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아침-저녁에는 조금 춥기는 하지만, 낮에는 날씨가 정말 좋더라. 이런 날씨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은데, 모델링하기에도 딱 좋은 날씨라는 점이 문제다. 특히 습도가 낮고 쾌청한 날씨는 색칠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다. 다행히 가족들이 다들 자기 일이 있어 나 역시 베란다 작업실로 나가 에어브러시를 휘두를 수 있었다.

간밤에 붓칠로 콕피트 계기판 커버를 칠해뒀다. 실물의 캔버스 질감을 플라스틱으로 꽤 근사하게 재현해놓았는데, 타미야 에나멜 페인트 XF-62 올리브 드라브로 기본칠을 하고, XF-49 카키로 드라이브러싱하여 몰드를 살려보았다.
이렇게 부랴부랴 캔버스 커버를 칠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윈드실드를 미리 접착한 상태에서 동체 색칠작업을 개시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캔버스 커버의 색칠은 물론, 테스터즈 덜코트(Dullcote)로 코팅까지 완료했다. 하는 김에 콕피트 내부, 파일럿, 캐노피 부속품 등도 함께 코팅해줬다. 3분할된 윈드실드의 가운데는 GSI래커 클리어 그린을 에어브러싱 해줬다.

콕피트의 색칠-코팅이 끝내고 윈드실드를 접착했다. 윈드실드는 캐노피와 달리 접착면이 작기 때문에, 조립단계에서 이렇게 미리 붙여두고 본색칠에 돌입하는 것이 접착강도를 확보할 수 있어 더 나은 것 같다. 요즘 윈드실드를 아예 기수부품과 한덩어리로 만든 키트들이 왕왕 나오는 것을 보면(타미야 1/48 F-14 등…), 메이커들도 모델러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노즐은 의뢰인의 요청대로 양쪽 다 닫힌 상태로 했다. 갖고 있는 노즐 별매품이 한쪽은 열리고 한쪽은 닫힌 상태의 제품(Aires #7184 F-14A Tomcat exhaust nozzles – varied / for Fujimi) 밖에 없는지라 키트 부품을 그대로 썼다. (별매품은 언제 쓰려나?)
색은 실기사진 여러장을 참고하여 일본 모델카스텐의 C-17 스텔스 그레이 1번을 써봤다. 한국에는 정식 수입되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에, 해외구매로 어렵사리(=비싼 값 주고) 1병 구입해서 소장(?)중이다.
모델카스텐 C-17은 가이아노츠에서 만들어 모델카스텐 딱지를 붙여 파는 제품이다. F-35의 오묘한 동체색을 재현하라고 나온 페인트인데, 어쩐지 사진으로 보는 실제 F-35 색감보다는 조금 밝고 펄(Pearl) 입자가 도드라져 보이는 느낌이다. 사진상으로 볼 때는, 최근 국내에 정식수입되어 판매되고 있는 Tru-Color의 #1205, #1220 제품(또는 세트)의 색감이 조금 더 나은 것 같다.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화이트를 써서 자잘한 부품들에 흰색을 올렸다. 톰캣에서 이렇게 자잘한 부품들은 동체 하면에 붙은 것들이 대부분인데, 하이비지(Hi-Viz) 기체일 경우에는 하면이 모조리 흰색이기 때문에 색칠작업에 큰 부담이 없다. (로우비지라면 같은 동체 하면 부품이라 하더라도 외장(겉)은 그레이, 내장(내측)은 흰색으로 칠하게 되므로 작업량이 늘어난다)

무장도 모조리 흰색. AIM-54A 피닉스와 AIM-7E 스패로는 GSI래커 C315(FS16440)로 레이돔 부분까지 칠했다. (다만, AIM-7E는 색칠이 잘못 돼서 재작업할 예정)

VF-84의 수직미익 끝단은 부대 색상인 노란색으로 칠해져있다. 흰색을 올리고 그 위에 GSI래커 C113을 에어브러싱 해줬다. 사실, C113은 2차 대전 독일공군의 제식 노란색(RLM04)인데… 이미 파일럿 헬멧을 칠할 때도 썼지만, GSI래커 기본 노란색(C4)보다 채도가 높고 발색이 좋아 이처럼 작지만 포인트를 주고 싶은 곳에 쓰기에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