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23의 최종발달형인 MLD 타입, 그 중에서도 1990년대 초반 동독주둔 소련군의 최후기형 기체를 만들기로 결심한 처음부터, 무장을 다음과 같이 정해두었다.
- R-23/R-24 공대공 미사일(NATO 코드명 : AA-7 Apex) x 2발
- R-73 공대공 미사일(NATO 코드명 : AA-11 Archer) x 2발
- 주익의 연료탱크 x 2조
위와 같은 조합은 MiG-23 계열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상당히 특이한 축에 속한다. 냉전시대 (소련군 입장에서) 서유럽전선의 최전방에 배치(최신형 미사일 R-73을 운용하게 된 이유다)되었지만, 독일 통일에 따라 본국(러시아)으로의 철수를 앞두고 있는 역사적 상황(장거리비행을 위해 연료탱크를 장착한 이유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셈인데… 이 무장조합을 꼭 재현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 욕심 때문에 꽤 힘이 들었으니…
1. 기수-동체의 접착강도 확보
우선, 기수와 동체의 조립강도를 확보하기 위해 약간의 가공을 했다. 동체(하면 쪽)는 콱 막혀있어, 이대로 기수를 접착하게 되면 무게추를 넣은 기수가 뚝- 하고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황동파이프나 에폭시 퍼티 등으로 기수와의 연결강도를 확보해주기 위해 동체쪽 격벽을 뜯어냈다.
2. 하면(下面) 연료탱크
하면 연료탱크는 파일런과 일체형으로 사출되어 있다. 모양이 나쁘지는 않지만, 도면을 보면 파일런의 위치가 잘못돼있다. 올바른 위치에 재접착하기 위해 파일런을 잘라냈다. 접착강도 확보를 위해 동체-파일런-연료탱크를 관통하도록 곤충핀을 꽂아주었음은 물론이다.
3. MLD형 피토관
피토관은 폴란드 Master사의 #AM-72-041 제품을 사용했다. MiG-23MLD형에만 달려있는 와류발생판(Vortex Generator)이 에치로 재현되어 있어 이걸 제대로 붙이는 데 매우 고생했다. 잘 붙인 것 같아도 정면이나 측면에서 보면 비뚜름 하거나 대칭이 안 맞아 뜯어내고 다시 붙이고…
결국 타협을 본 것이, “아랫면은 깨끗이 붙이기를 포기하자”는 것이었다. 1/72 스케일에서 코딱지보다 작은 에치와 황동 피토관을 각도를 맞춰가며 순간접착제로 깨끗이 붙이기에는 아직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절감하면서, 모형을 볼 때 눈에 바로 들어오는 윗면만 살리고, 아랫면은 어느정도 순간접착제 자국이 남더라도 참고 넘어가기로 한 것이다.
완성된 피토관을 기수 레이돔에 꽂은 모습. 아쉽지만 이정도로 타협하는 것이 좋겠다. 이제 무장으로 넘어가면 본격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테니 말이다.
4. R-23T 공대공미사일
서구의 AIM-7에 대응되는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R-23은 예전부터 구하기 어려운 무장이었다. MiG-23 전용이라 그렇겠지만, ICM이나 Dragon의 허접한 플라스틱 별매무장이나 R. V. Aircraft의 레진 별매품(#RVAC 72006, #RVAC 72007)을 쓰는 수밖에는 없었다.
R. V. Aircraft 제품은 동사가 2011년 MiG-23 시리즈를 발매하며 같이 발매한 것이다. R-23R(레이더 타입)과 R-23T(TV유도 타입)을 모두 출시하고, 에치와 데칼 등을 포함시킨 화려한 제품이었지만 금세 단종되어 현재는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나는 예전에 구해놓은 것이 있었다)
그러던 중, 2019년도에 우크라이나 Res/Kit에서 느닷없이 3D 프린팅 출력물로 R-23R(#RS72-0161)과 R-23T(#RS72-0162)가 출시됐다. 나는 이미 R. V. Aircraft 레진 별매품을 2개나 갖고 있었지만, 신제품의 유혹 때문에 Res/Kit 제품을 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 드디어 2개의 제품을 비교하여 제작해볼 수 있게 됐다.
R. V. Aircraft 제품은 레진 탄체, 에치 날개로 구성된 클래시컬한 구성이지만, Res/Kit 제품은 3D 출력물이 주(主)다. 에치는 탄체 끝의 노즐쪽에 작게 붙는 것이 전부다. (사실, 없어도 그만일 정도다) 두 제품 모두 데칼이 제공된다.
R. V. Aircraft 제품은, 재료뿐만 아니라 조형(造形)과 디테일에서도 고전적인 맛이 물씬 풍긴다. ‘손과 플라스틱 판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확 난다. 하지만 Res/Kit 제품은, 손으로는 도저히 새기거나 심기 어려운 디테일들이 잘 살아있다. 3D 출력물임을 보여주는 적층자국이 보이긴 하지만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도면과 비교해본 크기나 모양도 Res/Kit 제품이 좀더 정확한 것 같다.
TV유도형인 R-23T의 경우, 탄두의 렌즈가 특징이다. Res/Kit 제품 #RS72-0162은 이 부분을 투명부품으로 찍어놨는데, 탄체보다 조금 크다. (탄체에 프라이머나 페인트를 올리게 되면, 크기가 맞으려나…?)
주익 가동부에 파일런과 함께 장착한 모습. MiG-23 본연의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 다만, R-23의 발전형인 R-24가 아니라는 아쉬움은 있다.
사실, 제작 중간에 R-24의 자작을 시도한 적이 있다. R-23보다 길이가 조금 길어졌다고 알고 있어서, 도전해본 것이다. 지름 3cm 플라스틱 봉과 (어차피 폐기처분될) R. V. Aircraft제 R-23 레진별매품을 결합하면 될 것 같았는데… 단순히 길이만 길어진 것이 아니라, 세세한 디테일들이 꽤 많이 달랐다. 특히 R. V. Aircraft제 R-23 별매품의 탄체 단면이 정원이 아닌 타원형이어서(?!) 플라스틱 봉에 바로 이어붙이는 작업 자체가 어려웠다.
결국 R-24의 자작은 실패. 하면에는 최신형인 R-73을 장착하면서, 주익 가동부에는 (비교적 구형인) R-23(R)을 고수하게 된 데에는, 이러한 사연이 있는 셈이다.
5. R-73 공대공미사일, 런처, 파일런
어쩌면 이게 이 포스팅의 본론일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최후의 MiG-23″이라는 개념이 “R-73을 장착한 MiG-23″라는 데서 출발한 것이기도 하고…
이번 제작의 하일라이트인 R-73은 Eduard Brassin 별매품을 동원했다. #672 100 MiG-29 Weapon Set(이 제품에 R-73 등 MiG-29용 공대공 무장 일체가 들어있다)와 #672 151 R-73 / AA-11 Archer을 모두 갖고 있어, 비교해보며 사용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하나의 원형을 2개의 제품으로 기획한 것이겠거니 했는데, 다른 제품이었다.
설명서에서 볼 수 있듯, #672 100에 든 R-73은 탄두의 소형핀이 모두 일체화돼있지만 에치로 탄체의 일부 디테일을 붙여야 한다. 그 반대로, #672 151의 R-73 별매품은 탄두의 소형핀은 에치로 붙이고, 탄체의 다른 디테일은 따로 붙일 것이 없다. (노즐은 둘다 별도부품 처리돼있다)
파일런도 다르다. #672 100의 런처들은 ‘MiG-29용 무장세트’라는 제품 컨셉에 맞게 사다리꼴형 어댑터가 모두 붙은 상태로 부품화 돼있다. 하지만 #672 151의 APU-73 런처는 사다리꼴형 어댑터가 모두 분리돼있다.
조립편의성, 디테일 등을 감안한 나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 R-73 미사일 : #672 100 MiG-29 Weapon Set에 든 것을 사용
- APU-73 런처 : #672 151 R-73 / AA-11 Archer에 든 것을 사용
… 좀 낭비(돈지x?) 같긴 하지만, 조립이나 개조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저게 최선이 아닐까 싶다. 굳이 변명하자면 “R-73이나 APU-73 런처는 인젝션 키트에 든 것으로도 좋은 것들이 많으니 굳이 Eduard Brassin 별매품을 쓰지 않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것.
사다리꼴형 어댑터가 붙지 않은 APU-73 런처를 사용하긴 하지만, MiG-23 하면(下面)의 전용 파일런과 결합하기 위해서는 결합부위를 메워줘야 한다. 플라스틱 각재를 사용했다.
MiG-23에서 R-73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APU-73 런처와 함께 전용의 파일런이 필요하다. (APU-60나 APU-60-2 듀얼런처를 장착하는 통상파일런은 키트에 들어있다) 이것은 어디에서도 출시돼있지 않기 때문에 자작해야 한다.
정확한 크기(Dimension)는 알 수 없지만, 자료집에 나온 믿을만한 1/72 스케일 도면을 보면서 오랜만에 자작을 시도해본다. 1/72 기준으로 폭이 1.5cm 정도 되는 것 같으므로 0.5mm 플라스틱 판을 3장 겹쳐 ‘덩어리’를 만들고 도면에 따라 깎고 다듬어 대충 모양을 흉내내본다.
완성된 모습. 자료집의 도면과 사진을 참고하여, 형태와 디테일을 최대한 재현하려 했다. 모양이 묘하게 생겼다 뿐이지, 표면디테일이 복잡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APU-73 런처가 앞으로 급하게 기울어져 붙은 각도가 이 전용파일런+런처 조합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6. 주익 연료탱크
앞서 소개했듯, 제833비행대의 MiG-23MLD들은 러시아로 귀환하는 장거리 비행을 위해 주익에 모두 연료탱크를 달고 있었다. 키트에는 하면 연료탱크만 들어있기 때문에 또 R. V. Aircraft제 별매품(#RVAC 72015)을 구했는데… 이 제품에는 파일런이 없다. (!!!!) 결국 또다시 파일런 자작…
역시 0.5mm 플라스틱 판을 3장 겹쳐 (도면을 보면서) 각을 만들어주는 등 자작하면 되는데… 한 가지 난관이 있다. 이번 제작시에 날개를 반(半) 가동식(또는 선택식)으로 만드는 바람에 주익의 각도에 따라 연료탱크의 각도도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고민하던 끝에, 다른 모델러들이 종종 쓰는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바로 파일런과 날개에 자석을 심는 것이다. 여러 종류, 여러 크기의 네오디뮴 자석을 구입해서 다양한 재료와 시험해본 결과, 이번 MiG-23에는 원형자석과 굵은 서류용 클립을 사용하기로 했다.
- 자석 구매처 : 자석랜드 http://www.magland.co.kr/
자작한 파일런에는 지름 1mm의 서류용 클립을 박았다. (클립은 연료탱크와의 결합핀 역할을 겸하게 된다) 이때는 다음을 주의해야 한다.
- 파일런 중앙에 클립이 박혀야 한다. 날개의 각도가 바뀌더라도 연료탱크는 축(軸)을 중심으로 돌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 클립을 파일런 표면에 노출되도록 해서 (날개 밑면에 심는) 자석과 최대한 가깝게(직접적으로) 붙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레진제 연료탱크 무게가 상당하므로, 클립과 자석 사이에 이물질(플라스틱판, 순간접착제 층, 페인트 피막 등)을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 그래야 자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날개 밑면에는 지름 2mm, 높이 1mm의 원형 네오디뮴 자석을 붙였다. 전동공구 팁을 사용해 자리를 파내고 순간접착제를 이용해 붙이면 된다.
위에 말한 1, 2번 주의사항은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1) 파일런의 축(Pivot) 자리에 자석을 심어야 하고, (2) 파일런의 클립과 최대한 가깝게(직접적으로) 붙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짜잔~ 완성된 모습. 이제 날개의 각도에 상관 없이 연료탱크를 붙일 수 있다. 서류용 클립과 네오디뮴 자석의 크기가 원체 작아서, 실제로는 조금 덜덜 거리긴 하지만 레진제 연료탱크를 쓰면서 걱정했던 것보다는 안정적으로 붙는다. R-23 파일런과 간섭이 생기지 않는지 체크해보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7. 참고서적
예전에 MiG-23 자료집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후에 구입한 자료서적이 있다. 바로 체코 4+ Publications의 MiG-23 Fighter Variants다. 1994년 발간된 서적으로서, 체코공군의 MiG-23MF/ML만을 다뤘다는 한계는 있지만, 풍부한 사진자료, 신뢰도 높은 1/72 도면 등 모델러를 위해 알찬 내용으로 채워진 좋은 자료집이라는 생각이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구해보시길 권한다. (이 책뿐만 아니라, 4+ Publications사의 구 동구권 기체 자료집들 대부분이 우수한 편이다)
8. 보조 인테이크
MiG-23 계열의 수직미익 기부(基部) 언저리 좌우측에는 애프터버너 냉각용의 작은 보조흡입구가 있다. 키트에도 별도 부품으로 재현돼있긴 한데, 단면형상이 이상하고(둥글둥글한 삼각형이어야 하는데, 부품은 원형이다) 속이 꽉 막혀있다. 단면형상은 도저히 수정할 수가 없어 포기하지만, 속을 뚫어주는 정도는 도전해볼만 하다. (1/32와 1/48로는 Quickboost에서 별매품이 나와있는데, 1/72로는 없다)
철필로 중심을 찍고, 핀바이스로 점차 구멍을 넓혀준 뒤, 전동공구로 속을 파낸다. 실물이 얇은 철판이기 때문에 최대한 얇게 가공해야 하는데, 전동공구 팁을 용도나 상황에 맞게 2~3개를 번갈아 사용하며 조심스럽게 파내야 한다. 다 파낸 뒤에는, 중앙을 가로지르는 용도불명의 철판(?)을 얇은 플라스틱판으로 재현하면 끝.
9. 마치며
약 한달간 두문불출했던 결과물. 아직 하면(下面) 방향타, GSh-23 기관포, 그리고 무엇보다도 랜딩기어(!!!)가 남긴 했지만, 나를 MiG-23MLD 제작으로 이끈 특별한 조합의 무장은 이제 마무리된 것 같아 기쁘다. 좀더 분발해서 이제까지 인터넷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 멋진 MiG-23MLD를 완성시켜보고 싶다.
역시… 깊이가 다르시군요 !!!
^^
빨강개구리
친히 여기까지 와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쉬엄쉬엄 만들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우리나라에서 별로 인기 없는 1/72로 하다보니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고치려 해도 여러모로 한계가 많습니다. 자작이니 별매품이니 하는 것들도 다 그런 한계를 넘어서보자 하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