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정리를 하다가 거실 장식장에 놓인 파손된 장식품들에 눈이 갔다. 오늘과 내일, 해야할 일들이 있어 이번 주도 본격적인 모형작업은 어려울텐데, 파손된 장식품들이나 가볍게 수리하며 마음을 달래볼까 싶어 늦은 오후에 잠시 작업대에 앉았다.
1. Hogan 1/500 Boeing 747-8 Korean Air (#9567)
몇 년 전, 아들이 학교 가기 전이었던 것 같다. 모형도매상들이 몰려있는 양재동이 집에서 가까운 편이라 아장아장 걷던 아들과 나들이 삼아 양재동 모형도매상 중 한 곳을 갔다.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아들이 관심을 보인 다이캐스팅 비행기를 하나 사주었는데, 그게 이거다. 1/500 스케일이라 전장(全長) 15cm 정도의 작은 크기임에도, 5만원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아들도 아빠처럼 비행기에 관심 갖기를 바라며 기꺼이 사줬던 기억이 난다.
비싼 제품이지만, 바퀴 같은 비금속 파트의 내구성은 그리 좋지 못한 것 같다. 세월이 가면서 랜딩기어가 부러져 곤충핀을 심어 수리를 한 적이 있다. 그 후에도 바퀴가 몇 개 빠져버려 추가보수(補修)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장난감 고치는 데 ‘쬐끔’ 재주가 있는 아빠에게 아들이 ‘이것 좀 고쳐줘…’ 하는데, 피곤하고 시간 없다고 미루는 것도 한 두번이지…
두께 1mm 플라스틱판을 써서, 도망간 타이어 부품과 똑같은 모양을 만들기로 한다. 타이어 전체 지름은 2.3mm, 휠 허브 부분 지름은 1mm 정도 되는 것 같다. 우선 넓직한 판 위에 휠 허브 구멍부터 뚫어준다. 0.5mm 드릴로 먼저 자리를 잡고, 그 뒤에 1mm 드릴로 구멍을 넓히는 식으로.
휠 허브 구멍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만들어 잘라낸다. 원형 템플릿과 철필을 이용하면 좋다. 일전에 소개한 바와 같이 원형 템플릿으로는 Tamiya의 #74150 Modeling Template을 즐겨 쓰고 있다. 다른 제품들과 달리 원 지름이 0.25mm 단위여서 좀더 정밀한 작업이 가능하고, 템플릿 자체의 크기도 콤팩트하기 때문이다.
만들어놓고 보니 휠 허브가 1mm보다 좀 크다. 1.5mm 드릴과 원형 줄을 써서 구멍을 좀 넓혀줬다.
GSI 래커 C33 무광검정으로 붓 색칠. (이걸 보던 아들이 ‘우와, 아빠, 되게 섬세하다…’하는 소리에 또 한번 우쭐해졌다…)
순간접착제를 이용하여, 완성된 자작 타이어 부품 2개를 접착.
수리한 부분이 모두 하면이어서, 이렇게 세워두면 수리한 티도 나지 않는다.
옆에서 구경하던 아들더러 손 올리라고 하면서 기념사진 한 컷. 5년전에 비해 커지긴 했지만 여전히 내게는 아기 손이다.
2. 청자 수저받침
다이캐스팅 비행기가 아들 장난감(?)이었다면, 이건 어머니 장난감(?)이다. 이런 고풍스러운 아이템을 좀 좋아하시는데… 청자식(式)의 수저받침이다. 재질은 도자기(?)인 것 같은데, 꼬리 부분이 똑- 부러진 상태로 장식장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순간접착제를 꺼낸 김에 이것도 수리하기로 결심.
도자기 재질이 순간접착제로 붙을까 좀 걱정했지만 잘 붙더라. 파편 없이 깔끔하게 깨진 편이어서 감쪽같이 붙었다.
깨지지 않은 나머지 1개와 같이 촬영.
이런 류의 포스팅은 거의 처음이지만, 예전부터 아들 장난감 수리를 종종 해주곤 했다. 요즘처럼 몸과 마음이 힘들 때, 이런 가벼운 작업을 하면 잡념도 떠오르지 않고 마음이 편해진다. 가족에게 점수 따는 것은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