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 Airfix

호커 시들레이(제작사) 블랙번 버캐니어(이름)는 1960년대 영국 항모항공단에서 사용되었던 공격기이다. Blackburn은…검게 태운, 뭐 그런 뜻이고 Buccaneer는 17~18세기 활약한 유명한 해적의 이름으로 악당의 대명사로 쓰이는 모양이다. 지금은 A-6, A-7 같은 명공격기 덕분에 함상공격기라는 개념이 잘 알려져있지만 항공사적으로 보면 이 버캐니어가 세계최초의 함상공격기라고 한다. (취미가 1994년 11월호 참조)
1962년 최초양산형인 S1이 영국해군에 납품되었으나 곧 개량형인 S2가 등장한다. 이후로 이 본격양산형(?)인 S2를 기본으로 공군형인 S2B가 만들어졌고 해군에서도 S2C, S2D의 개량형을 개발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60여대가 수출되었는데 그 수출형은 S50 SAAF라고 한다) 현재 버캐니어는 영국해군에서 완전히 퇴역했지만 영국공군에서 일부를 걸프전에 투입시키기도 하였다.

에어픽스에서 1:48 버캐니어가 나온 것은 1990년대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걸프전 아이템으로 출시된 것 같다) 이놈이 나온 것을 계기로 취미가에서 유럽전투기 특집을 마련한 것이 1994년 겨울이었으니까… 에어픽스에서는 공군형인 S2B, 해군형/남아공수출형인 S2/S2C/S2D/S50 SAAF의 두 가지로 패키지를 나누어 발매했다. 여기서 내가 쓴 것은 당연히 후자인 해군형 패키지다.
어쨌건 키트평은 90년대 초반이나 지금이나 ‘그래도 나와주어 좋다!’라는 의견과 ‘인간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처절한 키트다!’라는 의견으로 양분되는 것 같은데… 나는 전자쪽이다. ^^ 투박한 (-) 패널라인, 우둘두둘한 표면, 엄청난 뒤틀림과 안맞는 부품 등 단점이 많긴 하지만, 자작하지 못할 바에야 전체적인 비례만 좋으면 나는 그냥 만들자는 주의다.

주익을 접을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주익을 접어봤는데 위에서 보면 꼭 고등어나 꽁치 같다. 걸프전에 참전하여 전체를 사막색으로 칠한 공군형의 S2B는 만들어놓고 나면 ‘고구마’처럼 보이는데 이놈은 진청색/흰색의 투톤도장이라 그렇게 보이지 싶다.

동체는 기수까지 포함하여 상하분할이다. 타미야 퍼티와 순간접착제, 플라스틱판 쪼가리 등 온갖 재료를 동원하여 메우고 다듬고 사포질하고 그래야 한다. 사포질이 전체공정의 약 절반은 차지하는 것 같다. 그래도 전체적인 실루엣은 실기의 그것을 비교적 잘 재현하고 있어 만족스럽다.

콕피트는 전방석과 후방석 사이의 유리칸막이(?)가 내부에서 삽입되게 되어 있으므로 조립 첫단계부터 만만치가 않다. 계기판은 데칼로 처리되어 있지만 민짜판이 아닌 블록별로 데칼을 붙이게 되어 있으므로 비교적 입체감이 잘 살아난다. 단, 데칼이 오래되어(?) 잘 떨어지므로 무수지접착제를 살짝살짝 발라 완전히 녹여주었다.
좌석의 디테일은 매우 훌륭하다. 시트벨트 정도만 추가해주면 별매품 부럽지 않다. (Neomega사에서 버캐니어 콕피트 세트가 나와있긴 하지만…) 다만, 파일럿 인형은 완전히 못쓸 물건이라 아쉽다. 만약 제대로만 나왔으면 흔치 않은 영국해군항공대 파일럿 인형으로서 나름대로 의미를 가질 수 있었을텐데…
색칠은 모두 험브롤에나멜로 지정되어 있다. 콕피트 중간의 유리칸막이 고무실링과 캐노피의 고무실링은 둘다 험브롤 103번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유리칸막이는 타미야에나멜 살색(XF-15)으로 붓질, 캐노피 고무실링은 군제락카 레이돔(315)으로 이중마스킹 처리해주었다.
설명서에는 캐노피를 닫은 상태로만 나와있지만 인터넷에서 실기와 몇가지 작례를 참조하여 연 상태로 세팅.

동체상면의 패널라인. 도랑수준이라 투박하긴 하지만 먹선만큼은 샤프하게 들어가도록 P커터로 한번씩 더 파줬다. 먹선넣기는 유화(로우엄버)를 처음으로 사용해봤는데 상당히 효과가 좋았다.
양쪽에 네모낳게 테두리를 이루어 붙어있는 데칼(93/94번)은 원래 테두리 안까지 데칼이므로 테두리 부분만 잘라내어 붙이는 것이 좋다. 등 한가운데의 흰 안테나는(부품번호 76번) 2개가 필요하지만 내 키트에서는 1개밖에 찾을 수 없어 나머지 하나를 플라스틱판으로 자작해줬다. (부품을 잃어버린 것 같지도 않은데…)

함재기이므로 날개를 꺾어봤다. (계획대로라면 해군기인 이놈은 날개를 접어 만들고 공군기인 S2B는 날개를 펴서 만들어 총 2대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놈 말고 버캐니어를 한 마리 더 만들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접철부의 디테일은 실기의 그것보다 무척 빈약하다. 인터넷에서 접철부의 사진을 구해 나름대로 디테일업을 해봤다. 비행기의 날개단면은 무게를 줄이기 위해 골조부분 외에는 속이 비었으므로 접철부에도 구멍을 숭숭 뚫고, 런너 늘인 것으로 배선을 몇가닥 추가한 것이 디테일업의 포인트였다.
플랩도 꺾고 싶었지만 사포질에 지쳐서 관뒀다. (플랩 꺾이는 선도 확실히 몰드되어 있으므로 플랩꺾기가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 영국군 비행기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아랫면의 거대한 로마자 숫자도 역시 귀찮아서 그냥 데칼을 여백없이 잘 잘라 붙이는 것으로 끝냈다. (아, 이 만성적인 귀차니즘…)

수직미익은 동체 중간부터 내려오는 돌출부에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동체상판에 몰드된 이 돌출부와, 별도부품인 수직미익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고 단차가 꽤 나서 순간접착제로 메우고 또다시 사포질! (원래 퍼티로 했으나 패널라인 새기다가 퍼티의 기포 때문에 개떡이 되어버려 순간접착제로 재작업!)
수직미익에는 리벳자국이 꽤 있는데 철필로 한번씩 더 찍어주지 않으면 먹선넣기가 잘 안된다. 한편, 수직미익의 Royal Navy는 물론, E자도 데칼로 처리한 것. 대지 여백을 잘라내주지 않아 들뜬 것이 보인다. 원래 E자만큼은 스텐실하려고 했는데 이것 역시 귀찮아서…

뒷모습. 버캐니어는 길이가 상당히 길어서(거의 F-14 수준임) 항모에 주기할 때도 에어브레이크를 열어놓는다고 한다. 모형에서도 이것이 매력포인트인지라 역시 열어주었고… 브레이크의 단면은 설명서대로 험브롤 127번(FS36375)을 사서 붓질해줬다.
불룩 솟은 엉덩이(?) 양 옆의 노즐부분도 부품이 영 맞지 않아 퍼티, 순간접착제, 사포의 3연속콤보 작업이 필요한 부분이다. 요약하자면, 버캐니어 키트에서 이 사포질이 필요한 곳은 4, 5곳 된다. 상하분할된 기수, 공기흡입구 양쪽, 노즐 양쪽, 수직미익의 동체연결부… (적어놓고 보니까 전부 다네? -_-;;;)

해군형 키트는 S2, S2C, S2D, S50 SAAF 등 총 4가지 사양으로 선택조립할 수 있다. 그러나 메인타입이라 할 수 있는 S2C와 S2D는 험브롤 123번 단색도장으로 재미가 없고 S50 SAAF는 좀 유치한 배색이다. 결국 구형모델이긴 하지만 진청색과 백색의 투톤도장이 멋진 S2형을 계획하고 처음부터 S2 사양으로 제작, 도색했다.
S2C/S2D에서는 전체를, S2/S50에서는 상면을 덮도록 되어있는 험브롤 123번은 Extra Dark Sea Grey라는 색이다. 이 색은 군제락카로 333번에 해당된다. 단순히 색감만 보자면 331번이 험브롤 123번과 더 가까운 것 같지만 인터넷의 여러 자료들에서 제시하고 있는대로 333번을 칠해줬다. 밑면은 그냥 유광흰색(군제락카 1번)을 사용했다. 덩치가 좀 커서 그렇지 마스킹은 직선으로 쉬워서 도색은 거의 일사천리였다.

오른쪽 연료탱크. 처음 사용해본 유화의 워싱효과가 만족스럽다.

배면의 모습. 공격기이긴 한데…무장으로 들어있는 범용폭탄들이 미군기의 그것과는 달리 좀 우스꽝스럽게 보여서 연료탱크 외에는 달지 않았다. 멋있게 생긴 로켓포드 같은 것도 들어있긴 한데 S2C/D용이라 S2에는 달 수 없었다. 주기상태로 설정해놨으니 무장을 안 달아도 뭐…^^;;;
그나저나 흰색의 배면을 보니 이번에는 또 상어 같기도 하다…

재현한 기체는 1966년 항모 이글에 전개한 제800 항모항공단의 S2형이다. (No. 800 Naval Air Squadron, Fleet Air Arm, H.M.S. Eagle, 1966) 모든 마킹에는 데칼을 사용.

못생긴 놈이긴 하지만 인터넷을 보니 팬들도 꽤 있는 것 같다. 키트 역시 못생겨보이지만 공들여 만들다보면 비례도 괜찮고 훌륭한 것 같다. (그러나 공군형 S2B 한 대 더 만들기를 언제 시작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