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23MLD #20 – 1차 필터링 (feat. 유화물감)

웨더링은 항상 고민이 된다. 어떻게 접근할지, 어느 선까지 해야할지 등등. 가장 무난하게 유화물감 필터링으로 시작해보기로 했다.

(‘F-16I Sufa 이후 오랜만에 필터링을 해보는구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직전의 F-4E필터링을 했었다. 다만, 그게 1년 전이어서 오랜만이란 느낌이 들었을 뿐. 이 녀석을 1년이나 붙잡고 있다니…)

몇번 소개했던 것과 같이, 유화물감 필터링은 다음의 과정을 거친다.

  1. 유화물감을 미술용 페트롤로 희석하여 모형 표면에 발라준다. 의도한 색감을 낼 수 있다면 무슨 색이라도 상관 없지만, 전투기의 때 탄 표면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로우 엄버(Raw Umber, 짙은갈색 계통)가 가장 무난하다.
  2. 유화물감을 바른 모형 표면을 적당한 시간동안 건조시킨다. 내 경우, 건조시간은 30~40분 정도에 불과하다. 부품 하나하나에 유화물감을 바르면 총 30~40분 정도가 걸리는데, 바르는 작업이 끝나자마자 유화물감을 처음 발랐던 부품부터 곧바로 닦아내는 식이다. (성격이 급해서…)
  3.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면봉이나 키친타올에 붓빨이 용액을 묻혀 닦아낸다. (붓빨이 용액에 대해서는 F-16I Sufa 제작기에서 소개한 바 있다) 닦아낼 때, 얼룩을 남기며 닦아내는 것이 포인트.

랜딩기어 도어. 왼쪽이 유화물감을 바른 것이고, 오른쪽이 닦아낸 것이다. 얼룩을 남기며 닦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패널라인이나 리벳 안쪽의 면(面) 중심으로 닦아내면 좋다. 면봉도, 무식하게 한 방향으로 박박 닦아대는 것보다는, (드럼스틱처럼) ‘굴리고, 튀기고, 두드리면서’ 닦아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얼룩을 만들 수 있다.

닦아내기 전(왼쪽)과 닦아낸 후(오른쪽)의 수평미익. 패널라인이 없는 넓은 면은 일부러 얼룩을 남기며 닦아내야 심심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필터링이 끝난 표면에 실기처럼 원래의 색을 다시 에어브러싱할 수도 있다.

주익처럼 큰 부품을 면봉만 써서 닦아내는 건 무리다. 내 경우, 이럴 때는 먼저 키친타올에 용제(溶劑)를 적셔 표면을 투둑투둑 쳐준다. 키친타올의 엠보싱 무늬와 투둑투둑 쳐댄 효과 때문에, 용제가 부품 표면에 불규칙하게 묻게 되고, 유화물감도 불규칙하게 녹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녹았다 싶으면, 면봉을 써서 닦아낸다. 면봉도 깨끗한 것, 더러운 것, 날카로운 것 등 다양하게 써서 효과를 내본다.

용제가 불규칙하게 묻었기 때문에, 유화물감도 균일하게 녹지 않는다. 이 우연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가변익이므로 날개 기부(基部)쪽이 더 더러울 것이라 생각해, 유화물감을 닦아낼 때도 그런 점을 고려했다.

연료탱크는 부품을 잡고 있기도 어렵고, 모양도 둥그스름해서 유화물감 필터링할 때 항상 애를 먹인다. 아랫쪽이 더 더러울 것이라는 추리에 입각해 아랫쪽에 얼룩을 많이 남겨봤다.

필터링이 끝나고, 결과물을 보호하기 위해 에어브러시로 유광 수퍼클리어를 뿌려주었다. 이후로는 먹선넣기, 데칼링, 2차 필터링, 파스텔 웨더링의 순서로 진행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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