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C Sabre #9 – 플랩 꺾기, 콕피트 디테일업

2022년 설날 연휴는 길었다. 토/일요일을 붙여 자그마치 5일…! 이런 황금연휴에는 밀린 진도를 쭉쭉 빼기가 좋을 것 같지만, 원체 천성이 게으른지라 정작 작업대에 앉은 것은 연휴가 다 끝나가는 화요일 오후였다. 즉, 5일 연휴 중에 실제 작업시간은 1.5일에 불과했던 것.

하지만, 제작기간이 짧았음에도 작업만족도(?)는 꽤 높았다. 지겨웠던 사포질이 끝나고 그간 눈감고 넘어갔던 여러 곳의 디테일업을 개시했기 때문이다.


1. 사포질과 패널라인의 리터치

컨버전 키트 이식, 주익 결합 등 온갖 잡물(雜物)들을 한덩어리로 이어붙이다보니, 연결부위를 매끄럽게 처리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드디어 이번 연휴에 그것들을 하나로 이어붙이는 작업이 대충 마무리 됐다. 사포질을 끝내고, 패널라인도 모두 다시한번 리터치 해주었다.


2. 플랩 꺾기

리뷰 포스팅에도 썼지만 HPM 키트에는 아카데미 1/72 F-86 키트가 한 세트 그대로 들어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Fujimi 키트를 주로 쓰기 때문에 아카데미 키트가 하나 통째로 남는 셈인데, 거의 놀고 있는 이 키트를 보다보니 조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내 손은 주익 부품을 뜯어내고 있었다. (;;;)

상하부 부품을 다듬고, 반원형 각재를 이어붙여 플랩을 만들었다.

참고로, 아카데미 키트는 Fujimi 키트와 플랩의 모양이 살짝 다르다. (완벽히 카피하지는 못했나보다) 하지만 플랩이 내려갔을 때 딱히 눈에 띄지 않으므로 별다른 수정 없이 그대로 가기로 했다.

전혀 계획에도 없던 것을 뒤늦게 작업하다보니 조금 힘이 든다. 주익, 특히 하면(下面)은 여러 부품이 맞닿기 때문에 이음매 작업에 공을 들인 곳인데, 이곳을 건드리지 않고 플랩을 따내려면 매우 조심스럽게 작업해야 한다. 핸드피스에 0.5mm 마이크로 드릴 비트를 물려 구멍을 숭숭 뚫은 뒤, 플랩을 뜯어내는 식으로 했다.

플랩 접착부위에 반원형 각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별도의 핀(pin) 작업은 하지 않았다. 또한, 플랩이 접착되는 주익 상면 부품 내측을 얇게 갈아내어, 플랩이 접착됐을 때 주익의 단면이 얇은 철판처럼 보이도록 했다.


3. 기관포의 디테일업

기수에 장착된 2문의 30mm Aden 기관포는 대형화된 공기흡입구와 더불어 CAC Sabre의 가장 큰 특징이다. 통상의 F-86 계열이 6문의 기관총을 장비한 것과 대별되는데, 이를 재현하는 것이 관건이다.

예전에 소개한 바와 같이, 중국 Hobby Design사의 스테인리스 파이프 전종을 갖고 있는데, 이번에도 이걸 쓴다. 0.6mm 튜브를 골랐다. 커팅이 항상 골치였는데… 핸드피스에 커팅날을 물려 잘라내는 게 가장 효율적인 것 같다. 다만, 위험하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

정면에서 본 모습. 좌우대칭이 맞는 것 같아 안심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상당히 독특한 형상을 가진 기관포 주변 패널을 재현해준다. 특히, 총구를 가로지르는 세로의 금속판때기(?)가 특이하다. (구멍만 뚫어놓고 기관포 디테일업을 여태까지 미룬 게 이 때문이다) 스테인리스 파이프 위에 얇은 플라스틱 판을 접착한 뒤, 주위 높이에 맞게 갈아내는 식으로 재현했다.


4. 콕피트의 디테일업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컨버전 키트의 이식’에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에, 콕피트 디테일업은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사포질이 끝나고 가만히 모형을 들여다보니 휑한 콕피트가 눈에 밟혔다. 결국 (동체를 결합한 후에는 콕피트 색칠이 무척 곤란하다는 것도 애써 무시한 채!) 콕피트 디테일업에 착수.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콕피트 뒷면 격벽. 일단 뻥 뚫려있기도 하거니와, 별매시트를 사용해 덮는다 해도 레일 같은 구조물이 너무 없다. 얇은 플라스틱(스티렌) 각재로 ㄷ자 레일을 만들어준다. 금속 자(尺) 등을 이용해 두 각재를 직각으로 세우고 무수지 접착제를 죽- 흘려넣어주면 간단하게 완성된다.

어차피 보이지 않을 부분이라서, 그밖의 구조물은 ‘흉내만’ 내주는 정도로 그쳤다. 각종 플라스틱 각재를 사용.

캐노피 개폐기구에서 콕피트 쪽으로 돌아 들어오는(?) 튜브(파이프?)는 황동봉으로 재현했는데, 끝단을 예쁘게 처리하기가 좀 애매했다. 대충 바스터브 옆면에 (순간접착제를 써서) 붙인 뒤, 플라스틱 판으로 ‘가려주는’ 꼼수를 썼다.

콕피트 주위를 두르는 캐노피 레일은 0.3mm 플라스틱 봉을 붙인 뒤 줄(file)로 윗단을 갈아내어 조금 각(角)을 줘봤다.

캐노피 개폐기구와 캐노피 내측 프레임도 플라스틱 각재, 플라스틱 판 등을 이용하여 디테일업. 실기(實機) 사진보다는, Mike Prince씨의 1/32 제작기(2011년작)를 따라 만드는 식(重譯?)으로 해봤다.

어차피 캐노피를 열 생각이기 때문에, 캐노피 개폐기구는 눈에 보이는 절반만 만들어줬다.

별매시트와 캐노피 프레임까지 세팅해본 모습. 처음보다 훨씬 더 풍성해진 느낌이다. 아, 뿌듯해~


하루 남짓을 투자한 것치고는 작업결과가 주는 만족감이 크다. 역시 비행기는 콕피트인가, 싶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