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C Sabre Mk.32 ‘Black Panthers’

1:72 / Fujimi + Jays Model Kits + High Planes Models / 제작기간 : 2021. 9. 17 ~ 2022. 5. 7

  • (동체, 콕피트, 각종 디테일업) #1, #2, #3, #4, #9, #11
  • (외부장착물, 주익) #5, #6, #7, #8
  • (프라이밍, 국적마크 스텐실) #10, #12
  • (은색 색칠) #13, #14, #15, #16
  • (데칼링, 마무리) #17

‘쉽게 볼 수 없는 아이템을 해보자!’ 싶어 F-86 세이버의 아종(亞種)인 CAC Sabre의 제작에 착수한 것이 작년 9월. 손바닥만한 작은 크기지만, 컨버전 키트의 열악한 품질을 고려할 때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었다. 아니나다를까, 8개월이나 걸려버렸다.

CAC Sabre는, 초창기 제트기로서 서방권의 베스트셀러 기체인 F-86 Sabre를 호주 CAC(Commonwealth Aircraft Corporation)사에서 면허생산한 기체다. (제식번호 CA-27) 호주에서 생산되어 1960년대까지 쓰였고, 이후에는 주변국(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공여되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CAC Sabre를 만들 생각은 없었다. AIM-9B를 단 F-86를 만들고 싶었고, 그 중에서 가장 예쁜 마킹을 한 기체가 바로 이 CAC Sabre Mk.32 ‘Black Panthers’였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호주”라는 나라에 갖는 친밀감도 영향을 줬다. 개인적으로, 삼촌 두 분이 호주에 사신다. 이민 가신지 40년이 넘었고, 이미 한 분은 현지에서 고인이 되신지도 오래다. 대학생 때 영어공부한다고 1년간 혼자 살며 직접 경험한 첫 나라가 캐나다였다면, 호주는 어릴 때부터 내 기억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가장 익숙한 외국인 셈이다.

컨버전 키트 리뷰나, 이식작업 포스팅에서 이미 보셨겠지만, 컨버전 작업이 상당히 난이도가 높다. 컨버전 키트의 품질이 굉장히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풀 레진 키트를 방불케 한다) 그 열악함을, 근성 또는 CAC Sabre라는 기체에 대한 애정으로 메워가지 않으면 작업을 이어나가기가 무척 어렵다.

오리지널 F-86에 비해 위 아래로 더 커진 공기흡입구.

작은 기체이고, 초기형 제트기여서 별다른 외부장착물이 없는데도 사용한 별매품을 리스트업 해보니 또 한 바닥이다. (…)

“AIM-9B를 단 예쁜 세이버”(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이미지를 결정 지은 빨간색의 윙팁과 동체 셰브론. 모두 GSI래커 C3 Red를 사용하여 스텐실한 것이다. 동체 셰브론은 DEKL’s 데칼에도 들어있지만 채도가 떨어져 도저히 쓸 수 없다.

오리지널 F-86에 비해 기수의 전고(全高)가 더 커졌고, 동체 곳곳에 각종 흡입구, 배기구가 증설-변경 된 것이 특징이다. 흡입구/배기구의 자작에 대해서는 제작기 #3, NACA 덕트 만들기, #6, #11 등에서 자세히 설명해두었다.

CAC Sabre의 마킹 중, 제76비행대 Black Panthers의 A94-352 기체를 재현해봤다. Black Panthers 마킹은 인기가 좋아서, 근래에 복원되어 날아다니는 CAC Sabre의 마킹으로도 많이 사용되는데, 내가 재현한 A94-352는 1960년대 초반의 기체다. 이때에는 호주공군 국적마크의 캥거루는 동체에만 있었고, 주익은 일반적인 1:2:3 라운델이었다고 한다. (1965년 이후, 캥거루 국적마크로 통일)

패널라인리벳은 거의 새로 파다시피 했다. CAC Sabre의 또다른 특징인 Aden 기관포도 반 자작하다시피(#1, #2, #8, #9, #11)한 것. 컨버전 키트 그대로는 절대 저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

캐노피는 접착하지 않았지만, 디스플레이 했을 때 최소한으로 고정될 수 있도록 황동봉을 사용해 핀을 만들어줬다.

콕피트는 시트만 별매품(Pavla #S72066)이고, 나머지는 Fujimi 키트 부품을 토대로 디테일업을 심어줬다. 제작기 #1, #2, #4, #9 등에서 볼 수 있다.

동체 셰브론을 스텐실로 그려준 덕분에, 셰브론에 걸쳐있는 패널라인과 몰드들을 모두 살릴 수 있었다.

에어브레이크의 경우, 오리지널 F-86 Sabre라면 CMK 별매품(#7114 for Academy, #7272 for Airfix)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CAC Sabre의 에어브레이크는 오리지널과 디테일이 다른 것 같다. 하는 수 없이 내측과 외측을 모두 자작. 제작기 #4, #7 등을 참고.

HPM 컨버전 키트에는 아카데미(Hobbycraft) F-86 키트가 한 벌 그대로 들어있다. 고스란히 남는 이 키트를 이용해 플랩꺾기를 시도. (제작기 #9)

수직미익 기부(基部)에 있는 보조흡입구와 NACA 덕트는, 동체 좌우부품 접합면에 위치하기 때문에 동체 접착 전에 미리 만들어놔야 한다. (제작기 #3, NACA 덕트 만들기)

F-86 Sabre 계열의 주익은 무척 복잡하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게 이 ‘6-3 Wing’인데, 베이스 키트로 삼은 Fujimi F-86F “Skyblazers” 키트와 CAC Sabre Mk.32가 모두 이 주익을 쓰고 있어 다행이었다. (패널라인을 일부 수정하기는 했다)

마음고생을 많이 시킨 레진제 연료탱크. 모양이 오묘해서 마스킹도 까다롭고, 마스킹 테이프를 떼어낼 때마다 페인트 도막이 우두둑 뜯겨나오곤 해서…

재질(레진)도 문제였겠지만, 에어콤프레서 문제도 있었을 거라 짐작한다. 냉장고 콤프레서로 만든 오일타입 에어콤프레서를 쓰고 있었는데, 공기를 뿌릴 때마다 미묘하게 기름이 섞여나와 페인트가 잘 정착되는 것을 방해하지 않았나 싶은 것이다. 에어탱크를 달고, 필터를 2-3개씩 겹쳐 달아도 이 문제는 해결이 안되는 것 같더라. 마스킹 작업이 많은 비행기 모델링에서는 결국 오일리스 콤프레서를 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기수 하면의 택싱라이트는 예전에 소개한 라면봉지 뒤의 은박을 동그랗게 오려 순간접착제로 붙이는 걸로 대충 해결. 고휘도 페인트를 에어브러싱할까, 싶기도 했지만 코딱지만한 면적 칠하자고 또 에어브러시 휘두르기가 뭣해서…

기수 하면과 주익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작업도 꽤나 힘들었다.

고군분투의 흔적.

크기 비교를 위해 GSI래커 페인트병과 100원짜리 동전을 같이 늘어놔봤다. 고생은 했지만, 손바닥만한 작은 크기, 반짝거리는 은색에 빨간색 포인트 등, ‘예쁘다!’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 누가 뭐래도 ‘모형은 예뻐야 제 맛’ 아닐까?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