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여름학기 수강과목 중에, 기말과제로 특정 회사 또는 특정 브랜드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수업이 있었다. 분량은 10-12장. 당연히 영어로 써야 하고…
당초에는 막연히 ‘내가 다니던 회사를 분석해서 내야지…’ 했는데, 아무래도 10장을 채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잘 아는 분야의 회사를 하자!’ 싶어 고른 게 영국의 Airfix. 언뜻 생각하면 아카데미나 타미야, 하세가와를 택해야 하는 게 아니냐 싶지만, 자료의 accessibility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영미권 브랜드, 그 중에서도 영어자료가 많고, 이야기를 풀어내기 편한 Airfix가 분석대상으로 좋겠다 싶었다.
제목은 “사양산업에서 살아남기: Airfix 사례에 초점을 맞춰서”. 1960-70년대에 황금기를 누렸던 영국의 모형회사가, 취미모형시장이 쇠락한(그리고 계속 쪼그라들고 있는) 오늘날 어떻게 생존을 위해 노력 중인가를 분석한 보고서다… 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인터넷에서 Airfix 관련 자료를 모아서 적당히 재구성한, 학문적 가치는 거의 없는 글이다. (부끄…)
그래도, 약 열흘간 고생을 해가며 쓴 글이기도 하고, 이런 계기가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을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많은 것 같아서, 여름학기가 끝나면 블로그에 공유해보자 싶었다. 영어로 쓴 원래 과제를 그대로 올릴 수는 없고, 한국어로 번역해서 올려볼까 한다. (학위논문을 손 봐서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학계의 사례도 이와 비슷한 게 아닐까?)
- 꽤 길기 때문에, 아래의 목차를 보고 관심 있는 부분만 읽으셔도 좋겠다.
- 참고문헌들은 pdf로 따로 정리했다.
1. 배경 – 플라스틱 스케일 모델링 산업
아카데미 수상작인 영화 ‘킹스 스피치’를 보면, 로그(제프리 러시扮)의 클리닉에서 버티(콜린 퍼스扮)가 플라스틱 모형 비행기를 만지작거리면서 “난 항상 모형을 만들고 싶었지. 아버지는 허락하지 않았지만.”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의 배경인 1930년대, 비행기 모형은 플라스틱이 아닌 발사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 씬은 엄밀히 말해 역사적으로는 틀린 장면이다. 하지만, 실제로 모형 만들기를 굉장히 좋아했던 훗날의 조지6세가 로그에게 마음을 열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순간을 묘사하기에 플라스틱 모형 비행기보다 더 나은 소재를 찾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2차 대전 직후부터 1970년대까지, 플라스틱 모델링은 유럽과 미국의 소년들에게 인기 있는 취미였다. 이 산업은 1980년대 이후,컴퓨터 게임 등 다른 취미의 등장으로 점차 인기를 잃었다. 오늘날, 소수의 애호가들만이 이 취미를 즐기고 있으며, 미래 또한 여전히 밝지 않다. 과거의 영화(榮華)를 뒤로 하고, 이 산업과 애호가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이 주제를 선택한 것은 이러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나 역시 40년간 이 취미를 즐겨오면서 그 쇠락을 목격해왔기 때문이다.
1.1. 산업의 개요
플라스틱 스케일 모델링은 실물을 축소한 플라스틱 모형을 조립하고, 색칠하고, 전시하는 활동을 포괄하는 취미를 뜻한다. 플라스틱 모형은 사출성형(injection molding)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부품(주로 폴리스티렌)으로 구성된 한 벌의 키트를 말한다. 주된 대상은 군사장비, 자동차, 건물 등이며, “스케일 모형”이라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연구의 대상은 키트 제작과 판매산업에 국한하며, 다음은 포함하지 않는다.
- 잡지, 출판 등 서비스 산업
- 다이캐스팅 모형, 철도모형, 완성된 피규어 등 완제품들
- 플라스틱이 아닌 물질(종이, 나무 등)로 만들어진 제품들
- SF 또는 캐릭터 모형들(스타워즈, 건담 등)은 약간 주의를 요한다. 이들은 “스케일 모형”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고, 영미권 시장에서는 다소 비주류 제품들이다. 그러나, 오늘날 취미 모형산업의 가장 중요한 세그먼트인 이들을 무시하기는 어려우므로, 이 분석보고서에서는 관련된 부분에서만 제한적으로 언급하기로 한다.
1.2. 역사
최초의 플라스틱 모형은 1936년 영국의 Frog사가 만들었다. 이들은 ‘펭귄’이라 불렸는데, 영국군 비행기들을 본뜬, 날지 않는 모형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최초의 재질은 셀룰로스 아세테이트(cellulose acetate)였는데, 시간에 따라 변형이 심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스티렌으로 대체되었다.
2차 대전은 모델링을 대규모 산업과 취미로 변화시켰다. 전쟁 중에 발명되고 발달한 플라스틱이 대중화 되면서 모형키트도 대량생산되었다. 또한 2차 대전을 통해 많은 모형애호가들이 (모형의 주된 대상물인) 군용장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60년대에는 모형산업이 붐을 이루어, 그 대상도 공상과학 소설, TV캐릭터, 우주선까지, 대중이 관심을 가질만한 모든 것들로 확대됐다. 모형잡지와 페인트 등 부자재도 등장했다. 모형클럽인 IPMS가 1963년 영국에서 결성되어 미국, 호주 등 서방권 대부분으로 뻗어나갔다.
1970년대부터는 타미야, 하세가와 등 일본제품들이 영미권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국도 OEM제조사로 명성을 얻었다. 중국경제가 급성장한 1990년대에는 드래곤, AFV클럽, 트럼페터 같은 중국, 홍콩, 대만의 제조사들이 일본과 한국의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일본과 한국기업들은 더 나은 제품설계와 품질관리로 이 상황에 대처했다. 정밀공업의 전통이 있는 러시아와 동유럽의 제조사들도 이 시장에 참가했다.
오늘날, 새로운 기술들이 이 취미의 영역을 넓혀주고 있다. 모형애호가가 프로슈머가 되어 직접 만든 3D프린팅 제품을 판매하곤 한다. 태블릿PC의 앱 화면에서 가상으로 모형을 조립하는 ‘사이버’ 모델러들도 있다. 하지만, 핀셋과 접착제를 갖고 1/35나 1/72 스케일로 축소된 실물을 만지며 즐거움을 느끼는 보수주의자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들이 이 산업의 쇠락을 늦추고 있다.
2. 쇠락하는 산업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전성기를 보낸 이후, 플라스틱 스케일 모델링의 인기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1970년대말 등장한 컴퓨터 게임이 위협으로 떠올랐지만, 일본, 한국, 대만, 중국 등 동아시아의 기업과 애호가들의 등장으로 시장쇠퇴가 부분적으로 늦춰져왔다. 그러나, 건담 모형을 제외하면, 2000년대 중반부터 플라스틱 모형은 업체들의 경쟁 심화와 젊은 소비층의 유입 감소로 세계적 수요가 축소돼왔다.
2.1. 쇠락의 이유
오늘날, 이 취미는 어린 시절 모형을 만들어봤고 현재 여가시간이 많은 영미권의 노년층이 주된 소비층이다. 이는, 모형산업이 1980년대 이후 컴퓨터 게임, 휴대폰 등 다른 여가에 이끌린 젊은층을 유인하는데 실패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다른 취미들과 마찬가지로 모형은 기본적으로 비(非)필수활동이어서, 이용자들의 경제적 수준에 큰 영향을 받는다.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은 비록 젊은 세대가 많은 신흥시장이지만, 1980년대 동아시아 시장이 달성했던 경제적 수준을 결코 달성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 취미의 대안시장이 되기 어려웠다)
젊은층의 유입이 줄고 소수 애호가들의 시장이 되면서, 모형취미는 점차 난이도와 진입장벽이 높아졌다. 과거에 모형키트란, 어린이들이 여가시간에 쉽게 만들 수 있는, 완구 같은 것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디테일과 정밀함이 살아있는 공예에 가까워졌다. 정밀회화의 전통을 이어받아 색칠기법을 고도화한 스페인와 이탈리아의 전업모델러들과, 제조업 수준이 고도화된 동유럽과 중국의 제조사들이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추겼다. 키트 가격이 높아지고 색칠된 완성작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유입되는 초심자와 이 취미를 즐기는 중급자의 수는 줄어든 것이다.
이 취미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적(靜的)이고 혼자 즐기는 취미라는 인식을 넘어, 이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은 사교성 없고 외곬수인 중년남성들이라는 편견이 ‘킹스 스피치’,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등의 미디어를 통해 전파돼왔다. 어떤 사람들은 플라스틱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비판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이 취미와 산업의 확장에 부정적인 요소들이다.
2.2. 사양산업을 위한 전략
Theodore Levitt는 그의 제품수명주기 연구(1965)에서, 제품수명주기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경영전략과 결정에 의해 바뀔 수 있는 역동적인 개념이라고 보았다. 각 주기에서 취할 수 있는 전략적 행동에 대한 기초적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Kathryn Harrigan과 Michael Porter(1983)는 사양산업에서의 경쟁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엔드게임(end-game; 체스에서 말이 몇 개 남지 않아 치열한 수싸움이 전개되는 상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리더십 발휘, 틈새시장 공략, 추수(harvest), 시장철수 등 4가지 전략을 고도화시켰다.
이들의 선구적인 노력을 다른 방향으로 발전시킨 연구들도 있다. Toby Harfield와 Robert Hamilton(1997)는 뉴질랜드 제화(製靴)업계가 전략적 다양성과 상호협력을 활용하여 저가수입품 유입에 따른 국내시장점유율 축소를 견뎌낸 상황을 관찰하였다. Vassiliki Bamiatzi(2013)는 쇠퇴국면에 놓인 영국내 22개 산업, 25개 중소기업을 조사한 결과, 외부네트워크를 다양화하고, (여러 연구에서 언급된 개별전략을 순수히 따르기보다는) 여러가지 전략을 동시에 복합적으로 구사하는 것이 사양산업내 고성과기업의 특징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Xia Qing과 Pierre-Yves Donzé(2021) 역시, 쇠락해가는 일본사케산업에서 기업이 영속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성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공동창조(co-creation processes)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남석(2013)은 한국 방직기업의 사례를 토대로, 같은 사양산업 내에서도 성과의 격차를 만들어내는 것은 각 기업이 보유한 무형자산과 조직역량의 차이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사양산업의 경영자들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은 ‘엔드게임’이 아니라 ‘전환’이라고 보는 연구도 있다. Geoff Easton 등(1993)이 산업의 쇠퇴과정과 진화구조를 모두 분석한 뒤, 이러한 결론을 도출했다.
2.3. 대응의 실례(實例)
스케일 모형 제조사들은 다양한 소비자층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건담 모형의 성공을 참고하여, “스냅 타이트” 키트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들은 색칠이나 접착이 필요 없어, 입문자나 초심자들이 쉽게 즐길 수 있다. 예전의 향수(鄕愁)를 간직한 중년 소비자들 대상으로 한 복고풍 상품들도 있다. 예컨대, 한국의 아카데미가 1/24 스케일 키트로 제품화한 “현대 포니”는 1975년 제작된 한국 최초의 오리지널 자동차다. 진지한 모델러들은, 일반 플라스틱 키트에 포토에치 부품이나 황동 튜브 등이 포함되어 디테일을 살려줄 수 있는 하이엔드 제품들도 구입할 수 있다.
보유한 기술과 역량을 활용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들도 있다. 일본의 Hasegawa는 1980년대에 자신들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해준 금형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고품질의 비행기 모형을 만드는 대신, 그들은 이제 자신들의 미학(美學)으로 해석된 로봇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그 결과, Hasegawa는 세계 스케일 모형 시장에서의 매출감소를 자국내 매출로 상쇄(相殺)하는 데 성공했다. 반대로, Bandai는 건담 로봇을 벗어나 스타워즈나 토이 스토리 같은 글로벌 아이템으로 제품군을 확대하여 영미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비즈니스 다각화 전략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많은 스케일 모형 제조사들이 완구를 함께 생산하고 있으며, 모형수입업 및 유통업을 병행한다. 중국 모형기업들은 키트를 만들어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제조업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Made in Chia” 모형도구들을 만듦으로써 모형산업의 지배력을 넓히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제조사들은 방과후교실을 위한 “교육용 키트”를 내놓고, 기초적인 공학원리들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마케팅에 들이는 노력들도 많다. 미국에서는, 10대들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즐기는 건전한 취미로 모형취미를 포지셔닝 하기도 한다. Bandai는 폴리스티렌 대신, 석회석 유래의 플라스틱인 LIMEX로 만든 제품을 출시해서 지속가능성장에 대한 그들의 노력을 어필한다. 록스타 Rod Stewart나 탤런트 이시영 등, 모델링을 즐기는 연예인들을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시장변화에 적응하는 데 실패해서 철수전략을 쓰는 기업들도 있다. 한국의 에이스모형은 제품기획과 설계를 포기하고 영미권 회사들의 OEM생산만 맡고 있다. 미국의 MRC, 일본의 Doyusha 또한 자체 생산을 중단하고, 독점수입업체로 변한지 오래다.
3. Airfix
Airfix는 모형제조사로 출발한 영국의 모형브랜드다. 수 차례의 소유권 변동을 거쳐, 현재는 영국의 모형철도회사 Hornby 산하의 모형키트 브랜드로 남아있다.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모형 키트를 만든 회사는 아니지만, Airfix는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리면서 영국에서 조립식 플라스틱 사출 키트류는 모두 ‘에어픽스 키트’라는 이름을 붙게 만든 회사였다. 회사가 사라졌음에도 브랜드는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모형산업에서 Airfix라는 유산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입증해주고 있다.
3.1. 회사 개요
Airfix는 1939년, 헝가리계 사업가 Nicholas Kove가 고무풍선식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Airfix라는 이름은 제품 안에 공기를 주입하는 공정에서 유래했는데, 알파벳 순서상 가장 앞단에 위치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었다. 1949년, Airfix는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로 만든 최초의 플라스틱 모형(트랙터)을 판매했다. 폴리스티렌으로 된 첫 제품은 1954년에 나온 ‘병 속의 배’ 모형이었다. 비행기 모형으로는, 2차 대전 중 영국공군의 주력전투기인 Spitfire를 1953년에 첫 출시한 이후, 다양한 버전의 Spitfire를 발매해오고 있다.
1960-70년대에 모형 취미가 인기를 얻으면서 Airfix도 크게 성장했다. 자동차부터 우주선까지 제품군도 다양해졌다. Matchbox 같은 국내경쟁자는 물론, 미국과 일본의 회사들과도 경쟁을 벌였다. 이 기간 중, Airfix는 월간 에어픽스 매거진(Airfix Magazine)을 발간하고, 에어픽스 모델러스 클럽(Airfix Modellers’ Club)을 후원하는 등, 고객기반을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1970년대 중반, Airfix는 연 2천만개의 키트를 생산하면서 영국시장의 75%를 점유했고, 완구, 게임, 인형, 예술 및 공예 관련 제품 등 다양한 상품라인을 전개했다. 경쟁기업 Meccano의 사업을 인수하면서 한 때 영국내 최대 완구기업이 되기도 하였으나, 1970년대 초반 이래 영국의 완구산업은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Kenneth Brown, 1993)
경쟁력을 잃고 파운드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Airfix는 1981년 파산했다. 자동차 모형 제조사 MPC를 보유하고 있던 미국의 식품회사 General Mills에 인수되면서, 대부분의 금형은 프랑스 공장으로 옮겨졌다. 1986년, 1994년의 소유권 변동을 거쳐, Airfix는 2006년 Hornby의 하위 브랜드가 되었다. Hornby의 성장이 정체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Airfix와 Hornby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COVID-19 락다운 기간 중 늘어난 매출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보고 있다.
3.2. 4P 전략 분석
Product (제품)
회사가 사라지고 브랜드만 남은 이상, 브랜드 정체성이 중요해졌다. 브랜드의 명성과 유산을 토대로, Airfix는 “Products of the U.K.”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Airfix Quickbuild 제품군과 새로운 1/24 스케일 Spitfire가 영국내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Buccaneer, 팬톰 같은 영국공군 아이템들도 신금형으로 출시되고 있다. 영국해군으로부터 독점적으로 디자인 라이센스를 받기도 했다. 상자 포장도 브랜드 칼라인 빨간색으로 통일했다(“the Red Box”).
입문자와 초심자들을 위해 Airfix Quickbuild 제품군을 출시했다. 일반 제품들도 Anniversary Edition이나 (페인트, 붓, 접착제 등이 포함된) 스타터 세트 등 다양한 재포장 버전이 나오고 있다.
“Products of the U.K”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닥터 후(Doctor Who), 숀 더 쉽(Shaun the Sheep) 등 캐릭터물까지 제품군을 확대했다. 이를 벗어난 45세기의 미래 로봇(2005년 출시) 같은 제품은 완벽히 실패했다.
Promotion (판촉)
Airfix는 에어픽스 클럽(Airfix Club)을 운영하면서 충성고객을 확보해왔다. 에어픽스 클럽은 1981년 해산되기 전까지 148,000명의 회원수를 자랑했던 옛 에어픽스 모델러스 클럽(Airfix Modellers’ Club)의 후신(後身)이다. 온라인 게시판인 에어픽스 포럼(Airfix Forum), 고전키트에 향수를 가진 모델러들의 자생적 모임인 에어픽스 콜렉터스 클럽(Airfix Collectors’ Club) 등도 운영하거나 후원한다. Airfix 공식 웹사이트에서 Airfix 팀을 친근하게 소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노력들의 일환이다.
또한, 다양한 온라인, 오프라인 행사를 주최하거나 후원한다. 에어픽스 항공사진전(Airfix Aviation Photo Awards), 스핏파이어 탑승행사(Win a Spitfire with Airfix) 등이 그것이다. 다른 기관들과의 콜라보 마케팅도 빈번한데, 네슬레의 과자 Kitkat과 함께 한 “Have a break” 광고, BBC에서 방송된 “James May’s Toy Story” 다큐멘터리, 게임 Company for Heroes 3과의 파트너십 등이 그 사례다. 이런 전략을 통해 여성과 어린이층으로까지 고객기반을 넓히려 한다.
2015년에 시도했던 “Kitstarter” 캠페인도 흥미로웠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Kickstarter”의 이름을 따라한 것이 분명한 이 캠페인은, 모델러들이 재발매를 원하는 고전 키트를, 구매하겠다는 조건 하에 온라인으로 투표하는 캠페인이었다. 단 1개의 키트만이 발매되고 끝난 행사지만, 이후 에어픽스 빈티지 클래식스(Airfix Vintage Classics) 제품군의 출시에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된다.
보수적인 영국 브랜드답지 않게 Airfix 역시 Amazon 같은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유튜브, 블로그, 웹사이트 같은 온라인 채널 운영자가 Airfix 제품 소개 페이지를 링크하고 방문자가 링크를 클릭할 때 발생하는 수익을 채널 운영자와 공유하는 에어픽스 어필리에이트 프로그램(Airfix Affiliate Programme)을 운영 중이다.
Placement (유통)
모형점, 소매점 매출 같은 일반적인 판매채널 외에도, 웹사이트를 통한 직접판매 채널을 운영한다. 파트너 딜러와의 이해상충 문제는, 웹사이트에 다른 메뉴를 구축하여 이용자가 자신의 지역을 지도에서 고르면 가장 가까운 소매점이 표시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완화한다.. 군사행사, 박물관숍 판매 등도 판매채널 다양화에 일조하고 있다.
Price (가격)
생활필수품이 아닌 취미용품이므로 Airfix 제품이 가격변동에 그리 민감하지는 않지만(영국의 수입물가가 비싼 이유도 있다), 고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외주생산은 인건비가 급등한 중국을 제외하고, 인도에서만 이루어진다. 그러나, 1/24 스케일 Spitfire처럼 기념비적인 제품은 높은 가격을 책정하여 적정 마진을 확보한다. 온라인 직접구매자들은 선(先)구매 후(後)할부 전자결제시스템인 Clearpay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요소다.
4. 결론
쇠락하는 취미산업 속에서, Airfix는 살아남았다. 영광스러운 과거에 매달리기보다, 80년 된 브랜드가 가진 명성과 유산을 지렛대 삼아 변화에 적응하는 새로운 길을 꾸준히 찾고 있다. 노련한 업계의 선구자가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항상 흥미로운 일이다. 물론, Airfix도 그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