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브러시 거치대는 현재 대만산 보급형 제품이 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한동안 그래왔지만, 트리거 타입이나 노즐 하단에 공기조절밸브가 달려있는 등, 비정형 에어브러시를 갖추다보니 일반적인 에어브러시 거치대와는 다른 것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블로그를 쭉 보신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최근 공구욕심이 커진 데도 이유가 있을테고…
Anest Iwata 제품을 해외에서 조달한지 얼마 안돼, Tamiya에서 유사한 제품을 출시한 것을 알게 됐다. 이놈의 호기심은 이번에도 어쩔 수가 없어서(…) 두 제품을 모두 구입한 뒤, 비교리뷰를 올려보기로 했다.
1. Universal Airbrush Holder (Anest Iwata, #AH400)

일본 Anest Iwata에서 2016년에 출시한 제품이다. 가격은 약 30달러선이지만, 이상하게 한국 배송비가 높게 책정돼있다. 오히려 국내에서 해외구매대행업체를 이용하는 편이 가장 싸게 든다. (해외판매자들이 대부분 자국내 내수 위주 판매자여서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탁상용 클램프 방식을 채용하고 있지만, 이 제품의 가치는 와이어 방식의 거치대에 있다. 에어브러시가 안정적으로 놓일 수 있게 굵고 강한 와이어를 절묘하게 구부려놓았다.

와이어에는 반광택의 고무코팅이 돼있어 에어브러시가 미끄러지거나, 표면에 흠이 가는 일이 없다. 동시에 거치할 수 있는 에어브러시는 2대에 불과한 것이 좀 아쉽다.

에어브러시가 위로 들리지 않게, 노즐 부위에 턱을 만들어둔 점이 특징이다. 대만산 에어브러시 거치대는 위가 뻥 뚫린 W자 형태여서, 에어브러시 무게중심이 좀 특이하면 거치가 불안해진다.

일반형 에어브러시의 경우, 고무코팅된 와이어가 동체를 폭 감싸는 느낌이다.

트리거 타입 에어브러시의 경우, 플라스틱 그립 앞 부분까지 걸리게 된다. 사진상으로는 불안해보이지만, 실제로는 노즐쪽 와이어가 눌러주기 때문에 안정성에서 별 문제가 없다.
2. Spray-Work Airbrush Stand III (Tamiya, #74564)

이와타 에어브러시 거치대가 해외에서 날아올 것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타미야에서 올해 4월초에 유사제품 출시를 예고했음을 알게 됐다. 출시되자마자 급하게 구해보았다.
Spray-Work Airbrush Stand 시리즈의 3번째 제품이다. 이 제품에 앞서, 제1호(#74513)와 제2호(#74539)가 출시된 적 있다. 제1호는 위의 이와타 제품과 거의 다를 게 없고, 제2호는 트리거 타입 에어브러시에 좀더 포커스를 맞춰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인데, 이번 3호는 이와타 제품이나 제1호 형태로 회귀하면서 몇가지를 좀더 개량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조사는 Anest Iwata Sparmax로 돼있다. 일본회사 Anest Iwata와 대만회사 Sparmax가 2018. 7월 설립한 합작회사라고 한다.

Iwata의 Universal Airbrush Holder와 Tamiya의 Spray-Work Airbrush Stand (I)과 같은, 와이어 + 클램프 방식이다. 거치할 수 있는 에어브러시의 수는 최대 2기이고, 고무코팅은 좀더 고급스러운 무광택으로 바뀌었다.

이번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와이어 벤딩(구부림)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고정부의 길이를 노즐부터 트리거까지로 대폭 축소했는데, 에어브러시의 형태가 어떠하든지 간에 이 부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한 것 같다.
다만, 이렇게 고정부의 리치(reach)가 짧아지면 에어브러시를 거치했을 때 불안정성도 증가한다. 노즐쪽 턱을 아예 폐쇄형(원형)으로 바꿔버림으로써, 불안정성을 상쇄하고자 한 것 같다.

무거운 트리거 타입 에어브러시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거치된다.

단단하게 고정되다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에어브러시 거치할 때 좀 뻑뻑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에어브러시 거치할 때의 편리함은, 노즐쪽 아래와 동체쪽 위가 열린 이와타 제품이 더 나은 것 같다.

제품상자 한쪽면에는 거치할 수 있는 에어브러시들이 나열돼있다. 여기 나와있지는 않지만 노즐 아래 공기조절밸브가 있거나(내가 가진 Iwata HP-CP가 그러하다), 페인트컵이 측면 또는 하면에 붙은 에어브러시도 무리없이 거치될 수 있을 것 같다.
3. 제품 비교

왼쪽이 Iwata, 오른쪽이 Tamiya 제품. 제대로 비교하려면 Tamiya Spray-Work Airbrush Stand (I, #74513)과 비교하는 게 맞겠지만 이 제품은 절판된지 오래이므로, 개량된 신제품(III, #74564)과 비교해본다.
사진에서 보듯, 타미야 제품의 클램프 폭이 더 좁아졌고 분체식으로 도장된 표면도 더 고급스러워졌다. 하지만, 와이어의 키(?)가 높아진 것도 보인다.

이와타 제품의 와이어가 에어브러시 동체 중간까지 감싸는 컨셉이라면, 타미야 제품은 어떤 에어브러시라도 큰 차이가 없는 노즐부터 트리거까지를 단단히 고정하는 컨셉이다. 따라서 와이어의 절대길이도 차이가 난다. 디자인을 따지는 분들게는, 고무코팅이 반광택이냐, 무광택이냐도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사실, 좀더 주목하고 싶은 것은 와이어 자체보다는 2개의 와이어가 클램프에 붙는 각도다. 이와타 제품은 2개의 와이어가 약 60도를 이루면서 고정부에서 ‘뻗어나가는’ 식인 데 반해, 타미야 제품은 180도로 2대의 에어브러시를 아예 병렬식으로 고정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클램프 자체는 타미야 제품이 더 날씬하지만, 실제로 작업대 위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

실제로 에어브러시를 세팅해본 모습. 타미야 제품이 좀더 높게 거치된다.
차지하는 공간, 에어브러시가 거치되는 방식 등, 이와타 제품이나 타미야 제품이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각자 취향에 맞게 구입하여 사용하면 되겠다. (하지만, 이와타 제품은 한국에서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