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간 표면작업을 거듭 했다. 표면상태가 크게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자꾸 욕심이 나서…. 마침내 나 스스로 납득할 수준이 되고 나서야 멈추게 되더라. 지긋지긋한 퍼티+프라이밍+사포 작업을 끝내고 비로소 최종 디테일업에 착수.
1. Aden 기관포 패널
CAC Sabre의 특징인 Aden 기관포 패널은 다소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모형으로 재현하기 어려워서인지, 컨버전 키트에서도 잘 재현돼있지가 않고 밋밋하게 처리해두었는데… 이 부분을 조금 살려보았다.
기관포 패널에는 4개의 얇은 돌기(보강판?)가 붙어있다. 플라스틱 판을 붙이면 되는데, 움푹 패인 골(?)을 따라 붙은 것이어서 재현하기가 조금 까다롭다.

주둥이가 둥근 플라이어를 써서 플라스틱 판 끝을 둥글게 말아준 뒤…

넉넉한 크기로 잘라 기관포 패널에 접착. (원래는 4개여야 하는데, 너무 조밀해보여서 포구(砲口) 바로 앞에 붙은 1개는 생략했다)

접착제가 마르면 잘라내고 사포 등으로 두께를 정리해주면 된다.
2. 열 교환기 배기구

자료사진을 보다가 뒤늦게 발견한 것인데… F-86 Sabre부터 캐노피 바로 뒷덜미(?)에 경사(傾斜)진 형태의 구멍이 있더라. Heat Exchanger exhaust duct라는데… ‘열 교환기 배기구’ 정도 되나보다.
플라스틱 봉에 구멍을 뚫어 꽂아줄까 싶었는데, 컨버전 키트의 단면이 워낙 두꺼워 굳이 안 그래도 되겠다. 적당한 위치에 철필로 자국을 내고 핀바이스 드릴로 경사지게 구멍을 내주는 것으로 쉽게 해결.
오히려 적당한 위치를 잡는 것이 좀 까다로웠다. 내가 만들려는 기체는 동체 중앙에 사선(斜線)으로 셰브론 장식이 들어가는데, 이 구멍을 절묘하게 비껴나가기 때문이다. 마스킹 테이프로 셰브론 장식을 시뮬레이션 해본 뒤 배기구 위치를 잡았다. (처음에는 ‘여기겠지…’하고 눈대중으로 대충 뚫어줬는데, 위치가 잘못된 것을 알고 메워주었다)
3. 마지막 디테일업 준비

몇 번 말씀드린 대로, CAC Sabre에는 오리지널 Sabre에 없는 스쿠프, 배기구 등이 증설되었다. 컨버전 키트에 이것들이 재현돼있기는 하지만, 재현도도 형편 없고 험난한 작업과정 중 이것들을 잘 관리(?)하는 것도 난망(難望)한지라, 처음부터 죄다 자작할 생각이었다.
흡입/배출구나 루버처럼 ‘안으로 들어가는’ 것들은 조립과정 중 자작을 했고, 이제 남은 것은 ‘표면에 튀어나온’ 스쿠프(scoop) 같은 것들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것들은 표면작업이 모두 끝난 뒤에야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제서야 손을 대게 됐다. 마지막 디테일업인 셈인데…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자료사진 등을 보면서 놓치는 것들은 없는지, 형태는 어떤지, 점검차 스케치 해보았다.
4. 윈드실드 앞 벤트

F-86 계열에는 윈드실드 앞에 얕게 튀어나온 벤트(덕트?)가 있다. 아무래도 빗물 제거용 벤트가 아닐까 싶은데… 컨버전 키트에도 재현돼 있는데, 몰드도 어정쩡하고 작업하는데 방해만 되길래 일찌감치 날려버리고(…) 자작할 생각이었다.
형태가 어렵지는 않은데, 나름 의도한 바가 있어 조금 복잡하게 만들어보았다. 플라스틱 판을 써서 우선 넓은 정면을 만들어준 뒤, 가늘게 썬 것을 옆에 붙여주었다. 무수지 접착제를 쓰면 쉽게 붙일 수 있다.

정면의 각에 맞춰 측면 판을 잘 재단해주면…

짠! 이렇게 실기(實機)와 같이 (속이 빈) 벤트가 재현되었다. 시중의 모든 키트는 모두 꽉 막힌 몰드로만 만들어놨는데, 이거 재현한 사람 몇 명 없을 걸?
5. 보강판

스쿠프에 비하면 보강판은 누워서 떡먹기다. 얇은 플라스틱 판을 붙여주기만 하면 되니까. 다만, 이런 단순한 작업에도 팁이 조금 있는데…
- 크기를 정확하게 잡기 위해서는 기름종이로 본을 뜨면 좋다.
- 플라스틱 판을 키트 표면에 붙인 뒤 1500번 사포로 한 번 더 살짝 갈아내면, 위화감이 없어져 더 실감이 높아진다.
6. 스쿠프 #1
이게 본론이 아닐까 싶은데… 기본적인 스쿠프 제작 팁을 소개하려 한다. 먼저 각진 형태의 스쿠프.

얇은 플라스틱을 정면에서 본 모양대로 자른다.

판재(板材)들을 결합시킬 접착블록을 만든다. 끝단이 내려앉는 스쿠프의 모양에 맞춰 접착블록 끝단도 가공해줘야 한다.

통념과 달리, 스쿠프들은 대부분 철판 위에 얹혀있는 형태다. (정확히 하자면, ‘철판으로 동체와 이어붙인 형태’라는 것이 맞겠다) 이 점에 착안하여, 얇은 플라스틱 판을 동체와 스쿠프를 이어붙이는 철판으로 써보려 한다. 작업도 편해지고 실감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앞서 만든 접착블록을 얇은 플라스틱 판 위에 접착한다.

접착블록 위에 스쿠프 주(主)형태를 접착한다. 속이 비어보이는 스쿠프를 만들기 위해서는, 끝단이 더 튀어나와야 한다.

얇게 썬 플라스틱 판으로 측면을 만들어 접착블록에 붙여준다. 둥근 플라이어를 써서 끝을 말아주는 것, 넘치는 부분을 주(主)형태에 맞게 잘 마감해주는 것 등은 앞서 소개한 바와 다를 게 없다.

스쿠프가 완성된 모습. 속이 비어보여서 실감만점이다.

아래의 플라스틱 판을 적당한 모양으로 잘라내면 스쿠프 부품 완성. 스쿠프 입구 아래는 철판이 없어야 한다.

요령이 붙으면, 말 그대로 ‘깨알만한’ 크기의 스쿠프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7. 스쿠프 #2

위에서는 ‘각진 형태’의 스쿠프 만드는 법을 소개했는데, 아쉽게도 반(半)원뿔형의 스쿠프가 더 많다. 이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 덩어리를 깎아야 하는데, 반원형 플라스틱 봉을 쓰는 게 그나마 작업량을 줄여준다.
속을 파내는 작업은 핸드피스에 드릴비트를 물려 비스듬한 각도로 빠르게 가공하는 것이 좋다. 어설프게 핀바이스나 줄(file)을 쓰면 흔들림만 심해지고 부품을 잃어버릴 위험도 커진다.
8. 리베팅

워낙 작업이 길어지다보니 지쳐서, 리베팅을 할 생각은 원래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디테일업이 무난하게 마무리 되다보니 또 슬금슬금 욕심이 생기더라. 기계화 리베팅의 힘을 믿고 주요 부위에 리베팅을 실시했다.

각종 점검창이 몰려있는 기수 부분에 리베팅을 집중한 경향이 있다. 하지만 컨버전 키트의 플라스틱 질(質)이 좋지 않아 찌꺼기(burr)가 깨끗이 뽑혀나오지 않더라. 고생 좀 했다.

후방으로 갈수록 리베팅은 조금 설렁설렁…

하면은 눈에 띌 부분을 중심으로…

어쨌거나 이렇게 스쿠프, 리베팅 등 마지막 디테일업을 끝냈다. 조립은 이제 그만! 얘 데리고 베란다 작업실로 나가야지 싶다. 마침 계절도 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