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U-1 Corsair

1:72 / Academy / 제작기간 : 2007. 4. 7 ~ 2008. 4. 26

결혼하고… 회사 다니고… 가족 대소사 참여하고… 이젠 완전히 생활인으로서 살아가느라 블로그에 무얼 쓴다는 게 두렵기까지 하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어떻게 풀어내야 하나, 싶은 것이 글쓰기에 두려움을 느끼는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마음 딱 그것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일, 새 정부의 대책없는 공기업 때리기, 그새 본 영화들… 매일매일 느끼는 많은 것들을 웹(Web)에 끄적거리고(log) 싶은데 이젠 뭘 어떻게 이야기하고 풀어놓아야 할지 부담감마저 느끼게 된다.

주말에는 마눌님과 함께 놀러다니고, 영화도 보러다니고, 이렇게 작은 비행기도 하나 만들고 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 (그래도 햇수로 1년 걸린 녀석이다)

마눌님에게 바치는 최초의 비행기가 이 아카데미 1:72 F4U-1 Corsair다.

집사람과 같은 초보를 위해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 아카데미 – 이 플라스틱 모형을 만든 제조사(메이커) 이름이다. 우리나라 기업이지.
  • 1:72 – 실물을 1/72로 축소시켰다는 의미다. 스케일(축척)이라고도 한다.
  • F4U-1 – 이 모형이 재현한 실기(실제 기체)의 제식 코드명이다. (무기체계 코드명)
  • Corsair – ‘해적’이라는 뜻이고 ‘코르세어’라고 부른다. F4U-1 기체에 대한 애칭이다.

보시다시피 베이스는 예전 에어울프 때 썼던 베이스를 썼다. 니베아 핸즈크림 통에 너트와 레진(무발포폴리우레탄)을 부어넣고 투명아크릴봉을 꽂은 자작품. 원래 계획은 지점토로 예쁘게 베이스를 빚어만들고 그 위에 드라이플라워를 촘촘히 꽂고 동판으로 네임플레이트까지 붙일 요량이었는데 시간과 재료의 압박으로 이 정도로 마무리…

키트 그대로 만들었고 색칠은 GSI크레오스 특색 라카를 사용. 코팅은 수퍼클리어 유광을 두텁게 올려 반질반질 광이 나게 해봤다.

이 비행기는 세계 제2차대전 때 개발되어 태평양전선에서 맹활약했으며 이후 한국전을 비롯한 많은 국지전에서도 맹활약을 떨쳤던 기체다. 개인적으로 하세가와 1:48 키트로 레이더가 달린 야간공격형을 만들어볼 계획도 있다.

우아한 역갈매기형 날개는 복잡한 항공역학의 산물…이 아니라 기수의 프로펠러가 땅에 닿지 말라고 랜딩기어(착륙용 바퀴)를 낮추는 과정에서 생긴 거라고 한다.

캐노피는 체코 Eduard사(별매품 메이커)의 Eduard Mask(페인팅 마스크)를 이용하여 손쉽게 처리했다. 요새 이 Eduard Mask와 Zoom 시리즈를 중점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나이 들어서 모형제작에 근성이 사라지니 이런 ‘간편화 상품’들에 끌리더라. (EA-6B 이중마스킹 했던 생각하면 끔찍하다)

태평양을 닮은 3색 위장이 때이른 더위가 찾아온 5월에 청량함을 주어 좋았다.

진청색 위에는 밝은회색 먹선, 바다색 위에는 검은색 먹선, 배면의 흰색 위에는 저먼그레이 먹선 등 밑색에 따라 먹선도 3가지로 달리해 주었다.

폭탄을 달까 연료탱크를 달까 하다가 그냥 연료탱크로 결정. 아크릴봉이 꽂히는 데에는 플라스틱 파이프를 미리 심어두어 강도를 확보해주었다. 동체 배면에 그냥 구멍만 뚫어 아크릴봉을 꽂으면 잘 버텨내지 못한다. 자칫하다가 동체가 두 쪽으로 쩌억- 쪼개질 수도 있고…

카울링에 붙은 해적깃발은 이 기체가 Corsair(‘해적’이라는 뜻)라서 그려넣은 것인지, 소속부대가 VF-84(맞나?)여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데칼은 아카데미 데칼을 그대로 사용.

집사람 직장 사무실 한켠에 놓으라고 만들어본 거다.

이미 내 수많은 총기 컬렉션을 보고 “내 껀 없어?”라며 샐쭉거리길래 토이스타 M1911A1과 토이스타 M4A1을 하사한 전력이 있는지라 이 손바닥만한 비행기가 무슨 즐거움을 줄까 싶기도 하였으나 너무나 예뻐하고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다음에는 역시 사무실에서 쓰라고 1:1 스케일 마틴배커 사출좌석이나 만들어줄까…

6 comments

  1. 사진으로 찍어봐도 아주 이뿌네. 반질반질 광이 나서 다른 비행기들보다 화려하게 보이는 것 같아. 그리고 베이스가 니베아핸드크림통이었다니!! 놀랍네용.
    오늘 급히 나오느라 비행기를 못가져왔지만 내일부터는 매일 비행기를 보며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고마워욤^^

  2. “원래 계획은 …(중략)… 요량이었는데 시간과 재료의 압박으로 이 정도로 마무리…”

    이것이 바로 결혼 전과 후의 차이? ㅎㅎ

  3. ^^오랫만에 보는 작품이군요…ㅋ
    가정을 꾸린다는 게 가져다주는 실질적인 혜택이랄까? 그런 게 엿보이네요.
    아이가 생기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답니다. (만…뭐 다른 세계는 닫힐 수도…^^;;)
    며칠 전 아내와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이러다 10주년 금방 되겠네?”하며 놀랐었다는…
    그게 그저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것뿐일 수도 있지만 그 범주 안에 스스로를 가둘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어릴 때에는 삶이 한 가지 모습 뿐인줄 알았는데…살아보니 우리 삶은 많은 얼굴을 가졌다는 말이 맞더군요…^^
    근데…나도 하나 완성하고 싶당~!!

    1. Life is full of wonder 라던 말씀, 항상 새기며 살고 있습니다. 좋은 화두 주셔서 항상 감사하고 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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