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4A VF-84 ‘Jolly Rogers 1979’

1:72 / KA Models (ex-Fujimi) / 제작기간 : 2020. 12. 6 ~ 2021. 9. 11

9개월간의 제작을 마치고 드디어 완성작 포스팅을 올린다. 몇 번 언급했던대로 동생의 의뢰작이다. 전화기를 뒤적여보니, 최초로 “만들어줘~” 했던 게 2018년 9월 28일이던데, 그때부터 치면 3년만에 완성한 셈이다. 의뢰인이 동생인데다 돈 안 받고 만들어주기로 했으니 망정이지, 제3자가 돈 주고 의뢰한 거였으면 정말….

어쨌거나 제작은 재미있게 했다. 원체 키트 원판이 좋은데다, 이미 칼라에치, 피토관, 고품질 데칼 등이 추가돼있어 별매품 스트레스도 거의 없었다. 모양이 부족한 부품을 대체하기 위해 하세가와 키트를, 정확한 Jolly Rogers 마킹을 위해 별매데칼을 쓴 것이 전부다.

화려한 하이비지 시대의 멋이 느껴지는 도장이다. 위는 GSI래커 C315, 아래는 피니셔즈의 파운데이션 화이트(Foundation White)를 썼다.

웨더링은 먹선넣기를 겸해 에나멜 페인트로 가볍게 워싱하는 정도로 끝냈다. 코팅은 GSI 수퍼클리어(반광택)으로 처리했는데, 이상하게시리 무광택에 가깝게 뿌려져 당황스러웠다. 어찌어찌 수습은 했는데, 조금 아쉽다.

주익은 제작자의 편의를 위해 완성후 꽂아넣을 수 있게 돼있는데, 결합부 홈에 돌기(턱)가 있어서 한번 힘주어 꽂아넣으면 다시는 빼기 어려운 구조다. 덕분에(?) 이 톰캣은 주익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 완성작에서 갖고 놀만한(?) 부분이라고는, 의뢰인의 요청대로 접착하지 않은 캐노피와, 약간의 기믹을 적용한 수평미익이 전부다.

기수쪽 상-하 경계면의 처리에 대해 몇 가지 설(說)이 있는데, 타미야 1/48 키트의 색칠지정도를 참고했다. (타미야 키트의 색칠지정도는 색칠작업 내내 레퍼런스로 사용했다)

재미있게도, Fujimi 키트는 공기흡입구의 분할을 좌우로 해놨다. 두께도 얇고 좌우 몰드도 살릴 수 있어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조금 까다롭게 굴자면 부족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기흡입구 내부의 바이패스 램프(Bypass Ramp)가 재현돼있지 않고, 정면에서 봤을 때 내측 실루엣이 뒤틀려있기 때문이다. 하세가와레벨 키트와 비교하면 다소 아쉽다.

기수의 피토관은 키트에 든 금속부품을 사용. 윈드실드 앞의 안티글레어 패널을 마스킹하는 방법은 제작기 #17을 참고.

오랜만에 파일럿을 만들어본 것 같다. 의뢰인의 요구이긴 했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완성 후의 만족감, 실감도 높은 것 같다. 헬멧의 문양을 칠하는 방법은 제작기 #9을, 1/72 같은 작은 스케일에서 파일럿을 칠하는 방법은 제작기 #10을 참고.

계기판은 키트에 포함된 칼라에치를 쓰는데, 색감도 좋지 않지만 무엇보다 작은 충격에도 칼라층이 쉬 깨어져나가 다루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붙인 뒤에 그럴싸해보인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할까…

키트에 든 사이드와인더(AIM-9)는 L/M형이다. 초기형의 맛을 살리고 싶어 하세가와 무장세트에서 AIM-9D를 가져왔다. 약간의 디테일업도 해줬다. 모든 파일런, 런처, 미사일은 곤충핀을 박아 접착강도를 확보해줬다.

영화 ‘The Final Countdown‘(1980)으로 유명해진 바로 그 마킹. 최근 스케일을 불문하고 톰캣 키트 신제품 출시가 러쉬인데, 이 마킹은 빠지지 않고 출시되고 있다. (타미야도, 파인몰드도…)

단, 이 마킹의 기체는 초기형 수직미익을 가졌다. 키트에는 후기형만 들어있기 때문에 개조해서 사용했다.

KA Models 키트에는 재미있는 것이 들어있다. 축광(蓄光) 페인트를 입힌 데칼로 비행기의 저명도 편대등을 재현해놓았다. 주익 윙팁의 것이 조금 붙이기 어렵다는 점만 빼면 아주 만족스럽다. 빛을 쐰 다음, 어두운 곳에 두면 저렇게 빛이 난다. 실기(實機)의 저명도 편대등을 그대로 닮았다.

수평미익 결합부는 플라스틱 파이프를 가공하여 만들어 넣어주었다. 빠듯하게 끼워지며, 가동도 가능하다.

톰캣은 역시 이 무장이 표준이다. 모든 미사일은 노즐을 만들어줬다. AIM-54 피닉스는 붙는 데칼이 많아 조금 힘들었다. 피닉스 팔레트는 키트의 것을 조금 가공하여 사용.

의뢰 받은지 3년만에 인도하게 되어 미안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다. 3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을지, 그만큼 완성도 높게 만들었는지 후회도 든다. 원체 미술쪽 재능이 없는데다, 모형제작(특히, 색칠작업)에 시간을 많이 들이기 어려운 환경까지 겹쳐 매번 발전 없이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완성품만 양산해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특히, 톰캣 앞에서는 더 약해지는 듯…)

이러한 찜찜한 기운을 털어내고, 다음 키트를 뜯어볼까 싶다. 원래 약속드린 대로라면, 투표결과에 따라 또 톰캣을 만들어야 하지만, 톰캣에 징크스가 있는 점을 감안하여 내 맘대로 차기작을 고르려고 한다. (남들이 원한다고 떠밀려 꾸역꾸역 톰캣을 1대 더 만드는 것보다는, 내가 준비가 되고 마음이 동할 때 차분히 1대를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다음 톰캣은 좀 쉬었다가 만들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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