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에 포스팅이 좀 뜸해졌던 것은, 에어브러시와 콤프레서를 개비(改備)하느라 정신이 팔려 그랬던 까닭도 있다. 20년 가깝게 쓰던 리치펜(Richpen) 에어브러시 대신, 좀더 고급스러운 신제품을 써보고 싶었기 때문.
인터넷에 올라온, 제조사의 공식 스펙을 보며 이래저래 따져보았는데, 막상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나와있지 않았다. 결국 키트나 데칼을 구입하듯, 눈여겨 보았던 에어브러시들을 사들여 직접 비교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아, 에어브러시마저 돈지x…)
내가 중시했던 정보는 이것들이었다.
- 에어브러시의 무게 (나이가 드니, 가벼운게 좋더라)
- 푸시버튼/레버/트리거의 압력 (나이가 드니, 역시 힘 적게 드는게 좋더라)
- 페인트컵은 페인트낭비가 없고 청소가 편하도록 중력식/일체형/깔대기형일 것
- 기본장비로 쓸 것이므로, 노즐은 무난한 0.3mm (건타입이나 미세노즐(0.18mm)은 있으니까)
…이렇게 준비된 에어브러시를 모두 늘어놓고 한 컷. 왼쪽 위부터…
- 리치펜(Richpen) 아폴로 113C (Apollo 113C) : 예전부터 써오던 기본장비
- 이와타(Iwata) HP-CH : 후보 1호 (새로 구입)
- GSI(군제) 프로콘보이 플래티넘(Procon Boy WA Platinum) 0.3 Ver.2 : 후보 2호 (새로 구입)
- 타미야(Tamiya) 스프레이워크(Spray-Work) HG 트리거 타입 : 기존 보유장비
- GSI(군제) Mr. Airbrush Custom 0.18 : 기존 보유장비
먼저, 정밀 전자저울(측정단위 0.1g, 최대 3kg)을 써서 무게를 비교해본다.
- Richpen / Apollo 113C / 102.7g (가장 가볍다)
- Iwata / HP-CH / 111.9g
- GSI Creos / Procon Boy WA Platinum 0.3 Ver.2 (PS-289) / 126.4g (의외로 무겁다?!)
- Tamiya / Spray-Work HG Trigger-Type Airbrush / 188.2g (아무래도, 가장 무겁다)
- GSI Creos / Mr. Airbrush Custom 0.18 (PS-770)/ 109.8g (의외로 가볍다?!)
이번에는, 푸시버튼/레버/트리거의 압력을 재본다. 더블액션 에어브러시의 경우, 아래로 누르면 공기가 나가고 (그 상태에서) 뒤로 밀면(당기면) 페인트가 나가는 식이어서, 엄밀히 푸시버튼/레버/트리거의 압력을 재자면 (1) 아래로 누르는 압력과 (2) 뒤로 미는(당기는) 압력을 각각 재는 것이 맞지만, 집에 이걸 측정할 수 있는 전문적인 도구가 없으므로 고무줄을 이용해서 (2) 뒤로 미는(당기는) 압력만 ‘대충’ 재보기로 했다.
고무줄을 이용해 푸시버튼/레버/트리거의 압력을 재는 아이디어는 인터넷을 참고했다.
- Richpen / Apollo 113C / 누르는 압력도 크게 필요하고, 미는 압력도 크게 필요하다.
- Iwata / HP-CH / 누르는 압력도 부드럽고, 미는 압력도 부드럽다. 리치펜보다 힘이 30% 정도 덜 들어가는 느낌.
- GSI Creos / Procon Boy WA Platinum 0.3 Ver.2 / 누르는 압력이 제일 부드럽고, 미는 압력도 부드럽다. 이와타(Iwata)와 비교했을 때, 미는 압력은 비슷한 것 같은데, 누르는 압력은 좀더 적게 든다. 버튼과 손잡이(밸브뭉치)가 꺾임 없이 바로 이어지는 Procon Boy 시리즈 특유의 구조 덕을 보는 것 같다. (그만큼 부품수도 적다)
- Tamiya / Spray-Work HG Trigger-Type Airbrush / 트리거를 당기면 공기가 나오고, 거기서 좀더 당기면 페인트가 나가는 식인데, 아무래도 가장 큰 힘이 들어간다.
- GSI Creos / Mr. Airbrush Custom 0.18 / 프로콘보이와 비슷하다.
이상을 정리해보면 다음 표와 같다.
제조사 | Richpen | Iwata | GSI(군제) | Tamiya | GSI(군제) |
---|---|---|---|---|---|
제품명 | Apollo 113C | HP-CH | Procon Boy WA Platinum 0.3 Ver.2 (PS-289) | Spray-Work HG Trigger-Type Airbrush | Mr. Airbrush Custom 0.18 (PS-770) |
무게(g) | 102.7 | 111.9 | 126.4 | 188.2 | 109.8 |
버튼/레버/ 트리거 압력 (누르기) | 강 | 약 | 좀더 약 | – | 좀더 약 |
버튼/레버/ 트리거 압력 (당기기) | 강 | 약 | 약 | 강 | 약 |
페인트컵 | 깔대기형 아님 | 깔대기형 | 깔대기형 | 깔대기형 | 깔대기형 |
노즐(mm) | 0.3 | 0.3 | 0.3 | 0.3 | 0.18 |
기타 | – | 공기밸브, 니들스토퍼 | 공기밸브, 니들스토퍼 | 니들스토퍼 | 공기밸브, 니들스토퍼 |
나의 선택 | – | V (새 기본장비) | – | V (기존 보유) | V (기존 보유) |
위와 같이, 나의 선택은 이와타(Iwata) HP-CH다. 가벼운 무게, 부담 없는 버튼/레버/트리거 압력은 물론이고, “고급형 기본장비”라는 나의 모순적인 욕심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HP-CH가 너무 고급이라 생각한다면, 공기조절밸브가 없는 HP-CP를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은 에어필터 등에 공기조절밸브가 붙어나오는 경우도 많으니까, 본체에 공기조절밸브가 없으면 그만큼 무게도 감소하고 관리도 편해진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HP-CH와 HP-CP도 비교 분석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