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C Sabre #17 – 데칼링, 완성

8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 드디어 오늘 CAC Sabre를 완성했다. 항상 그렇듯 완성사진은 추후에 찍도록 하고, 마지막 제작포스팅을 올린다.


1. 세부 붓칠

시트는 Pavla Models의 별매품(#S72066)을 사용했는데, 끝까지 색칠을 미루고 있다가 제작 막바지에야 겨우 붓을 들어 색칠을 끝냈다. 별매품의 디테일도 좋지만, 헤드레스트 등이 빨간색이어서 색칠에 크게 신경 쓰지 않더라도 눈에 확 들어오는 장점이 있다.

열심히 자작해줬던 에어브레이크 안쪽의 디테일도 붓칠로 색을 입혀줬다. 실제로 이곳을 채운 파이프와 튜브가 대부분 금속재질이긴 하지만, 기체색과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다. 실기(實機) 사진을 보며 다양한 페인트로 그 느낌을 흉내내보았다.


2. 데칼링

데칼링에 들어가기에 앞서, GSI 수퍼클리어(유광)를 전체적으로 뿌려주어,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데칼의 실버링을 방지해주었다.

데칼링은 별매품(Eduard #672 036)을 사용한 AIM-9B부터 시작. Eduard Brassin 무장세트는 품질이 우수해서 사용하기가 언제나 즐겁다.

그에 비해, 이번 제작의 주력 데칼이라 할 수 있는 DEKL’s #DL-72007는 품질이 영 시원찮다. 왼쪽이 DEKL’s 데칼이고, 오른쪽은 High Planes Models 컨버전 키트(#K 072 078)에 든 Southern Sky Models의 습식데칼인데,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색감이 영 엉망이다. (인쇄상태는 둘 다 수준 이하다) 화사한 원색의 국적마크만이라도 스텐실하기로 결심한 게 이 때문이고…

  • 참고로, DEKL’s 초기 제품은 좌우가 반대로 인쇄되어(Mirror-printed) 모형 표면에 붙일 때도 거꾸로 붙이는 독특한 방식을 써야 했으나, 근래에는 다른 통상의 데칼들과 같은 방식으로 인쇄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다만, 제품 넘버링은 똑같이 쓰고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제품 커버에 표시된 브랜드명이 DEKL’s인지, DEKL’s II인지로 구분할 수 있다. (DEKL’s II가 최근에 나오는 제품)

DEKL’s #DL-72007 데칼의 특이한 점, 또 한 가지. 작은 데이터 마크가 한 장 더 들어있다. 왜일까, 하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유를 알겠다. 우선, 기본 데칼에 세팅된 데이터 마크가 아랫단으로 내려갈수록 인쇄품질이 떨어진다. (핀트가 어긋나거나 초점이 흐려지거나…) 또, 2개가 필요한데도 기본 데칼에 1개만 세팅해놓는 바람에 같은 데칼이 1장 더 필요한 마크가 몇 개 있다.

데칼에는 별도로 재단된 필름(carrier film)이 없고 도안만 인쇄되었으므로, 최대한 도안 형태대로 자른 뒤에 데칼을 물에 불려야 한다. 좌우가 반대로 인쇄되었으므로, 모형 표면에 붙일 때도 좌우를 뒤집어 붙여야 한다. 즉, 우리가 보는 데칼 윗면(앞면?)이, 사실 모형 표면에 붙는 ‘접착면’인 셈이다. 접착제가 발라져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잘 붙으려나, 하는 마음도 들지만, 그런 고민은 불필요하다는 듯 잘 붙는다.

오히려 문제는 인쇄의 ‘품질’에 관한 것이다. 위 사진에서 보듯, 차폐력이 너무 안 좋다. 검은 표범 같은 큰 도안도 그렇지만, 데이터 같은 작은 마킹들은 인쇄상태가 흐리멍덩해서, 기를 쓰고 붙여놔도 공 들인 티가 나지 않는다. 데이터 마크를 붙이면 모형 표면에 자잘한 글씨가 새겨진 것 같고 정밀해보이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뜻한 바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어쨌거나 근성을 발휘해 꾸역꾸역 데칼링을 끝냈다. 이후, 다시한번 GSI 수퍼클리어(유광)을 에어브러싱하여 데칼 보호를 겸한 코팅을 완료.


3. 덩어리 붙이기

데칼링과 코팅이 완료된 덩어리들을 조립하다가 랜딩기어 하나를 부러뜨려 먹었다. 컨버전 키트, 에폭시 퍼티, 무게추 등으로 무거워진 동체를 가느다란 플라스틱 부품으로 지탱하는 것이 웬지 위태로와 보이더니… 늦었지만 황동선을 박아 강도를 보강한 뒤 재접착.


4. 완성

AIM-9B, 레진제 연료탱크, 캐노피, 플랩 등등, ‘덩어리’들을 모두 결합. 기수에 꽉꽉 채워넣은 무게추 덕택에 엉덩방아도 찧지 않는다. (비록 처음에 의도했던, 유리 같은 표면광택은 실패했지만) 반짝거리는 은색 표면에 눈에 확 들어오는 빨간색 포인트들이 너무나 예뻐보인다. “모형은 예뻐야 한다”는 이대영 선생과 나의 취향에 딱 맞는, 그런 완성작이라 자부한다. 아들내미도 (자기 방에 자러 가다가) ‘우와, 예쁘다!’하고 한 마디 하고 갔으니, 다른 사람들의 평가도 비슷하리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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