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팡팡 놀다가 밤늦게 동네 앞에 나가서 동생이랑 술 퍼마시고 (요즘 왜 이렇게 술이 좋지…-_-;;) 새벽 4시에 들어왔더니 역시 일요일 반나절을 잠으로 허비해버렸다. 허겁지겁 일어나 블로그에 달린 댓글을 보다가 깊이 깨달은 바(?)가 있어 나머지 반나절은 모형을 만들기로 결정. 몇개월전까지만 해도 주말이다 싶으면 모형을 만드는 게 일이었지만 요새는 책도 보고 운동도 하고 하다보니 모형에 멀어졌던 것이 사실. 그래도 모형이야말로 나의 평생취미라는 데에는 이견을 달 수 없을 듯.
Anyway… 기존에 만들던 MiG-23MF와 MiG-27K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색칠 때문이다. (MiG-23MF는 색칠만 남겨둔 상태고, MiG-27K는 패널라인을 파야 한다) 도색스킴은 대충 정해놨는데, 그게 당최 무슨 색깔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원… 하도 오래 붙잡고 있다보니 처음에 후끈 달아올랐던 의욕이 김빠지듯(fizzle out~) 시들해진 거다.
어쨌거나 이런 연유로 오늘도 동체 색칠은 못하고 자질구레한 무장류와 파일런 정도만 색칠했다.
일요일 낮 3시부터 10시까지 7시간의 작업물들. 왼쪽의 미사일 4개가 MiG-23MF용의 공대공 미사일들이고, 오른쪽의 폭탄류 4개가 MiG-27K용의 무장이다.
이 요상하게 생긴 미사일은 MiG-23의 개발과 함께 MiG-23 전용으로 제작된 R-23 공대공 미사일이다. (NATO 코드명 : AA-7 Apex) 서방세계의 AIM-7 스패로급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로 개발되어 1970~1980년대 중동, 아프리카 등 각종 국지전에서 쓰인 것으로 보이나 성능은 그저 그랬던 것 같다. MiG-23 초기형에는 R-23, 후기형(MiG-23ML 이후)에는 개량형인 R-24가 쓰였다.
이탈레리(옛 ESCI)과 하비크라프트 MiG-23MF 키트에 이 R-23(T) 미사일이 들어있긴 한데, 굉장히 단순한 모양의 미사일인데도, 보면 웃음만 나오는 수준이다. 이를 어엿비 여겨(?) 우리의 Kazan EK002A MiG-23 Enhancement Kit에서는 MiG-23 제작시에 빼놓을 수 없는 이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아예 레진으로 넣어주고 있는데, 시커, 날개, 방향핀 등을 바꿈으로써 총 4가지의 파생형을 만들 수 있다. (친절하기도 해라~~)
- R-23R : 레이더 유도방식, 뾰족한 시커, 직각형 날개, 돌기형 방향핀
- R-23T : 적외선 유도방식, 둥근 시커, 직각형 날개, 돌기형 방향핀 (위 사진)
- R-24R : 레이더 유도방식, 뾰족한 시커, 둔각형 날개, 돌기 없는 방향핀
- R-24T : 적외선 유도방식, 둥근 시커, 둔각형 날개, 돌기 없는 방향핀 (R-24가 R-23보다 좀더 길다)
(그런데 적외선 유도방식인 R-23T로 만들어놓고 시커부분에 색을 안 칠했군. ;;;)
양 옆에 있는 APU-23M 파일런도 역시 Kazan 키트에 든 것. MiG-23 극초기형(S형)이라면 훨씬 단순하게 생긴 APU-23-11 파일런을 쓰지만 MiG-23M형 이후에는 모조리 APU-23M 파일런을 쓴단다. 묘하게 생긴 모양 때문에 자작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이건 아카데미 MiG-29 키트에서 가져온 R-60. (NATO 코드명 : AA-8 Aphid) 굴러다니는 MiG-29 키트가 하나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가져왔다. (^^) 파일런 중 동체쪽에 붙는 놈(라이트블루)은 Kazan 키트에 든 것이고, 아래에 붙는 R-60용 APU-60-1 파일런은 아카데미 MiG-29 키트에서 가져왔다.
자료사진을 보면, APU-60-2라고 하여 R-60을 2발씩 달 수 있게 만든 T자형 파일런이 많이 보이는데 살벌하게 보이는 것이 꽤 멋있어서 자작할까 생각도 해봤으나 동체 아래쪽이다보니 모양이 잘 안 보여 포기했다. (나중에 구입한 러시아 무장 자료집에서 3면도를 발견하고 좀 아까워 했다)
이제는 대지공격기인 MiG-27K의 무장을 살펴보도록 하자. MiG-27의 파생형 중 가장 진보한 K형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는 몇번 드렸는데 가장 진보한 놈을 만드는 김에 무장도 가장 진보한 조합으로 만들어봤다.
최근에 Kazan에서 러시아 공대지, 공대공 미사일 몇 종류를 선보였는데 가장 반가운 게 이 Kh-31 대함/대레이더 미사일이다. (NATO 코드명 : AS-17 Krypton) 키트에는 미사일 2개와 AKU-58 파일런이 들어있다. 이제까지 이탈레리 1:72 Su-32/34 키트 외에는 어디서도 나온 적이 없던 이 ‘살벌하기 그지 없는’ 멋진 외양의 함선/레이더 파괴용 미사일을 MiG-27K에 꼭 달아보고 싶어 해외 웹스토어에 주문해서 쟁여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 멋진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립과 색칠을 극복해야 한다. 레진부품 다듬기도 쉽지 않고 색칠시 마스킹도 꼼꼼히 해야 한다. 하지만 키트 안에 들어있는 데칼까지 붙여놓고 나면 그 멋진 모습에 뿌듯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MiG-27K 동체 아래에 붙는 다른 무장류를 살펴보기로 하자. 왼쪽은 뷰가 가이던스 포드이고, 오른쪽은 KAB-500L 유도폭탄이다.
BA-58 Vjuga Pod는 동체 아래의 컨테이너(재밍기구)와 함께 Kh-31과 같은 대 레이더 미사일을 유도한단다. Kh-31을 달기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부품이 되겠다. 1:72로는 레진 별매품이라도 있지만, 1:48로는 도통 나온 게 없어서 자작했다. 인터넷에서 찾은 1:72 레진 별매품 사진을 보고 모니터에 자를 갖다대고(!!!)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1:48용 도면을 새로 그렸다. 동체 연결부는 플라스틱 판으로, 포드 본체는 엘레르 1:48 Mirage III 연료탱크에서, 포드 앞과 뒤는 에폭시 퍼티로 만든 건데, 이 가이던스 포드의 정확한 사진이나 도면이 없어 지금도 좀 찜찜하다.
KAB-500L 유도폭탄은 체코의 Tally Ho! 제품이다. (R48003 제품. R48004도 KAB-500L인데 이건 허리부분이 잘록하지 않은 개량형을 재현한 것) 실전용 무장이라면 동체 모두 그레이그린을 칠해야 하지만, MiG-27K 사진에서 많이 보이는 데몬스트레이션용 색칠을 해보았다.
파일런은 라팔M 키트에서 따온 파일런을 적당히 가공해봤다.
MiG-23MF와 공대공 무장들. (이제 슬슬 ‘각’이 잡히기 시작하는 건지…?)
아무래도 이쪽이 더 화려한 것 같다. SEAD 미션형의 MiG-27K로서, 실전에서는 전혀 쓰인 바 없는 테스트기의 성격이 강한 무장조합인데, 자료집에서 찾은 MiG-27K 사진 중 가장 강력해보여서 도저히 이 무장조합을 포기할 도리가 없었다.
동체 중앙의 재밍 컨테이너를 자작한 것까지 고려하면 구하기 힘든 레진 별매무장 3개에 자작무장 2개… (아, 윙글로브의 파일런도 모노그람 Su-25 키트에서 가져왔구나…^^) 키트 하나 만드는데 이렇게 생고생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일단 ‘어떤 것을 만들 것인가’가 결정되면, 그 다음은 그것을 구현하는 일만 남는 것 아니겠는가? 그게 돈지x이 됐건 자작이 됐건 간에 말이지…
댓글 한 마디에
이렇게 진도를 확~뽑아내다니…ㅎㅎ^^
역시 현중씨도 모형을 만들고 싶었던 게야…ㅋㅋ
블로그에 온 게 간만에 뿌듯합니다그려…^^
이제 만족하십니까? ^_^;;; (부르르~) 앞으로 더 뿌듯하게 만들어드리지요, 화화화~~~~
좀 더 열심히 불타야 되는데… ㅋㅋ
이번 주말은 잔업처리로 회사출근해야 하므로 불탈 수 없겠습니다. 다음주에 다시한번 불타오르겠습니다. 화르르르~~~ (기영님한테 미안해서 이거야 원…;; )
저 말고도 숙제 검사하는 분이 또 있군요…ㅋㅋ^^
술이 좋아지시면 역시 살도 좋아진다는……오랜만에 찾았습니다. 역시나 하드고어한 작업중이시군요 ^^ 저는 카메라 놀이에 빠져서 지름질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정신 차리고 돌아와야 할텐데…….멋진 작업 기대 하겠습니다. 혹시 창원에 다시 발령 받으시면 그땐 제가 저녁 대접을 하겠습니다.(술이 좋아져서 다시 살 찌시면 창원에 발령해 달라고 하세요 ^^ 가벼운 농담으로 받아주시길) 긴 겨울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