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세가와 1/72 F-4 팬톰2 인테이크 램프 업그레이드 부품

Scalemates.com을 찾아봐도 정확한 연도가 나오지 않는데, 하세가와에서 1/72 F-4 팬톰2 키트가 나온 것이 1980년 후반 내지 1990년 초반이 아닌가 싶다. 1990년 초반, 모형지 취미가(趣味家, Hobbyist)가 초창기 특집으로 F-4 팬톰2를 다룰 때 이미 하세가와 신금형 키트를 소개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30여년이 흐르는 동안, Revell(1990년대 후반)이나 아카데미(2015년), Fine Molds(2020년)에서 새로운 1/72 팬톰이 발매되었지만, 수많은 베리에이션이나 조립의 편리성, 탁월한 기본기 등 종합적인 면에서 하세가와 1/72 팬톰의 경쟁력은 여전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몇 대를 쟁여두고 있고…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숏노즈와 롱노즈의 기수 라인과 윈드실드 차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은 최근에야 지적된 문제이고 골수 Rivet-Counter들이나 신경 쓸 사항이므로 차치(且置)하더라도, 기본부품의 디테일 문제라면 얘기가 좀 다르다. ‘충분히 잘 했을 수 있는데, 왜 이렇게 했을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그런 곳이 하나 있어 신경 쓰이게 한다.

바로 인테이크 램프(Intake Ramp) 부품이다. (‘스플리터 플레이트'(Splitter Plate)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실기(實機)에서는 중간의 사다리꼴 판이 움직이며 공기흡입구로 들어가는 공기의 유량(流量)을 조절하게 된다. 그런데, 이 사다리꼴 판 표면에 12,500개의 구멍이 촘촘하게 (일정한 패턴을 이루며) 뚫려있어 은근히 시각적 포인트가 된다. 하세가와 1/48 키트에는 잘 재현돼있지만, 동사의 1/72 키트에서는 위와 같이 어정쩡하게 ‘대충’ 새겨두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앞서 ‘충분히 잘 했을 수 있는데, 왜 이렇게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지만, 어쩌면 이것은 당시 기술의 한계였을지도 모른다. 10년쯤 뒤에 나온 Revell 제품에서도 이 부분은 어정쩡했기 때문이다. 1/72 스케일에서 이 문제를 비로소 해결한 제품은 2015년에 출시된 아카데미의 F-4J가 최초였다. 그래서 이 부품만 따서 쓰겠다고 아카데미 1/72 F-4 키트를 몇 대 구해둔 적도 있었지만, 너무 돈 낭비 같아 다시 처분하기도 했고… 아무튼 하세가와 1/72 F-4 시리즈는 이 부분 때문에 ‘A급을 주기는 어딘가 부족한, B++급 키트’ 정도로 애매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에서 본 기막힌 제품!!!

바로 문제의 이 제품을 업그레이드 하는 별매품이 판매되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세상에는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었나 보다. 3D 프린팅을 배워 이 ‘옥의 티’ 같은 부분을 자작해버릴까 하는 상상도 해봤는데, 누군가는 그걸 직접 실행에 옮겼으니까.

일전에 소개해드린 제품과 달리, 이 제품은 일본산(産)이다. 개인이 3D 프린팅으로 만든 제품으로, 부스(Booth.pm)라는 일본의 개인 제작물 오픈마켓에 올라와있다.

일본 사이트들은 국제배송을 안해주거나, 국제배송 절차(비용)이 대단히 불편한(비싼)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일본 Yahoo! 옥션도 구매대행을 쓰고 있는데, 이번 역시 그랬다. 결국 배송대행 사이트를 새로 하나 가입하여 일본(판매자) → 일본(배송대행지) → 한국(나) 순으로 들여왔다.

배송대행 사이트는 이하넥스(eHanex, 한진에서 운영)와 조이포스트를 많이 쓰는 것 같은데… Booth에서 제공하는 일본내 주소지 입력 필드의 길이 제한 때문에 이하넥스는 쓸 수 없다. (이하넥스의 일본주소지 길이가 길어 입력 불가) 어쩔 수 없이 조이포스트를 쓴 것이긴 하지만, 비용도 저렴하고 서비스도 만족스러웠다.

2세트를 구입했다. 물건값 800엔(1세트당 400엔), 일본내 배송비 198엔, 배송대행료 1.4만원 등 총 2.5만원 정도가 들었다.

생각지도 않은 F-4 사출좌석 세트까지 판매자가 덤으로 보내주었다. 별도로 판매하는 제품을 선뜻 보내준 것이다. 구매 결정 전후로, 판매자와 국제배송이 가능한지 등에 대해 Booth 메신저로 이야기를 좀 나눈 적이 있는데, 그 때 원하는 것을 구하고 싶어 애태우는 내 마음이 전해진 것인지… Booth 메신저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제품을 구매한 가장 큰 이유. 표면의 구멍들이 또렷하다. 실물처럼 원형이 아니라 삼각형(?) 몰드인 것이 조금 아쉽긴 한데, 3D 프린팅의 한계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프라이머나 페인트가 올라가면 몰드가 메워지는 것도 감안해야 할 것 같고.

표면에는 3D 출력물의 한계인 적층무늬가 살짝 보인다. 제작자에 따르면, 400-600번 정도의 사포로 표면처리를 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하는데, 내 생각으로는 800-1200번 사포를 쓰는 것이 좀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이 제품과 같은 컨셉의 제품이 하나 더 있다. (Raf Avi.#729 제품) 공기배출구까지 재현돼있어 좀더 정밀하고 칼라설명서도 제공하고 있지만 가격은 2배다. 호기심 많은 돈지x 모델러인 나는 이것도 하나 사봤는데(현재 한국 배송중…), 이 v1models 제품보다 월등히 뛰어날 것 같지는 않다.

어쨌건 이로써 내가 가진 수 대의 하세가와 1/72 팬톰2 키트 중 3개는 구원을 받게 된 셈이다. 키트의 허접한 인테이크 램프 부품을 버리고 더 정밀한 부품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국내 모형 관계자분들께서도 혹시 이 포스팅을 보시게 된다면 제품개발에 참고해주셨으면 좋겠다. 아직까지 하세가와 1/72 F-4 키트의 수요는 적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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