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KA Models 데칼 촌평(寸評)
KA Models 키트에 든 데칼은 아주 품질이 좋다. 인쇄상태가 좋을 뿐만 아니라, 반응성도 우수하다. (물에 넣었을 때 데칼이 대지(臺紙)에서 바로 분리되고, 데칼연화제 적용도 잘 된다) 하지만, 디자인 측면에서 좀 아쉬운 점들이 있다.
어레스팅 후크와 벤트럴 핀 데칼에서 보듯, 길이가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1/72 스케일의 한계 때문일 수도 있고, 모니터상의 완벽한 도안을 인쇄물로 찍어낼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오차일 수도 있다. 안 보이는 쪽으로 감춘다든지(위), 길이를 줄여 수습한다든지(아래) 하는 식으로, 조금 머리를 써야 한다.
2. 캐노피 레일 (HADmodels #72216)
같은 VF-84 / AJ200 기체라 하더라도, KA Models 키트는 1978년의 기체여서 캐노피 레일의 파일럿 이름이 1명 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이걸 꼭 2명으로 써주고 싶었다. 실제로 1979-1980년의 AJ200은 캐노피 레일에 파일럿(전방)과 화기관제사(후방)의 이름이 다 적혀있다. (참고자료) 타미야 1/48 F-14A 키트(#61114)가 재현한 기체도 바로 이것이다.
따라서, 캐노피 레일에 파일럿 이름을 2명 다 붙여주기 위해 별매데칼을 사용했다. 몇 번 소개한 적 있는 헝가리 HADmodels의 #72216 F-14A Jolly Rogers / USS Nimitz (1978-1979) 데칼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내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현재 시점에서 1/72 스케일로 이 1979-1980 시기의 VF-84 / AJ200을 재현할 수 있는 유일한 별매데칼이다.
아이템 선정은 좋지만, 아쉽게도 데칼 자체의 품질은 그리 좋지 않다. 게다가 설명서에 표시된 전후방 파일럿의 이름이 영 의심스럽다. (CAG가 후방석이야??) 타미야 1/48 F-14 키트 설명서를 토대로 전후방 파일럿의 이름을 다시 확인해보니 앞뒤가 서로 뒤바뀌었다.
- 전방 파일럿 : CAG(비행대장) Rob Ferguson
- 후방 화기관제사(RIO) : ENS(소위) Jay Rogers
발색을 위해 흰색 데칼을 먼저 붙이고 노란색 데칼을 덧대게 돼있는 것까지는 좋은데, 두 데칼의 길이가 정확히 들어맞질 않는다. (데칼연화제 때문일까?) 바탕이 되는 흰색 데칼은 1개를 통째로 붙이되, 위에 올리는 노란색 데칼은 어절(?)별로 3개로 쪼개 편차를 최소화 했다. 즉, 원체 8개(2×4)였던 데칼 작업량이 16개(4×4)가 돼버린 셈이다.
3. 수직미익
자잘한 데칼들이 주는 아기자기함과 정밀함도 있지만, 이렇게 큼지막한 데칼이 주는 박력도 분명하다. 큰 데칼작업에서는 KA Models 기본 데칼의 우수한 품질이 빛을 발한다. 두께가 얇고 작업속도가 빠르다. 깔끔하게 해골 데칼이 붙은 수직미익을 보고 있으려니, 왜 “톰캣은 졸리 로저스”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너무 멋있다!)
지금은 모형작업을 쉬고 계시지만, 한때 열정적으로 비행기를 뽑아내시던 어떤 동호인께서 “비행기는 여자, 이빨, 해골“이라는 명언을 남기셔서 무릎을 탁 치며 공감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참 인연이 닿지 않던 마킹들이었는데, 이번에 한(恨) 풀었다.
다만, 여기서도 KA Models 데칼 도안에 조금 실망. 수직미익에 붙는 견인위치 마크(“?” 비슷하게 생긴…) 데칼이 모두 검정색으로 인쇄돼있는 것이다. 수직미익이 검정색이면, 이런 건 노란색이나 오렌지색이어야 하지 않나?
4. AIM-54A 피닉스 미사일
수직미익 해골 데칼에 감탄하던 것도 잠시, 피닉스 미사일 데칼이 또 골치다. 도안들은 나쁘지가 않은데, 설명서만 봐서는 이걸 어떻게 붙여야 하는지 감이 오질 않는다. 피닉스 미사일 실물사진을 보며 겨우 붙였다.
하지만 데칼과 부품의 Fit이 영 좋지 못하다. 넘치거나 모자라는 부분이 많고, 1/4씩 나눠진 도안이 딱딱 맞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가뜩이나 개수(個數)도 많은데, 나중에 한번씩 손이 더 가게 생겼다.
탄체쪽 데칼은 전체가 한 덩어리여서 상대적으로 편하지만, 치수 문제도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시험삼아 붙여본 결과, 길이가 많이 남고 탄체 주위의 돌기(AIM-54A형의 특징이다)를 가로지르는 노란띠들이 정확히 맞아들어가지 않는다. 길이는 줄여주고, 노란띠는 잘라내어 하나하나 따로따로 붙여주기로 했다.
부품 몰드보다 데칼이 넘치는 부분은 나중에 떼어내야한다. 디자인 나이프를 숫돌에 갈아 날을 세운 뒤, 몰드를 따라 데칼에 칼금을 내준다. 칼 종류(디자인 나이프, 끌 등)나 접착성 물질(스카치 테이프 등)을 써서 필요 없는 데칼을 떼어내면 된다. (페인트 피막이 벗겨지면 붓질로 땜질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피닉스 미사일 1개당 데칼이 13개니, 1세트(미사일 4발)에 데칼이 50개 넘게 붙는 셈이다. 이렇게 깨알 같은 데칼 작업을 하면 무척 힘이 들지만 다 붙이고 나면 아무래도 좀더 기계적이고 정밀해보이는지라 쉽게 포기하기가 어렵다. 남은 데칼들도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Slow, but steady) 쭈욱- 붙여나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