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New Year!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가 1년을 고통스레 보낸 것 같다. 새해에는 코로나19가 물러가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되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Fujimi 톰캣을 만들고 있다. 하세가와 톰캣보다 훨씬 조립성이 좋아 만드는 데 스트레스가 적다. (-) 몰드의 패널라인도 하세가와제보다 더 또렷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조금 미흡한 점이 보여 더 깊게 파주기로 했다. 이처럼 (-) 몰드 키트라도 패널라인 되파기를 기본으로 해왔는데, 2021년 신년특집(?) 삼아 패널라인 되파기 작업에 대한 기획 포스팅을 올려보기로 한다.
1. 서론
요즘 나오는 모든 비행기 키트는 기본적으로 패널라인이 (-) 몰드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키트는 (+) 패널라인이었지만, 금형기술이 발달하고 플라스틱 모형이 고품질화되면서 이후로는 (-) 몰드 패널라인이 시장의 주류가 되었다. 실물감 측면에서나, 먹선넣기 등 ‘만드는 재미’ 측면에서 (-) 몰드가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원래 패널라인 되파기는 (+) 몰드로 된 고전키트의 패널라인을 실물처럼 다시 파내는 ‘고수’의 영역이었다. (-) 몰드가 대세가 된 이후로는 굳이 패널라인을 되팔 일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키트의 몰드가 약하거나 (나처럼) ‘먹선넣기’의 짜릿함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좀더 또렷한 (-) 몰드에 대한 욕구가 있다. 여기서 (-) 몰드 패널라인을 되파기(리터치)할 필요성이 생긴다.
- (+), (-) 몰드라고 하지 않고, 凹(오목 요), 凸(볼록 철) 몰드라고 하는 분들도 있다. (한자 세대…?)
- (+) 패널라인을 되파는 것을 ‘리스크라이빙'(recribing)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발매된 모형지 ‘취미가’의 영향으로 ‘리엔그레이빙'(re-engraving)이라는 용어가 많이 쓰인다. 개인적으로는 ‘패널라인 되파기’라는 말을 선호한다.
- (-) 패널라인을 되파는 작업에 대한 용어는 딱히 정립돼있지 않다. 이 작업에도 ‘패널라인 되파기’라는 말을 쓰는 데 무리가 없지 싶다. 예전 ‘취미가’에서 사용한 ‘리터치/리터칭'(retouch)이라는 말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2. 공구
패널라인 되파기 작업에 사용되는 공구들.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예시로만 봐주시면 좋겠다. 항상 그렇지만, 공구라는 것은 자기 손에 익은 것이 최고다.
- 칼날 연마용 숫돌 – 하세가와 Tritool에 들어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 Hasegawa Tritool TT-11 Line Engraver 2 – 굵은 선 파기용. 1/48에 적합하다고 한다. 내가 가진 것은 십수년전에 구입했던 것인데, 닳은 날을 자주 갈아 쓰는 바람에 새 제품보다 날 높이(세로폭)이 더 넓어져버렸다.
- Hasegawa Tritool TT-10 Line Engraver 1 – 가는 선 파기용. 1/72에 적합하다고 하는데, 삑사리(?)도 많이 나기 때문에 주력으로 쓰기는 좀 까다롭다.
- 사제(私製) 철필 – 디바이더 철필을 펜대에 꽂아 만든 자작품 철필. 근 20년째 잘 쓰고 있다.
- 에치 톱 – 퍼티, 순간접착제 등 다른 재료로 메운 표면에 ‘칼집’을 낼 때 사용한다.
- 디자인 나이프 – 에치 톱과 마찬가지로, 다른 재질의 표면에 ‘칼집’을 낼 때 사용한다.
- 철제 자
- Hasegawa Tritool TP-1 Templet Set 1 – 예전에는 독보적인 공구였는데, 요즘은 중국산 유사품(knock-off) 등 대체품이 많다.
- Tamiya #74150 Modeling Template – 요즘 시중의 많은 템플릿 중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제품이다. 다른 제품들은 원 지름이 0.5mm 단위인데 반해, 이 제품은 0.25mm 단위로 커진다. 좀더 정확한 작업이 가능하다.
- Hasegawa Tritool TP-2 Templet Set 2 – 원뿔, 곡면 등에 사용하는 곡자(曲尺). 역시 요즘은 다른 회사에서도 대체품을 많이 내놓고 있다.
- 다이모(Dymo) 테이프 – 뒷면이 양면테이프로 돼있어 템플릿을 고정하기 어려운 좁은 곳 등에 가이드로 사용하기 좋다.
3. 작업
거창하게 기획포스팅이라고 했지만, 사실 방법은 별 게 없다. 먼저 ‘길'(칼금)을 내주고, 이 ‘길’을 확장해주는 것이다. ‘길’을 내주는 것은, 키트 표면에 나있는 (-) 몰드 위에 Line Engraver를 가볍게 올리고 슬슬~ 긁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손 모양을 보면 힘을 뺀 것이 보인다. (손이 못 생긴 나 대신, 손이 예쁜 오복엄마 손을 대신 출연(?)시켰다)
키트에 패널라인이 (-) 몰드로 새겨져있다 하더라도, 모두가 샤프한 것은 아니다. 단면을 보면 뭉툭한 게 많기 때문에, ‘길’을 내주다가 Line Engraver가 몰드를 이탈하여 소위 ‘삑사리’가 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정석은 퍼티나 순간접착제를 발라 ‘삑사리’를 메우는 것이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약간의 요령을 피워도 무방하다. ‘삑사리’로 생긴 흠집을 무수지접착제로 메우고, 1500~2000번 사포로 표면을 다듬어주는 것이다.
이런 변칙적인 방법이 가능한 것은, 칼금이 깊지 않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본격적인 ‘길 확장’ 작업에서 생긴 흠집은 이 방법을 쓰기에 적당치 않다.
‘길 내기’가 끝난 뒤에는, ‘길 확장’ 작업을 해준다. ‘길 내기’를 통해 (패널라인 몰드 바닥에) 생긴 칼집을, 본격적으로 강하게 새겨주는 것이다. 연필을 쥐듯, 공구를 힘주어 잡고 이미 새겨진 칼집을 몇번 더 쓱쓱 그어준다.
이처럼, 공구 날이 들어가지 않는 사각(死角)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날 높이(세로폭)이 좁은 다른 공구를 이용해서 사각을 파줘야 한다. 마땅한 공구가 없으면 철필을 이용해도 무방하다.
4. 결과물
왼쪽은 키트 그대로의 패널라인, 오른쪽은 되파기를 한 패널라인이다. (특히, 가변주익 수납부 쪽을 참고…) 조명효과를 배제하더라도, 되파기 한 몰드가 더 또렷한 것이 보인다.
이러한 패널라인 되파기 작업의 장점은, 프라이밍, 래커 에어브러싱, 유화물감 필터링, 마감재 코팅 등, 색칠단계에서 레이어가 많이 올라오더라도, 패널라인 몰드를 또렷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키트가 (-) 몰드 패널라인이라 하더라도, 표면에 많은 레이어가 올라오면 그 몰드가 사라지거나 약화되기 쉽다. 이러한 걱정 없이 후속작업에 과감한 시도를 많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웬만한 경우에는 패널라인 되파기를 기본으로 실시하고 있다. 몰드가 약한 하세가와 F-14B, 개조 등으로 패널라인 복구가 필수적이었던 F-16I, F-4E, MiG-23MLD는 물론, 키트의 몰드 상태가 나쁘지 않았던 Rafale, CF-18, F-2A까지… 모두 패널라인 되파기를 시행해준 완성작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