기에는 영 미덥지가 않아 잘 안 쓰게 되더라.

그러다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우크라이나 LMG(Laser Model Graver)사의 Airplane Building Berth. 우리말로 바꾸면 ‘비행기 모형 작업대/거치대’ 정도 될 것 같은데… 1/32 스케일부터 1/144까지 범용으로 쓸 수 있는 #BB-01 제품을 구입해보았다. 내용물은 레이저 커팅된 합판(A3 사이즈), 설명서, 볼트, 스펀지 등이다. (eBay 판매자가 홍보 브로슈어도 넣어 보내줬다)

비닐로 잘 포장돼있긴 한데, 포장된 상태로도 희한한 냄새가 많이 난다. 유치원 다니는 아들 말로는 ‘나무를 찐 냄새’라던데… ‘어떻게 알았니?’ 물으니 유치원에서 쓰는 나무교재들에서 똑같은 냄새가 난단다. 레이저 커팅된 나무합판이니, 유치원 교재로도 비슷한 것들이 있을 법 하다.

이 제품은 앞서 말한대로 1/32부터 1/144까지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1/72에 집중하고는 있지만, 1/72 제트기류는 크기가 천차만별이어서 이 제품으로 구입했다. (요새는 1/144 폭격기 시리즈에 관심이 가기도 하고…) 참고로 1/72 전용으로는 다음과 같은 제품들이 더 있다.

  • #BB-07 (거치대가 4개이고 크기가 작음, 130mm x 160mm, BB-01보다 작은 버전)
  • #BB-16 (거치대가 3개이고 크기가 작음, 160mm x 175mm, BB-17보다 작은 버전)
  • #BB-17 (거치대가 3개이고 크기가 큼, 205mm x 215mm, BB-16보다 큰 버전)
  • #BB-28 (거치대가 3개, 프롭기 전용, 80mm x 85mm)
  • #BB-33 (거치대가 3개, 프롭기 전용, 80mm x 85mm, 접을 수 있음)

그밖에도, 다양한 거치대나 지그(Jig)를 판매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LMG사의 웹사이트를 둘러보시기 바란다.

레이저 커팅이 잘 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부품들은 손으로 뜯어내도 될 정도지만, 가끔 커팅이 덜 되어 톱질을 해줘야 할 때도 있다. 절단면의 폭이 매우 좁기 때문에 레이저소(Razor Saw)은 쓸 수 없고, 에치톱(Saw Etch)을 사용해야 한다. 잘라낸 다음에는 사포로 절단면을 정리해주면 좋다. (나무를 다듬는 것이므로, 내 경우에는 200~400번대의 거친 사포를 썼다)

각 부품은 고(古)가구를 만들 듯, “짜맞추는” 식으로 조립한다. 짜임이 매우 빠듯한데, 잘 안 맞을 때는 플라스틱 망치로 톡톡 쳐주면 잘 들어간다.

설계가 잘못되어 사용하지 못하는 부품도 있다. 기수와 꼬리를 올려놓는 Y자 거치대는 설명서에서 3개의 부품을 교차해서 조립하라고 되어있지만, 이렇게 조립할 때 두꺼워지는 폭을 6, 7번(Y자 거치대를 앞뒤로 지지하는 부품) 부품이 반영하고 있지 않다. 할 수 없이, Y자 거치대도 T자 거치대와 마찬가지로 2개의 부품만을 사용해서 조립해야 한다.

볼트의 경우, 길이가 긴 것이 4개, 짧은 것이 6개 들어있다.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긴 것은 하판과 4개의 거치대를 이어붙일 때 쓰고, 짧은 것은 각 거치대별로 길이조절 부품을 결합할 때 쓴다)

같이 들어있는 폭 좁은 스펀지(양면테이프가 붙어있다)를 Y자 또는 T자 거치대의 윗면에 붙여주면 완성. (안 붙여도 상관은 없다)

완성된 모습. 설명서에 붙은 완성도에서는 조절나사가 안쪽을 향하게 되어있지만, 위치/길이 조절의 편리함을 고려하면 이처럼 조절나사가 바깥쪽을 향하는 것이 맞다. 제작사 웹사이트의 완성작 사진을 봐도 그렇다. (설명서에서는 왜 거꾸로 조립한 그림을 붙여놓은 거지?)

팬톰을 거치해보았다. 기수와 꼬리의 Y자 거치대, 날개의 T자 거치대 등 4개의 거치대가 오묘한 모양의 비행기 모형을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색칠, 데칼링, 디테일업 등 어떤 작업에서도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잡아야 하느냐?’라는 원초적인 문제로 고민하셨던 분들이라면 한번 사용해보시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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