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4A VF-84 #10 – 파일럿 색칠하기

파일럿은 오랜만에 칠한다. 1/72에서는 사실상 처음인 것 같다. 블로그를 찾아보니, 2011년에 1/48 F/A-18C 호넷을 만들면서 파일럿과 갑판요원을 칠한 게 마지막이었다. 10년만에(…), 그것도 1/72로는 처음 파일럿을 칠하려니 조금 부담이 되어 지난번 제작기 이후 몇 주간 작업대에 앉지 않고 미적거렸다. 3.1절 3일 연휴로 월요일 출근의 부담을 덜게 된 일요일 저녁부터 붓을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파일럿은 ‘드라이브러싱’으로 쉽게 처리하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보다 훨씬 작업효율이 높고 효과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크기가 작은 1/72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밑색으로 래커 무광검정을 올리고 올리브 드라브(이른바 ‘국방색’) 에나멜 페인트와 드라이브러싱용 붓을 준비한다.

드라이브러싱 붓은 수명이 다한 세필을 활용해 자작해서 사용하고 있다. 모(毛)를 길게 할 수도 있지만, 모(毛)가 길면 괜히 엉뚱한 데 페인트가 묻고 그러더라. 1/72처럼 작은 스케일에서는 모 길이가 짧은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에나멜 페인트 병 뚜껑에 묻은 페인트 원액을 드라이브러싱 붓에 퍽퍽 묻힌 뒤 휴지에 닦아낸다. 다 닦여나가지 않고, 페인트가 옅게 묻어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페인트가 살짝 남은 붓을 좌우로 놀려가면, 몰드에 페인트가 묻으며 몰드가 도드라져 보이게 된다. 밑색 그대로의 상태인 왼쪽과, 드라이브러싱 된 오른쪽을 비교해보라.

기본색(올리브 드라브) 드라이브러싱이 끝난 모습. 몰드에는 페인트가 묻고, 골진 부분에는 밑색(검정색)이 그대로 남아 자연스레 음영이 생긴다. 짧은 붓털로 드라이브러싱했기 때문에 조금 거친 느낌이 난다. 긴 모(毛)로 드라이브러싱하면 페인트 입자들이 곱게 묻는다.

이번에는 조금 하일라이트를 올려보기로 한다. 올리브 드라브보다 조금 밝은 색(여기서는 XF-65 필드 그레이를 사용)으로 드라이브러시를 한번 더 올려준다. 하일라이트 완료된 것은 왼쪽, 완료되지 않은 것은 오른쪽이다.

장갑은 XF-61 다크 그린으로 칠했다.

하네스(Harness) 등을 칠할 때는 면상필(面相筆)을 쓰는 것이 좋다.

면상필을 잡은 김에 조금 장난을 쳐봤다. 앞서 헬멧을 칠할 때 ‘못하겠다’ 싶어 포기했던 건데… 헬멧 뺨쪽 4곳, 왼팔 상단의 부대 패치 자리 2곳에 VF-84 Jolly Rogers의 심볼인 Skull & Crossbones를 그려봤다. 동그라미와 X자 정도만 그려넣은 것이지만 아예 없을 때보다 훨씬 나아보인다. (내 눈에만 그런가?)

흰색은 참 붓칠하기 어려운 색인데… 모델마스터 에나멜 페인트는 안료가 묵직해서 붓칠하기가 참 좋다. 면상필과 모델마스터 에나멜 페인트 조합이 아니었으면 Skull & Crossbones를 그릴 생각은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마지막 하일라이트는 XF-49 카키색으로 올려본다. 드라이브러싱이 아니라 면상필로 날카로운 획(stroke)을 ‘그려주는’ 식으로 표현해봤다. 왼쪽은 작업 전, 오른쪽이 작업 후다. VF-84 파일럿 피규어를 참고하면서 노란색 머플러(티셔츠?) 등 세부색칠도 병행한다.

슬슬 사출좌석과의 결합을 준비한다. 헬멧과 간섭이 있을까봐 접착을 미뤄두었던 이젝션 핸들(Ejection Handle)을 접착한다. 칼라에치로 제공되고 있는데, 사출좌석의 헤드레스트에 깊게 꽂아넣을 수 있도록 기부(基部)까지 깊게 잘라낸다. 핸드피스(전동공구)로 헤드레스트에 구멍을 내준 뒤 순간접착제로 접착하면 끝.

다만, KA Models의 칼라에치가 이번에도 말썽을 피웠다. 에치 위에 덮인 칼라 레이어가 너무 잘 벗겨진다. 이젝션 핸들 중 하나가 가공과정에서 칼라 레이어가 사라져버렸다. 노란색 래커와 검은색 에나멜 페인트로 땜질해줄 수밖에…

파일럿 몸체와 사출좌석을 결합한 모습. 후방 화기관제사는 산소호스와 콕피트 조종간이 간섭이 생겨 호스 일부를 잘라냈다.

콕피트에 세팅해본 모습. 팔은 최종단계에서 접착할 예정이다.

의뢰인의 주문에 따라 캐노피를 닫을 예정이므로 캐노피 닫은 상태도 테스트해봐야 한다. 캐노피를 덮어도 다행히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야호~

캐노피를 닫을 것이므로 에치로 된 캐노피 레일 등은 접착하지 않는다. 110번 부품이 캐노피에 붙게 되는 유일한 내측 디테일 부품이다. 역시 GSI래커 무광검정으로 밑색을 올린 뒤 짙은 회색으로 드라이브러싱하여 몰드를 강조해주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