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제작계획을 알려드린 뒤, 일이 조금 생겨 포스팅이 늦어졌다. 이미지 파일 화질 개선, 호스팅 서비스 이전, Windows 10 재설치 등 때문이었다. 이제 모든 것들이 정상화 되었으니 다시 제작기를 시작해본다.
1. 3D 프린팅 된 별매휠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한국 KA Models에서 2015년에 발매한 #KP-72001 F-14 Tomcat “Jolly Rogers” 키트를 이용한다. 이 제품은 일본 Fujimi의 F-14 키트를 재포장한 것인데, KA Models에서는 이후에도 가끔 Fujimi 재포장 F-14 기획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2017년과 2019년의 후속작들이 어떠한지는 모르겠지만, 2015년 Fujimi 재포장 F-14 키트가 최초 발매되었을 때, 랜딩기어 휠의 사출상태가 불량하여 말썽이 생긴 적이 있다. KA models측에서도, Fujimi 원키트에는 있었지만 재포장판에서는 빼버렸던 고무타이어를 다시 공급하는 것으로 대응했지만, 이를 계기로 별매품을 출시한 업체도 있었다. 3D 프린팅으로 1/35 스케일 소총류를 발매하던 J’s Shape Works라는 한국업체가 바로 그곳이다. 해외구매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품질도 우수하여 나 역시도 이 회사의 제품을 2세트나 구해두었다.
4년전에 구입한 제품을 이제야 써보는구나,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별매품 창고에서 꺼내보았는데, 앗, 이게 무슨 일인가… 부품이 모두 와장창 깨져있었다. 비닐포장 안에는 물방울까지 맺혀있고… 2개가 모두 이러한 상태이니, 제품의 원천적인 불량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제품 패키지에 적힌 제조사 웹사이트(j-shape.com)는 진작에 접속불가. 개인적으로 즐겨찾기 해두었던 제작자의 개인 웹사이트(blog.naver.com/jsart)를 통해 원래 3D 부품이 이런 것인지, 혹시 새 제품으로 교환이 가능한지를 문의해봤으나, 지금까지도 답이 없다. 3D 작업을 배운 개인이 반(半)취미로 출시한 제품일테니, 구입한지 4년이 지난 제품의 품질보증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고, 이메일에 답을 하지 않는 것도 무슨 까닭이 있어서일 거라고 이해는 하려 하지만, 괜한 돈을 썼다…라는 생각은 쉬 가시지 않는다.
- (2020.12.16자 추가) 이메일을 보낸 뒤, 약 20일이 지난 2020년 12월 14일에 제작자로부터 답장을 받았다. ‘대부분의 3D 프린터나 재질 메이커에서 장기보관에 대한 데이터는 제공하고 있지 않다. 불량품에 대해서는 환불을 해드리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구매한지도 오래되었고, 처음부터 환불은 나로서도 무리라고 생각했으므로 환불은 사양했다. 정중하고도 자세한 설명을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답신을 보내고 마무리하였다.
이 제품을 아직도 구하고 싶으신 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Shapeways에 입점한 J’s Shape Works 페이지는 아직 이용이 가능하니, 이 제품을 새로 구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곳을 통해서 새 제품을 출력 받아 배송 받으면 될 것이다. 내가 구입한 국내 출력분과 달리, Shapeways는 네덜란드의 Shapeways가 (판매자가 올린 도면을 토대로) 직접 출력해서 국제배송을 해주는 시스템이므로, 출력물의 물성(物性)이 다를지도 모른다.
KA models에서 제공한 고무타이어가 있긴 했지만, 동생은 휠 전체를 플라스틱 부품으로 쓰는 것을 원했다. (고무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경화(硬化) 또는 열화(劣化) 되어 경년(經年)변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창고에 엄청나게 많이 쌓여있는 하세가와 1/72 키트 중 하나를 헐기로 결정. 휠 부품 하나 때문만은 아니지만(아카데미 1/72 톰캣을 만들 때, 주익 같은 것은 하세가와/후지미 키트에서 유용하면 좋다), 어째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원래 ‘돈지X 모델링’ 하면 또 나니까, 뭐…
2. 커팅플로터를 이용한 AIM-9의 디테일업
KA models(Fujimi) 키트는 무장이 들어있는데, AIM-9의 경우 L/M 타입이 들어있다. Fujimi의 F-14 키트가 나온 1980년대 후반부터는 전방 핀(fin)이 더블델타형(形)인 AIM-9L/M(1978년부터 생산)이 주류였으니 문제가 없지만, 1970년대말~80년대초의 톰캣이라면 단순한 델타익의 AIM-9D/G/H가 좀더 어울린다. (영화 ‘The Final Countdown‘에서도 AIM-9L/M을 단 톰캣이 나오긴 한다)
하세가와 1/72 무장세트에서 AIM-9D를 따와 쓰기로 했는데… 하세가와 무장세트의 AIM-9는 후방 핀(fin)이 모두 민짜다. F-20과 Revell제 F-14에서 그랬던 것처럼, 롤러론(rolleron) 부분을 조금 디테일업 해주기로 한다.
후방 핀과 같은 각도의 사다리꼴을 만들기 위해 MS Excel을 이용해 각 변의 길이를 계산해줬다. 삼각함수(탄젠트)의 원리를 활용. 쓸데없는 데서 엔지니어 흉내를 내는 못된 버릇이 있다 실물과 같은 비율을 고집하다가는 너무 볼품이 없어지므로, 적당히 융통성을 발휘하여 ‘모형적 과장’을 내주는 것이 나중에 훨씬 보기 좋다.
간단한 모양이므로 커터칼로 쓱쓱 잘라내도 문제는 없지만… 얼마전에 도입한 새 장비를 데뷔 시켜보고 싶었다. 실루엣 포트레이트(Silhouette Portrait)를 소개한다.
가정용/취미용 커팅플로터를 만드는 ‘Silhouette America‘라는 미국회사에서 내놓은 소형 커팅기 ‘포트레이트’ 시리즈의 가장 최초 모델이다. 현재는 버전 3까지 나와있는데(2020년 10월 출시), 나는 7-8년전에 나온 버전 1을 중고로 (아주 싸게) 들였다. 어차피 모형제작용으로는 비싼 게 필요한 게 아니어서…
- 다만, 오래된 모델이다보니 Windows 10에서 장치인식이 안돼 고생 좀 했다. FAQ를 보면서 케이블을 버전 2.0 이상의 USB에 연결하고 펌웨어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
- 커팅플로터를 들이는 데에는, 모형동호회 WULF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 ‘도깨비/로보쌤‘님의 영향이 컸다. 선호하시는 스케일은 나와 다르지만, 새 장비에 호기심이 많고 이를 모형작업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 나처럼 ‘엔지니어링 모델링’을 지향하신다는 점에서 내가 요즘 제일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분이다. 실제로 블로그 댓글을 통해 실루엣 포트레이트를 이용한 작업에 대하여 상담을 받기도 했고.
스케치를 토대로 Adobe Illustrator에서 작도(作圖)해준다. AIM-9 1발당 필요한 롤러론 부품은 총 8개여서 2×4로 그려주었는데, 나중에 실제로 커팅된 걸 보니 (획/선이 많아 그런지) 깨끗하게 잘리진 않더라. 가로로 길게, 즉 1×8로 그려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 도안을 위해 Adobe Illustrator도 속성으로 배웠다. (;;;) Photoshop은 대학생 때 취미로 1주 정도 독학한 지식을 갖고 지금까지 우려먹고 있는데, Illustrator는 그보다도 더 날림으로 공부해서 커팅작업에 돌입했다. 주말 하루 4시간(…) 동안 [패스(path)] 하나 익혀 자작데칼을 만들고 싶은 복잡한 그림을 패스(path)로 트레이싱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얄팍한 지식에 노가다 근성(…)이 결합되니 어찌어찌 되더라…
실루엣 스튜디오(실루엣 커팅기를 컨트롤하는 소프트웨어)에서 .ai 파일을 직접 불러올 수 없으므로 Illustrator에서 .dxf로 내보내기(export)를 한 뒤, 실루엣 스튜디오에서 .dxf를 불러들여온다.
- 아직 프로그램 사용이 미숙해 그런지, 변환과 로딩 과정에서 원래의 .ai 파일과는 수치가 달라지더라. 도안이 단순해서 수치를 재조정해주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변환/로딩시에 어떻게 해야 수치가 달라지지 않을 수 있는지 좀더 연구해봐야겠다.
실루엣 커팅매트에 두께 0.13mm 플라스틱판을 붙이고 Portrait 1에 피딩(feeding)한 뒤, 실루엣 스튜디오에서 [자르기 → 보내기]를 눌러 도안대로 커팅한다.
짠~ 이렇게 잘라낸 플라스틱판. Illustrator를 사용한 .ai 도안, Silhouette Studio/Portrait 사용, 모두가 처음이어서 엉성하긴 하지만, 커터칼을 쓰지 않고 컴퓨터와 기계를 이용해 만들어낸 첫 작업물이다. 감회가 남다르다!
가욋일로 빠지는 바람에 진도를 많이 못 나가긴 했지만, 시작은 시작이다. 일사천리로 진행해나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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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한 제작기 잘 보았습니다. 더구나 제작기에 저도 출연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커팅플로터를 주로 마스킹 시트에만 사용했는데, 플라시트에도 적용하셨네요. ^^
앞으로 점점 더 활용도가 높아지시면, 효율적인 모형 작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모형 생활 하시길 바랍니다.
새 장비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좋은 장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쬐만한 거 디테일업 하겠다고 아트나이프로 꾹 눌러 자르다 보면 튀어나가서 어디론가 사라지곤 하는데…
이런 방법이 있었네요. 고생하셨습니다. ^^
칼로 자르다가 휙휙~ 날아가버리는 경험, 저도 많습니다. ㅋㅋㅋ 이번 톰캣 만들 때는 디테일업을 최소화하려고 하니 그런 일도 줄어들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