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E 제작기 #14 – Bataan 데칼 비교

데칼링에 들어가기 전,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준비한 데칼들을 소개한다. (A-10 만들 때 못지 않은 돈지x이다…)

내가 만들고 싶은 기체는 2000년대 초반, 하세가와 1/48 키트(#09383)로 만들어본 바 있는 ‘Bataan’ 80-312 기체다. 1981년 필리핀 클라크 공군기지(Clark AB)에 전개한 제3전술항공단(3rd TFW; the 3rd Tactical Fighter Wing) 소속 사령관 기체인데, 많은 샤크마우스 팬톰 중에서 내 눈에 ‘가장 잘 생긴’ 놈이다. 1/48로는 하세가와 #09383 키트 또는 Afterburner Decals #48-068 ‘3rd TFW’을 구하면 되는데, 1/72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사용할 수 있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 Fujimi / #72201 / F-4E Phantom II Shark Teeth (키트 데칼)
    * 샤크마우스과 테일코드 PN만이라면, #G-5 키트(1985년 최초발매된 패키지) 또는 동사의 F-4G Wild Weasel 키트(#G-6, #72202)의 데칼을 써도 된다.
  • Microscale (ex-Superscale) / #AC72-0047 / USAF Phantoms; F-4E Sharkmouths
  • ESCI / #9027 / F-4E/F Mc Donnell Douglas (키트 데칼)
  • Hasegawa / #00954 / F-4G Phantom II ‘Egypt I’ (키트 데칼)

먼저, Fujimi #72201 데칼과 Hasegawa #00954 데칼을 보자. Bataan 기체의 샤크마우스를 가장 잘 재현한 데칼은 사실 이 2종류 뿐이다. 기왕 구할 수 있다면 Hasegawa #00954 데칼이 좋겠으나, 이 F-4G 키트는 2009년도에 잠깐 발매된 한정판 키트여서 현 시점에서 구하기가 매우 쉽지 않다. (나는 MMZ 중고장터와 해외직구를 통해 2개나 구했다만…)

그럴 경우, 대안으로 쓸 수 있는 것이 Fujimi 키트 데칼이다. 위에 설명한 대로, 1985년 발매된 F-4E(#G-5), F-4G(#G-6) 키트, 2006년 리뉴얼로 발매된 F-4E(#72201), F-4G(#72202) 키트 등, 입수경로가 다양하다.

더구나, 자세히 보면, Fujimi 데칼은 Hasegawa 데칼과 도안이 거의 같다! Hasegawa에서 (기수 기관포구의 굴곡에 따라) 상하로 분리한 도안을 하나로 합친 것 외에는 모양, 크기 등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 샤크마우스 뿐만 아니라 저명도편대등 등 각종 스텐실 데이터도 Hasegawa 키트 데칼의 도안을 ‘강하게 참조했다’는 느낌이다.

Bataan 기체를 재현한 Hasegawa 최초의 키트가 1984년 발매된 신금형 #P3 키트(2001년의 #09383 키트도 이 키트의 재판이었다)였는데, 아마도 이 키트에 든 데칼을 Fujimi가 자사의 1/72 키트에 스케일다운하여 적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타사의 키트를 스케일업/다운하여 자사 제품으로 개발하는 것이 모형업계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므로.

Microscale #AC72-0047 데칼을 소개하기 앞서, 이 데칼의 원형이 된 옛날 제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Superscale(Microscale의 전신이다) #72-372 데칼이다. 리뉴얼 제품 #AC72-0047이 F-4E형만 다루고 있는 데 반해, #72-372는 F-4E 1기, F-4D 2기를 다루고 있다.

설명서 뒷면에는 데이터 데칼 가이드를 같이 실어두었다는 것도 리뉴얼판과 다른 점이다. (그러나, 글자가 작고 뭉개져, 설명서를 판독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 구판 데칼은 한때 유일한 3rd TFW ‘Bataan’ 1/72 별매데칼로 존재가치가 있었으나, 그 품질은 그리 좋지 못했다. 핀트가 어긋나거나, 도안이 그려지다 만 것 같다거나 하는 문제들이 있었다. 현 시점에서는 전혀 구할 가치가 없다 할 수 있다.

리뉴얼판인 Microscale #AC72-0047 데칼은,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워졌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설명서도 칼라고, 데칼의 도안/인쇄상태도 매우 깔끔해졌다. 샤크마우스 F-4E에 집중한 구성도, 제작사의 기획력이 올라갔구나 느끼게 해준다. (과거 Superscale에서 발매했던 수종의 F-4E 샤크마우스 데칼들을 이번에 모아서 발매한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별도 시트로 판매되고 있는 자사의 #AC72-0052 F-4 Phantom II Assorted Versions – Common Data – Camouflage & Dark Surfaces 데칼 1기분을 그대로 포함시켜 모델러의 구매욕을 자극시키고 있는데… (별매데칼은 2기분, 여기는 1기분만 세트) 3기의 마킹과 함께 1장에 담기 위해 데이터 데칼간 간격을 촘촘하게 밀집시킨 노력까지는 좋았는데, 다음의 2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 사용이 곤란하다.

  • 데이터 데칼의 설명서가 없다. (데칼설명서를 칼라로 양면인쇄한 노력이 빛이 바랬다)
  • 사실 이게 진짜 문제인데… 데이터 데칼의 크기가 크다. 1/72가 아니라 1/70~1/68 정도에나 어울릴 크기다. 원판인 #AC72-0052도 똑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 OMG…

그럼에도 불구하고, 3rd TFW ‘Bataan’ 기체를 만들 때 이 데칼이 여전히 유용한 것은 사실이다. 아래의 ESCI #9027 키트 데칼과 비교하면 그 장점이 더더욱 돋보이는데, 그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 샤크마우스를 제외한 나머지 도안들의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
  • 노란색, 초록색으로 대나무 모양을 낸 Bataan 마킹이 매우 정확하다. ESCI 키트의 도안은 노란색으로 ‘대충’ 그려져있다. (바탄 죽음의 행진(Bataan Death March)에 대해서는 나무위키 또는 Wikipedia 참조)
  • 캐노피 레일에 적힌 탑승파일럿들의 이름이 하얀색 필기체로 표현되어 있어 정확하다. ESCI 키트의 도안은 노란색 고딕체다.

만들고 싶은 마킹의 데칼이 없어, 기성품들을 이리저리 사모아 짜깁기 하는 것은 나의 악취미(?) 중 하나다. 제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제품들을 사모았다가 품질이 예상만큼 좋지 않거나, 나중에 더 좋은, 더 정확한 제품이 발매되어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마킹의 경우에도 그랬다. 고색창연한 ESCI 키트 데칼, (옛) Superscale 데칼, Fujimi 키트 데칼, (새) Microscale 데칼, Hasegawa 키트 데칼까지…

Bataan 기체를 만들기 위해 쓸만한 제품이 나올 때마다 꾸역꾸역 사모았으니, 제조사들 입장에서 보면 호구도 이런 호구가 없었을 것이다. ‘좀더 잘 만들어보겠다’는 집착을 조금만 버리면 여러모로 편할텐데, 그걸 포기하기가 왜이리 쉽지 않은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