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프로젝트는 좀 쉽게 가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프로펠러기를 하기는 싫었고… 직전에 에어브러시 스텐실을 성공해서 꽤 재미를 붙인 터라, 그동안 마킹을 재현하기가 마땅치 않아 계속 제작을 미루기만 하던 기체에 손을 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즉, 마음 속에 점찍어둔 마킹의 기체가 있다는 뜻. 바로 F-4J 팬톰이다. (단, 무슨 마킹인지는 서프라이즈를 위해 나중에 공개…)
키트는 하세가와 1/72로 가기로 했다. Fine Molds에서 더 정확한 신금형 키트가 나오긴 했지만, 하세가와 1/72 키트는 한때 결정판 소리를 들은 제품인만큼, 완성했을 때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장해준다. 부품 수도 많지 않아, 현란한 요즘 키트에 비하면 조립 스트레스도 적다. 이 키트를 아주 어렵게 만든 전력이 있는 나로서는, 그때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하세가와 1/72 F-4 키트의 즐거움을 이번에는 좀 느껴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다.
1. 공기흡입구
Seamless Intake를 재현한답시고 두 달간 엄청나게 고생을 해서, 이번 공기흡입구는 키트 그대로 만들기로 했다. (어차피 이제는 수중에 Seamless Intake 별매품도 없다) 그렇다 해도 인테이크 내부색은 미리 칠해두어야 한다. 피니셔즈 파운데이션 화이트와 C315(FS16440)를 썼으며, 색칠 후에는 고운 스펀지 사포로 표면을 정리해줬다.
참고로, 두 색의 경계는 램프 부품(J5, J6)을 대보며 마스킹하기를 권장한다. 호기롭게 인테이크 부품(J1, J2)만 갖고 마스킹 했다가는 J5, J6을 결합한 뒤 경계선이 이상해져버린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그랬다)
- 실제로 F-4 인테이크 내부의 색 경계는 (깊이 기준으로) 12인치, 24인치, 36인치 등 3가지가 있는 것 같다. Furball Aero-Design에서 1/48로 마스킹 시트(#48-034)가 나와있다.
이번에는 공기흡입구 내부의 프로브도 붙여봤다. 지난 번보다 쬐끔 더 정밀해졌다.
2. 콕피트
콕피트는 Eduard의 칼라에치(#SS209)를 사용했다. 구입한지 참 오래된 제품인데, 이제서야 써본다. 계기판 에치(또는 계기판 필름) 위에 베젤 에치를 겹쳐 올리도록 돼있어 실감만점이고, 키트 부품과의 궁합도 좋다. 순간접착제를 써서 에치(필름)을 겹쳐붙이는 게 조금 까다로운데, 아래에서 팁을 소개해볼까 한다.
콕피트 색깔도 칼라에치 계기판 색감에 맞춰 IPP 066(FS36375, GSI래커 C308보다 다소 밝다)로 칠했다. (칼라칩을 쓰면 어떤 색을 써야할지 금방 알 수 있어 편하다) 키트 설명서에서는 C73 Aircraft Gray를 칠하라고 돼있는데, 이건 너무 어둡다.
보통 이런 노즈기어/랜딩기어 수납부는 동체 색칠 맨 마지막에 ‘대충’ 칠하곤 했는데, 부품들이 분리된 것을 계기로 이번에는 미리 좀 칠해뒀다.
3. 노즐 제작 준비
사실, 이번 포스팅의 핵심은 이 노즐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거의 유일한(정말?) 별매품인데, 이것만이라도 좀 잘 만들어보자 싶어서… (참고로, 이 제품은 Fujimi용(#7246)이지만, 리뷰 포스팅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모양과 크기에서 Hasegawa용(#7128)과 별반 차이가 없다)
몇 번 얘기했던 바와 같이, Aires 별매노즐은 레진이 수축된 까닭인지, 정상크기보다 10~15% 정도 작다. 플레임 홀더 에치도 버너캔 중간에 끼워넣게 돼있는데, 버너캔 지름이 작아 에치가 들어갈 수 없다. 이걸 해결하는 방법은 버너캔을 중간에 잘라내고 에치를 ‘샌드위치’ 시키는 방법인데,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버너캔 안쪽은 몰드가 없는 부분과 몰드가 새겨진 부분으로 나뉜다. 플레임 홀더 에치는 이 경계에 위치한다. 버니어 캘리퍼스 등으로 몰드가 없는 부분의 깊이를 잰 뒤, 그 깊이만큼의 폭을 지닌 테이프를 감아 가이드를 만들어준다.
가이드를 따라 칼금을 내고, 스크라이버 등으로 그 선 위를 계속 긁어준다. 칼금이 잘 잡힌 뒤에는 테이프(가이드)를 떼어내고 작업해도 무방하다.
4. 배기콘 (Exhaust cone)
배기콘은 연소된 배기를 배출하는 첫 관문이다. 실물사진과 칼라칩을 사용, 실물과 가장 비슷한 색깔의 페인트를 이용해서 칠해봤다.
- 기본색 : SMP 067 Iron Silver 에어브러싱
- 웨더링 : 타미야 패널라인 악센트 칼라 Black, Brown 붓터치
타미야 패널라인 악센트 칼라 Black, Brown은 묽은 상태에서 붓으로 툭툭 묻혀 얼룩을 남기게 한 뒤, 극세면봉에 라이터 기름을 묻혀 툭툭 찍어주는(불규칙한 얼룩을 내주는) 식으로 사용해봤다.
5. 플레임 홀더
절단한 버너캔(몰드 없는 부분)과 플레임 홀더 에치. 버너캔은 굳이 칠하지 않아도 되지만, 플레임 홀더는 완성 후에도 눈에 잘 띄는 부분이어서 조금 신경이 쓰인다. 제트엔진의 고열로 변색된 효과를 내는 것이 무척 까다롭다.
- 기본색 : SMP SM106 Super Fine Aluminium 에어브러싱
- 웨더링 : Testors 에나멜 1144 Gold, 타미야 에나멜 X-27, X-23
- (왼쪽) 기본색 래커(SM106)를 에어브러싱 한 뒤, 그 위에 Testors 에나멜 Gold를 얇게 한번 더 에어브러싱 한다. 라이터 기름으로 닦아내면 골진 곳은 금색, 튀어나온 곳은 밝은 알루미늄색이 남게 된다. 그 위에 X-27, X-23을 툭툭 붓으로 찍어 변색효과를 재현. (생각만큼 만족스럽진 않다)
- (오른쪽) GSI래커 수퍼클리어로 코팅하여 에나멜 페인트층을 보호한 뒤, 무광검정 에나멜 페인트로 워싱하여 몰드를 살려준다.
6. 애프터버너 덕트
버너캔 중 몰드가 새겨진 쪽이다. 역시 실물사진과 칼라칩을 사용, 가장 비슷한 GSI래커 C319(항공자위대 F-1 위장색이라던데?)를 에어브러싱하고, 무광검정 에나멜 페인트로 워싱. 몰드를 강조하고 싶으면 극세면봉이나 붓에 라이터 기름을 묻혀 무광검정 에나멜 페인트를 살짝살짝 닦아내주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7. 노즐 (안쪽)
뭐니뭐니해도, 눈에 들어오는 노즐의 색칠이 가장 중요하고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안쪽 색칠법부터 설명한다.
- 기본색 : GSI래커 SM05 Super Titanium 에어브러싱
- 웨더링 : 타미야 에나멜 XF-63 German Gray
GSI래커 SM05를 에어브러싱하고, 그 위에 타미야 에나멜 XF-63을 한번 더 에어브러싱한다. 그리고 세필에 라이타 기름을 묻혀 접철부의 에나멜 페인트를 깨끗이 닦아내면 위와 같이 된다.
XF-63이 아직 묻어있는 노즐 패널(안쪽) 표면에 패널라인 악센트 칼라 Brown을 아주 묽게 발라준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시너를 머금은 패널라인 악센트 칼라가 아래의 XF-63을 조금씩 녹이게 된다.
세필 또는 극세면봉으로 노즐 패널(안쪽)을 툭툭 치대며 에나멜 페인트층을 (얼룩을 남기며) 벗겨낸다. 에나멜층을 깨끗이 닦아낸 접철부와 달리, 패널면은 에나멜 페인트로 필터링 되어 같은 티타늄이라도 느낌이 달라진다.
8. 노즐 (겉면)
노즐 겉면은 기본적으로 3가지 색을 사용한다. 래커 페인트를 붓칠해야 해서 조금 까다롭지만, 앞으로 있을 에나멜 페인트 웨더링(필터링)을 감안하면 래커를 안 쓸 수도 없다.
- 노즐 패널 기본색 : GSI래커 ZC06 ZOIDS Gunmetallic 1 에어브러싱
- 노즐 패널 끝단 : SMP SM107 Super Fine Iron 붓칠
- 접철부 : SMP 038 Steel (Gun Metal) 붓칠
래커로 기본색을 올린 부품(왼쪽) 위에 타미야 에나멜 XF-50 Field Blue를 에어브러싱한다.
타미야 에나멜 페인트 XF-63 German Gray을 묽게 발라 밝게 변색된 효과를 재현.
묽게 희석한 타미야 에나멜 페인트 XF-10 Flat Brown을 점묘(點描)식으로 툭툭 올려준다.
XF-10보다 밝은 XF-52 Flat Earth를 역시 묽게 희석하여 포인트가 될만한 곳에만 드문드문 올려준다.
세필에 라이타 기름을 묻혀 각 패널 모서리를 중심으로 닦아낸다. 패널 중앙은 색감이 변하거나 얼룩이 남게 된다. 의도적으로 지워내면 색감이 변하게 되고(필터링), 패널 위에 돌아다니는 시너들이 엉겨붙으면 얼룩이 남는다(마블링). XF-50만 올린 상태의 왼쪽에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노즐 패널과 달리, 접철부는 에나멜 페인트를 완전히 닦아내어 밑색으로 깐 SMP 038 Steel이 드러나도록 한다.
수퍼클리어로 코팅한 후, 무광검정 에나멜 페인트로 워싱하여 몰드를 강조해준다. 노즐 안쪽도 마찬가지.
마지막으로, 은색 에나멜 페인트로 드라이브러싱하여 몰드를 살려주면 끝. 수퍼클리어로 한번 더 코팅하여 마감해주자.
9. 결합 (순간접착제 잘 붙이기)
순간접착제를 써서, 잘라낸 버너캔에 에치를 깔끔하게 붙이는 요령. 나도 예전에는 코딱지만한 에치부품에 순간접착제 붙이는 걸 참 어려워했는데, 이 방법을 쓴 뒤부터는 효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 (준비물1) 물처럼 찰랑거리는 순간접착제. 순간접착제는 공기 중의 수분과 반응하여 점차 걸쭉해지므로, 지퍼백(2중)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하면 걸쭉해짐 없이 오래 쓸 수 있다.
- (준비물2) 좁고 가느다란 도구. (순간접착제 어플리케이터(applicator)라고 상품화하기도 한다) 내 경우, 지인분이 주신 전용 에치부품을 나무젓가락에 끼워 사용하고 있다.
- (요령) 에치부품을 접착 위치에 놓고, 순간접착제를 묻힌 어플리케이터를 갖다댄다. 에치부품과 접착면 사이의 좁은 공간에 순간접착제가 흘러들어가(모세관 현상) 두 부품이 순식간에 붙는다.
이처럼 모세관 현상을 이용하면, (몰드 없는 버너캔) – (플레임 홀더 에치) – (애프터버너 덕트)를 한 덩어리로 잇는 것도 어렵지 않다. 플레임 홀더 에치에 나있는 3개의 돌기(원래 버너캔 속에 들어갈 때 접착면이 되는 자리다)는 잘 접어줘야 한다.
버너캔 덩어리 앞, 뒤에 배기콘과 배기노즐까지 다 붙인 모습. 이렇게 별매노즐이 완성됐다. 실물사진을 관찰해가며 색감이나 웨더링을 맞추려 노력했더니, 꽤나 근사한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공기흡입구, 콕피트, 별매노즐 등 이번 주의 작업을 모두 가조립해본 모습. 시작이 좋다.
군에서 j79정비하는동안 질리도록 뜯고 조립했는데.. 실기노즐은 좀더 어둡고 탁한색이었습니다. 노즐쪽 콘과 디퓨저는 완전 깜둥이었죠
자료집을 보며 색감을 흉내낸다고 한 건데, 역시 실기를 정비하신 분의 경험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좀더 다양한 사진을 보면서 연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