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23MLD #19 – 가변익의 웨더링

기체의 용도에 따라 후퇴각을 바꾸는 날개를 가변익이라고 한다. 1970-80년대에 유행하긴 했지만, 가변구조의 복잡성 때문에 고장이 잦고 비용이 높으며 생각보다 실용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이후로는 금세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비행기 모형 애호가 입장에서는, 제트기 시대의 황금기를 관통하는 주역인데다, 1대의 기체로도 풍부한 인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변익에 대한 인기가 높다. 일본의 종합 취미모형지 Model Art의 비행기 전문 계간지 Air Model Special도 최근 발매된 30호에서 가변익기를 특집으로 다룬 바 있다.

가변익 기체 모델링의 특징 중 하나는, 가변익 중 윙 글로브(날개 가동부를 감싼 부분)에 수납되는 부분의 웨더링이다. 실기에서는 고무 재질의 실링이 날개의 금속을 마찰시켜 더러워지는 것인데,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요즘의 모형제작 트렌드에 맞춰, 몇 년 전부터 가변익 모델링에서 거의 필수가 되다시피 했다. 인터넷에서도 다양한 방법이 올라오는데, 나도 이번에 사용한 내 나름의 방식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내가 만든 MiG-23MLD는 예전에 소개한 것처럼, 최대각과 최소각의 2가지를 선택하여 꽂아넣을 수 있도록 날개가 개조돼 있다. 웨더링할 자리를 표시하기 위해 날개를 최대각도로 세팅했다.

윙 글로브 테두리에 맞춰 마스킹 테이프를 붙인다.

날개를 떼어내고, 에나멜 페인트 계열로 마스킹 테이프 안쪽을 워싱. 내 경우, 갖고 있는 검정색, 갈색, 회색 패널라인 액센트 칼라를 꾸덕하게 발라주었다.

면봉에 시너를 묻힌 뒤, 가동부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려가며 자국을 내줬다. 1/48 이상 스케일은 콤파스 등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1/72 스케일에서는 손으로 간단히 표현해도 무리가 없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동심원을 그리며 자국을 내는 것’이다. 원형의 중심, 모양이 조금만 이상해도 대번에 눈에 띈다. R. V. Aircraft제 MiG-23은 날개에 이미 호(弧) 형태의 패널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그걸 기준 삼으면 동심원을 그리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자국’을 내는 것은 조금 요령이 필요하다. 꾸덕하게 발라 굳힌 에나멜 페인트를 적당히 남기며 면봉으로 닦아낸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나도 (오랜만에 해보는 것이라)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다 끝났다고 마스킹 테이프를 바로 떼지 말고, 그 상태에서 래커계 클리어를 코팅한다. 에나멜 페인트를 바를 때 너무 묽게 희석했다면, 그게 마스킹 테이프 밑으로 침투했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넘친 부분을 깨끗이 닦아내기 위함이다. 웨더링이 끝난 부분을 코팅해서 보호해두면, 다른 부분은 에나멜 시너(또는 라이터 기름)로 닦아낼 때 영향이 없다.

완성된 모습. 날개 상면은 어두운 색 위장무늬 위에 올라가서인지 고생한 흔적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오히려 밝은 단색계열로 칠한 날개 하면의 웨더링 효과가 더 잘 눈에 띈다. (항상 느끼지만, 내가 이론이나 글빨(?)에 비해, 결과물이 그리 좋지가 않다…)

그래도, 덜코트 코팅해서 반짝거림을 죽이고, 다른 곳에 필터링과 워싱을 해서 톤을 맞춰주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이도저도 안 된다면 최후의 무기인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 먹기 나름이란 뜻(레드썬?))’ 초식도 있으니… 결과물이 안 좋았다고 실망하지 말고, 희망을 갖고 계속 작업을 이어나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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