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세가와 1/72 J2M3 라이덴 득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구 일본제국 해군 국지(局地)전투기(=요격기)인 J2M3 라이덴(雷電)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오동통한 실루엣이 너무나 예쁘고 귀여워보이는지라.

검색을 해보니, 1/72로는 1977년에 나온 하세가와 키트와 2011년에 새로 나온 Sword 키트가 있더라. 굳이 Sword 키트 리뷰를 보지 않더라도 2011년에 나온 키트가 여러모로 더 낫다는 점은 당연하겠지만, 다른 리뷰를 읽어보니 하세가와 키트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하세가와건 Sword건, 우리나라에서 1/72 라이덴 키트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 Sword 키트는 J2M2부터 J2M5/6까지 발매돼있지만 가장 생산량이 많은 J2M3는 전세계적으로 품절상태가 된지 오래고, 하세가와 키트 역시 2010년대 이후 발매된 콤보 키트들(#01931, #01989, #02234)을 제외하면 단품 키트를 한국에서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태였다. (해외구매를 하면 되지만, 작고 귀여운(?) 키트를 굳이 해외구매로 구하기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결국, 국내 모델러들의 힘을 빌리고자 Facebook에 글을 올렸는데…

…응답이 왔다!

KA Models 디자인팀장님께서 친히 메시지를 주셔서 1/72 하세가와 키트를 ‘무료로’ 공여해주겠다고 하신 것이다. (OMG…) 가격을 지불하겠다는 의향을 비쳤음에도 사양하고 조건 없이 보내주신다니…

‘요즘 일이 많아 그러니, 발송은 시간을 넉넉히 고려해달라’ 하시더니, Facebook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고 며칠 안되어 집에 소포가 이렇게 와버렸다. 게다가 생각지도 않던 콤보 키트! 1대분 키트라고 생각하고 ‘무료공여’에 동의했던 것인데, 가격이 2배인 콤보 키트를 무료로 받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콤보 키트이므로 키트는 2대분이다. 뿐만 아니라 상자 안에는 서프라이즈 선물이 2개나 더 들어있었다. KA Models 디자인팀장님의 성의를 동의 없이 함부로 공개하는 것이 결례인 것 같아 여기에 소개하지는 않지만 1/72 모델러인 나에게도 매우 유용한 아이템이다.

보내주신 #01931 키트는 2011년 발매제품이지만 다행히 데칼에 황변이나 크랙이 없다. 이 제품 이후로도 하세가와는 라이덴의 콤보 키트를 두 번 더 발매했는데(2012년 #01989, 2017년 #02234) 인기가 없어서인지 이 제품들 모두 아직도 시중에 재고가 상당수 있는 상태다.


내 모형생활이나 이 블로그를 꾸준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내향적이고 정적인 사람인지라 ‘모형취미’라는 것도 남들과 교류 없이 조용히 혼자서 즐기는 것을 선호해왔다. 그러다가 이번에 구하기 어려운 키트를 하도 갖고 싶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변 모델러들에게 손을 내밀어보았던 것인데, 이렇게 뜻밖의 선물을 얻게 된 것이다. 예전에도 이와 같은 비슷한 기분 좋은 일이 있었는데, 그 때의 좋은 기억을 잊고 내가 너무 조용히 혼자만의 세계를 즐겨왔던 것이 아닌가 싶다.

Facebook 메신저로 감사인사를 전했을 때 KA Models 디자인팀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여운이 남는다.

“그냥 부담가지지 마시고 친구가 선물로 줬다고 편하게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플라스틱 쪼가리’를 자르고 붙이며 즐거움을 느끼고, 구하기 힘든 키트를 득템(?)했을 때 쾌감을 얻는, 희한한(?) 사람들이다. (그나마 우리 같은 사람들의 수는 점점 더 줄고 있다) 남들은 결코 이해 못할 이러한 즐거움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그 즐거움의 크기를 어떻게 더 키워볼지 고민해도 좋지 않을까. 이렇게 함께 놀고 즐거워하는 사이라면 ‘친구’라 불러도 틀린 말이 아닐 테다.

2 comments

  1. 같이 보낸 에칭은 소개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제품화할게 아니고 개인용으로 제작한거라서요.

    1. 양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번에 기회될 때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