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측면 패널라인 되파기 완료
9월 하순, 왼쪽(Port)의 패널라인을 되파줄 때만 해도, 추석연휴를 활용해 패널라인 되파기 작업이 금세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게 꽤 품이 드는 작업인지라 오른쪽(Starboard)에 쉬 손이 가지 않았다. 서울둘레길을 걷거나 Age of Empires 2: Definitive Edition을 하며 여유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10월에도 연휴가 많다. 비가 오락가락 해서 외출까지 어려워진 상황을 전화위복 삼아, 남은 오른쪽 패널라인을 다 파주었다. 한나절을 꼬박 투자하긴 했지만, 처음 시작했던 왼쪽보다는 좀더 쉽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아무리 멀고 험한 길이라도, 거꾸로 돌아오는 길은 떠나는 길보다 더 쉽게 느껴지는 거. 끝(목표)를 모르고 시작하는 것과, 끝을 알고 시작하는 것의 차이가 아닐까?
하지만, 아직 패널라인 되파기가 다 끝난 것은 아니다. 동체 상하면처럼 동 좌우부품이 맞닿는 부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런 곳은 조립을 진행해가며 작업할 수밖에 없다.
2. 콕피트
동체 좌우부품을 붙일 단계가 다가오니, 콕피트도 미리 준비해놔야 한다. GSI래커 C73 에어크래프트 그레이를 에어브러싱하고, 패널은 Fujimi 키트에 든 데칼을 이용해 간단히 처리했다. 아카데미 키트를 이용한 측면 연장콘솔은 무광검정으로 색칠.
콘솔의 몰드(디테일)이 뛰어나서 데칼을 붙이기가 조금 까다롭다. 데칼연화제를 듬뿍 먹여 인내심을 갖고 조심조심 붙여줬다.
데칼을 다 붙여준 뒤에는, 타미야 패널라인 악센트 컬러(짙은 회색)을 이용해서 형식적으로 워싱을 해줬다.
3. 에어브레이크
에어브레이크를 열기로 결정하고 Fujimi 키트 부품(동체 후방)을 이식한 것인데, 키트의 디테일이 참 애매하다. 실기사진을 보면 꽤 재현도가 높고, 몰드도 선명해서 컨버전 키트나 아카데미제보다는 훨씬 낫긴 한데…
나쁘게 보자면, 양감(量感)이 부족하고 부조(浮彫)식의 몰드가 영 마음에 안 든다. 무엇보다도 CAC Sabre는 일반 F-86과 에어브레이크 내측의 디테일이 상당히 다르다. 그렇다고 다 뜯어고치기에는 작업량이 만만치 않은데… (패널라인 파느라 진 다 뺐는데 또?)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한쪽이 다 완성돼있었다. (???) 위는 Fujimi 키트 오리지널, 아래는 내가 작업한 것.
Google에서 찾은 실기사진을 보면서 플라스틱 봉/각재/판, 황동선, 마스킹테이프 등을 이용해 ‘그럴듯해 보일’ 정도로만 작업해준 것인데, 오리지널보다 더 보기 좋아 뿌듯했다.
한껏 기분이 좋아져 내친김에 왼쪽 에어브레이크까지 내리 작업! 그런데 왼쪽은 오른쪽과는 디테일이 전혀 다르다. 굵은 실린더나 박스(?) 없이 튜브 위주로 돼있어서 실감을 살리기가 더 까다롭다. 다량의 황동선을 투입하여 오른쪽보다 더 많은 튜브를 재현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튜브를 재현하기 위해 원래는 에나멜선을 쓸까 했다. 핀셋으로도 가공이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힘이 없고 자칫하면 꼬불꼬불해지기 일쑤여서, 조금 힘들더라도 황동선을 쓰기로 했다. 연성(軟性)이 좋지만 강도도 높기 때문에, 핀셋으로는 가공이 불가능하고 플라이어를 써야 한다. 또한 즉흥적으로 구부리고 휘기도 매우 힘들다. 수시로 가조립/측정을 병행해가며 ‘구부러진 모양을 미리 만들어놓은 뒤’ 접착하는 것이 깔끔한 결과를 얻기에 좋다.
튜브(황동선)의 고정은 이렇게 했다. 핸드피스를 이용해 접착부위에 구멍을 낸 뒤, 동체 안쪽으로 깊게 박아넣고 순간접착제를 발랐다. 모형작업이라는 게 대부분 그렇지만, 겉으로는 깔끔해보여도 보이지 않는 안쪽은 이렇게 너절하기 마련이다. (법, 소시지와 다를 바 없다)
생전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낑낑대긴 했지만 어쨌거나 완성. 아카데미 키트(회록색), 컨버전 키트(하늘색)와 비교했을 때 내 자작품이 훨씬 고증에 맞고 디테일도 나은 것 같다.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