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 Idea + Kazan (EK002A) / 제작기간 : 2006. 5. 1 ~ 2007. 1. 20
어이쿠… 제작기간을 보니 이것도 8개월 가량 걸린 셈이다. 같이 손 댔던 MiG-27K는 아직 패널라인도 못 팠는데…
회사 다니면서 점점 제작기간이 길어지는 것 같다. 주말에 찔끔 만들다가 한 두달 또 그냥 흘려보내고 주말에 또 찔끔 손대고 그러는 일이 계속되다보니… 만들다가 열의도 식고 해서 그만 둘까 생각한 적도 몇 번 있었는데 중간에 이탈레리에서 구 ESCI 제품이 재판되기도 하고, 그 키트로 RedFrog 정동근님이 멋진 작품도 만드시고 해서 꾸준히 만들 수 있었다.
어쨌거나 이번에 만든 완성품은 시리아 공군의 MiG-23MF 다. ESCI 키트를 카피한 아이디어(Hobbycraft) 키트를 베이스로, 현재는 구하기 어려운 Kazan MiG-23 업데이트 키트를 사용해봤다.
이 MiG-23 이라는 기체는 구 소련의 MiG-21과 MiG-25/29 계열의 중간에 있는, 진화론에서 말하는 Missing Link와도 같은 존재다. 본격적인 BVR(Beyond Visual Range (Combat); 가시거리 밖 교전) 능력,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채택 등, 이 기체에 와서야 비로소 구 소련은 서방세계에 맞설 현대적인 전투기를 보유하게 된다.
서방세계의 F-4 팬톰의 등장으로 위기감을 느낀 구 소련의 대응책으로서, 라이벌인 F-4와 F-14를 섞은 듯한 세련된 디자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산성과 파워(추력)를 중시하는 강력한 단발엔진기라는 구 소련기 특유의 설계사상이 여전히 남아있는, 묘한 느낌을 주는 기체다.
애니메이션 Area 88을 보면 이 MiG-23이 적기로 많이 등장하는데, 단발엔진을 채택하여 가늘어진 동체에 가변익을 최대로 벌린 상태로 공중전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 그 실루엣이 마치 십자가와 같아 묘하다. (공산주의 국가의 종교적 실루엣을 가진 전투기라니!!)
F-14의 실루엣이 승모근(목 뒤에서부터 어깨로 이어지는 근육)이나 삼두근이 잘 발달된 보디빌더의 모습을 연상시킨다면, MiG-23의 십자가와 같은 그 모습은 정말 잃을 것 하나 없이 싸움에만 목숨을 건 뒷골목의 깡마른 파이터와 같아보여 이채롭다.
키트의 기수나, Kazan 키트에 든 레진제 레이돔이나, 볼륨이 조금 빈약해서 실망스럽다. 에폭시 퍼티를 발라 약간 통통하게 만들어줬는데, 신뢰할만한 MiG-23 도면에 따르면, 이 MiG-23의 레이돔은 Su-15 플라곤의 레이돔만큼이나 크고 직선적이어야 한다.
기수에 적힌 아랍숫자는 왼쪽부터 3 – 4 – 0 – 6 이다. 하지만 아랍어는 오른쪽부터 읽으니까 이 기체의 기체번호는 6043이 되겠다. 체코의 Tally Ho! Decals에서 나온 #48-022 Focused on Fishbeds Pt. II 데칼을 사용했다. 원래 MiG-21용 데칼이지만 시리아군 국적마크와 아랍숫자(0~9까지)가 들어있어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해외 웹스토어를 통해 입수해 놓고 있었다.
레이돔 끝단의 피토관은 황동봉을, 윈드실드 오른쪽 보조피토관은 곤충핀을 사용했다. 그 외에 윈드실드 앞의 IFF 안테나, 요 베인(Yaw Vane), 기수 옆의 AOA 베인과 기수 아래 ILS 안테나 등은 모두 Kazan 키트에 든 에치부품을 사용했다. 디테일 좋은 공기유량조절팬과 노즈기어의 흙받이도 모두 Kazan 키트에 든 레진부품.
콕피트는 모두 Kazan 키트의 레진부품들이다. 아이디어 키트의 기본 부품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디테일을 보여주지만, 조금 투박해보이는 것이 아쉬운 부분. 구 소련기체 특유의 인테리어 그린은 캐나다 있을 때 단골모형점에서 사둔 모델마스터 에나멜 Interior Blue/Green을 사용.
사출좌석은 Kazan 키트의 좌석이 너무 납작(?)해보여서 역시 캐나다 있을 때 사둔 Neomega제 KM-1M 사출좌석을 사용. 헤드레스트도 볼륨있고, 시트벨트도 아예 레진으로 몰드돼있어 다루기가 편하지만 Kazan 콕피트에 조금 빠듯하게 들어가므로 양 옆을 조금 갈아내야 한다. 색은 타미야 아크릴 XF-19 스카이 그레이를 에어브러싱.
계기판은 에치부품 뒤에 필름을 붙이게 되어 있어 실감만점인데, MiG-23 각 형식에 따라 에치와 필름의 모양이 달라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빨간색 에치부품은 좌석을 사출시키는 핸들인데 Neomega 레진좌석에는 이것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Kazan 키트의 에치부품을 사용했다.
윈드실드는 Kazan 키트의 버큠폼 부품인데 키트 기수와 약간의 치수차이가 있기 때문에 조립단계에서 미리미리 기수에 플라스틱판이나 에폭시 퍼티로 틈새를 없애주어야 한다. 윈드실드 윗쪽에 붙은 깜찍한 에치부품도 눈여겨 보시라.
캐노피는 키트 부품을 그대로 사용했지만 잠망경(?) 부품은 Kazan 레진부품이며, 캐노피 안쪽에도 길게 늘린 플라스틱 런너로 약간의 디테일을 만들어주었다. 버큠폼 부품인 윈드실드와 잠망경 부품이 붙어 모양이 은근히 묘해진 캐노피 모두 이중마스킹으로 공을 들여줬다. 실기사진을 보면 고무실링이 없는 기체가 없어 도저히 이중마스킹을 피할 도리가 없었다.
도면을 보면서 모든 패널라인을 (-)로 파주었다. Kazan 키트 설명서, 자료집, 인터넷 등 자료는 충분했다. 패널라인 뿐만 아니라 자잘한 에치와 레진부품으로 상판디테일이 좀더 풍성해진 것 같다.
주익과 수평미익은 Miku제 MiG-23BN에 든 레진제 통짜부품을 사용했는데 패널라인이 약해 선을 한번씩 더 파줬다. 윙글로브에 수납되는 부분은 콤파스에 파스텔을 끼워 동심원을 그리는 방법으로 때(?)를 태우고 덜코트를 뿌려줬는데 아직 미숙해서 그런지 어색해보인다.
날개는 이처럼 탈착이 가능하도록 해보았다. 시리아군 국적마크 역시 Tally Ho! Decals의 데칼을 이용한 것. 바탕색이 조금 비쳐보이기 때문에 국적마크 2개를 겹쳐 사용했다.
전투기라는 기본개념에 어울리게 공대공 미사일을 세팅해봤다. 기수 아래의 Gsh-23 기관포는 아이디어 키트의 기본부품이고, 그 오른쪽의 R-60 (NATO 코드명 AA-8 Aphid)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APU-60-1 파일런과 함께 아카데미 MiG-29 키트에서 따온 것이다. 윙글로브에 달린 MiG-23 전용의 R-23(T)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NATO 코드명 AA-7 Apex)은 Kazan 키트에 든 레진부품.
동체 아래에는 APU-60-2 듀얼런처를 사용하여 R-60을 총 4발까지 장착할 수 있지만, 제작 당시에 듀얼런처의 삼면도를 구할 수 없어 포기했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 덜 살벌하게 보인다)
구 소련기의 특징인 동체 하면의 스카이블루는 GSI락카 115번(RLM65 라이트블루)을 사용했다.
이번 기체의 모티브가 된 시리아공군 MiG-23MF. 사막 3색 위장무늬가 구 공산권 국가의 녹색+갈색 위장무늬와는 다른 이채로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위장색을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이 중동권 사막 3색 위장의 어그레서 기체를 운용 중인 미 공군의 FS컬러를 준용했다. (미군 어그레서 기체를 토대로 원래의 중동권 공군기를 칠하는, 거꾸로 된 방법인 셈이다) 이에 따르면, 기본이 되는 사막색은 FS20400 Tan으로, 모델마스터 에나멜의 특색을 사용했고, FS30140 Light Earth는 GSI 락카 43번 Wood Brown을, FS34079 Forest Green은 GSI 락카 309번을 그대로 사용했다.
수직미익은 Kazan제 통짜 레진부품. 아이디어 키트의 플라스틱 부품보다 훨씬 샤프하고 패널라인도 정확하지만 조금 휘어져 있어 고생했다. 별 2개가 그려진 시리아 국기는 역시 Tally Ho! Decals에서 따온 것.
주익을 탈착식으로 만들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렇게 최대로 벌린 상태로만 꽂을 수 있다. 날개가 두꺼운 건지, 윙글로브 수납부가 좁은 건지 주익이 최대로 숙여지지 않아 아쉽다. 어쨌거나, 이렇게 최대로 벌린 상태의 실루엣은 앞서 말했듯 십자가를 연상시킨다.
아이디어 키트를 그대로 만들었을 때 느껴지는 짜리몽땅함을 극복하기 위해 Kazan 키트는 동체와 기수 사이의 레진 스페이서(Spacer) 부품을 제공하고 있는데, 레이돔을 비롯한 기수의 실루엣이 워낙 테이퍼(끝이 갈수록 가늘어지는 형태) 형태라 생고생을 하며 그걸 붙여놔도 별로 나아지는 게 없는 것 같다. F-14 만큼이나 기수 실루엣 잡기가 어려운 기체가 이 MiG-23이 아닐까 싶다.
정면에서 본 모습은 그야말로 F-4 팬톰 II와 F-14 톰캣을 섞은 듯 하다. MiG-23 특유의 앉은뱅이 자세를 재현하기 위해 신경을 쓰느라 좌우대칭을 면밀히 체크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캐노피에 달린 후사경은 역시 Kazan 키트에 든 에치부품.
특유의 앉은뱅이 자세 때문에 실기사진을 보면 이렇게 도도하리만치 고개를 쳐든 각도의 사진이 많다. 사막 3색 위장으로 조금 화사하게 만들었다 하더라도 이 도도한 각도의 모습에서 구 소련기 고유의 뻣뻣하고 기계적인 모습이 여전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비록 베카계곡에서 이스라엘 공군기들에게 압도적인 패배를 당한 시리아공군의 MiG-23이지만, 이렇게 내려꽂는 듯한 모습만큼은 멋있기 그지 없다. (아니, 생각해보니 리비아 공군의 MiG-23도 F-14한테 얻어터지지 않았던가…-_-;;;)
오프라인 모형점에서 7천원에 구한 아이디어 키트에 Kazan 업데이트 키트, Miku MiG-23BN 키트, Neomega 사출좌석, Tally Ho! Decals 별매데칼 등 참 많은 제품들을 써봤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기체라 의욕적으로 만들어본 것인데, 키트 자체가 어설퍼서인지 만들고 나서도 어딘가 부족한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기수 실루엣과 앉은뱅이 자세, 다양한 파생형 등, 인젝션 키트로 만들기에는 메이커측의 부담이 만만치 않겠지만 어딘가에서 근사한 키트가 하나 나와주길 희망한다.
구소련기체에 대해 아는게 없다보니 머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완성도는 정말로 좋습니다. 현중님의 정성이 들어간게 곳곳에 보이고요.
맨날 보는 기체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상당히 신선합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강남님, 오랜만에 들러주셨군요. 🙂 아직 강남님의 ‘작품’들에 비하면 갈 길이 멉니다…-_-;;;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아, 우리 언제 술 한 잔 해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