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모델러들의 패널라인 먹선넣기 방법

*** This article is originally written by Gary Wickham, the owner of ScaleSpot.com. With his e-mail permission, I’m posting a Korean version of his good tutorial about how to accentuate the panel lines in aircraft modelling. All contents, including photos, are provided as original, courtesy of Mr. Wickham. Again, I appreciate his kindness.

You can read the original article at the following address:
http://www.scalespot.com/reference/panellines/panellines.htm

*** 동 내용은 ScaleSpot.com의 운영자인 게리 위캠(Gary Wickham)씨가 작성한 것을 번역한 것입니다. 위캠씨의 이메일 허락을 받아 이곳에 동 기사의 한국어 번역본을 올립니다. 가까운 일본 모형계의 영향으로, 한국의 비행기 모형인들은 여전히 일본 GSI 크레오스의 Mr. Color 라카 페인트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먹선 넣기가 편하다’라는 것이겠죠. 하지만, 에나멜과 아크릴 페인트를 주로 사용하는 서구 모형인들도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패널라인 먹선넣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서구 모형인들의 일반적인 패널라인 먹선넣기 방법을 소개하고 있지만, 다소 상투적이던 우리 한국 비행기 모형인들의 먹선넣기 방식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사 원문과 사진은 모두 위캠씨의 저작물입니다. 사용을 허락해주신 위캠씨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기사 원문은 이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scalespot.com/reference/panellines/panellines.htm

비행기 패널라인 먹선넣기: 스텝 바이 스텝 가이드

모형의 3차원적 특성을 가장 잘 돋보이게 하는 작업 중 하나는 모형 표면에 이리저리 나있는 패널라인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섬세한 먹선넣기를 통해 모형 표면에 시각적 깊이를 더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모형기법과 마찬가지로 패널라인 먹선넣기도 과도해지기 쉽지만, 그랬다가는 오히려 산만해질 뿐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나는 어떤 방식이 가장 효과가 좋은지 (물론 내 기준이긴 하지만) 현용제트기 모형 위에 적잖이 실험해봤다.

아래는 내가 사용하는 기법의 스텝 바이 스텝 가이드다. 물론, 이 방법이 패널라인 먹선넣기의 유일하거나 최고의 기법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이 방법을 소개하면서 여러분 스스로가 뭔가 쓸모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들 하는데 말로 죽을 때까지(곯아떨어질 때까지?) 설명하기보다는 바로 그림을 통해 설명할까 한다. 그 전에 패널라인에 먹선을 넣을 때 알아둬야 할 점, 가장 효과가 좋았던 페인트와 색깔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알아두기

지금부터 설명할 기법은 패널라인에 묽게 희석한 페인트를 흘려넣는 방식이다. 짐작하셨겠지만, 이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마이너스(-) 패널라인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플러스(+) 패널라인을 강조하는 기법에 대하여 읽어본 적은 많지만 한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다. (그런 오래된 키트의 경우, 패널라인을 다시 파주는 편을 선호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마이너스 패널라인을 가진 새 키트의 경우에도 먹선넣기를 위해서는 약간의 사전작업이 필요하다. 축소 스케일에 맞는 적당한 수준의 패널라인을 고집하는 제조사들(하세가와가 대표적인 예다)의 시도가 먹선넣기 후 패널라인에 페인트가 남는 것을 오히려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말하자면 패널라인이 너무 얕아서 페인트, 마감재 등 몇 번 코팅을 거친 뒤에는 패널라인이 다 메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먹선 넣은 페인트가 패널라인에 정착되지 못하고 효과가 사라져버리게 된다.

준비단계: 패널라인 미리 파주기

먹선넣기 준비는 사실 색칠하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다. 사실, 조립하기 전부터라고 할 수 있다. 패널라인을 미리 파주기 위해서는 (다른 부품들과 조립되지 않은) 부품 그대로의 상태가 가장 좋기 때문이다.

키트가 부품상태로 있을 때, 스크라이빙 도구를 이용하여 이미 나있는 패널라인 위를 가볍게 따라 긁어준다. 이 작업을 통해 원래의 패널라인이 더 깊어지고 날카로와지며, 패널라인 먹선넣기라는 우리의 마지막 작업이 훨씬 쉬워진다. 긁어줄 때에는 스크라이빙 도구에 굳이 힘을 가해줄 필요는 없으며, (도구가 날카롭다면) 도구 자체의 무게만으로도 패널라인을 먹선넣기에 적합하도록 파낼 수 있다.

모든 키트에서 패널라인을 미리 다시 파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기사 위쪽 사진의 레벨 1/48 라팔 키트를 예로 들어보자. 이 키트는 추가작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깊고 날카로운 패널라인을 갖고 있다. 먹선넣기에 경험이 쌓일수록 어떤 키트의 패널라인을 다시 파줘야 하고, 파주지 않아도 되는지 감이 생길 것이다.

좀더 자세한 설명을 위해 아래의 두 사진을 보자. 둘다 하세가와 A-4 스카이호크 키트다. 왼쪽 것은 패널라인을 다시 파주지 않고 색칠과 먹선넣기를 한 것이고, 오른쪽은 (왼쪽 키트 제작 후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패널라인을 가볍게 다시 파준 후 색칠과 먹선넣기를 한 것이다. 가까이서 보면 오른쪽 스카이호크의 패널라인이 더 또렷하고 안정되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페인트와 색깔

패널라인 먹선넣기에서 페인트(에나멜, 아크릴 등)와 색깔(검정, 갈색 등)은 중요한 문제다. 먹선넣기를 좀더 쉽게 하기 위해서는, 묽게 했을 때 잘 흐르고, 마른 후에는 시너로 잘 지워지며, 용제로 희석해도 원래의 색이 유지되는 그런 페인트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밑칠작업이 끝난 뒤 아크릴 유광클리어를 사용하여 코팅을 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1. 데칼을 붙이기에 적합한 표면을 만들기 위해서
  2. 먹선넣기 작업으로부터 밑칠을 보호하기 위해서

아크릴 유광클리어를 고른 데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모형표면을 “유광“클리어로 코팅하게 되면 마이너스 패널라인을 통해 묽어진 먹선넣기 페인트가 잘 흐르게 되며 먹선 바깥으로 페인트가 넘쳐도 잘 닦아낼 수 있다. “아크릴” 클리어인 이유는 먹선넣기를 에나멜 페인트로 하기 때문이다. 아크릴 클리어를 사용하면 먹선이 마른 후 에나멜 시너로 닦아내는 작업을 해도 별 문제가 없는 것 같다.

그럼, 정확히 어떤 페인트를 쓰는가? 시행착오를 거쳐 개인적으로 모델마스터 에나멜 번트 엄버(Burnt Umber, #2005)를 사용하고 있다. 번트 엄버의 기름때 색감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마른 후에는 화이트 스피리트(White Spirit, * 번역자 주: 솔벤트 상품명으로, 가정용 페인트 붓빨이 용제로 많이 쓰임) 같은 순한 솔벤트로도 쉽게 지워지기 때문이다. 먹선넣기 페인트로 험브롤 에나멜도 써봤지만, 일단 마른 후 닦아내려면 거의 사포를 써야할 정도로 단단히 굳기 때문에 좋은 선택이 아니다. 모델 마스터 페인트의 효과에 만족하기 때문에 아크릴 페인트로 먹선넣기를 해본 적은 없으나, 일반적으로 아크릴 페인트는 안료가 거칠어 에나멜이나 유화물감만큼의 섬세한 표현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본다.

어떤 사람은 화구용 유화물감을 써서 먹선넣기를 한다. 나의 경우, 기름때 같은 최종 웨더링에 유화물감을 쓰긴 하지만, 먹선으로 어울릴 만큼 깊은 색을 내기 위해서는 유화물감을 몇 번이고 거듭해서 워싱해야 하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먹선넣기를 모두 같은 색으로 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잊지 말자. 나의 경우에는 비행기의 밑색이 어떠한가에 따라 번트 엄버 기본색을 밝게 하거나 어둡게 해서 사용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색도 쓸 수 있다. (F-117A 같은 검은 비행기에는 밝은 회색을 쓴다든지 하는 식이다) 어떤 색을 쓰든지 간에, 먹선넣기 방법은 사전작업을 포함하여 동일하다.

스텝 바이 스텝

이하에서는 각 단계별 결과사진과 함께 패널라인 먹선넣기 방법을 차례로 소개한다.

스텝 1: 기본색칠하기

좋아하는 페인트를 써서 모형의 기본색칠을 마친다. 일반적인 색칠이 끝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모형을 어떤 페인트(아크릴, 에나멜 등)로 칠할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쨌거나 다음 단계에서 클리어를 사용해 모형을 코팅할 것이기 때문이다.

스텝 2: 모형 전체에 유광클리어 코팅을 한다.

아크릴 유광클리어(퓨처, 타미야, 군제, 폴리S 등)를 사용하여 모형 표면 전체를 코팅한다. 밑칠보호(에나멜로 밑칠을 했다면 더욱 그렇다)는 물론, 데칼을 잘 붙일 수 있도록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효과가 있다.

스텝 3: 데칼을 붙인다.

데칼은 항상 유광표면 위에 붙여야 한다. 데칼이 마르면 (하룻밤 정도) 따뜻한 비눗물을 써서 데칼 풀이 번진 자국을 닦아낸 후 데칼 보호를 위한 2차 유광클리어 코팅을 한다. 역시 데칼이 붙은 모형 표면 전체에 걸쳐 뿌리는데, 이것은 데칼의 이질성을 감소시키고 실제 마킹처럼 보이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스텝 4: 먹선넣기를 한다.

순한 에나멜 시너(나는 화이트 스피리트를 즐겨 쓴다)를 이용하여 먹선넣기용 페인트를 만든다. 대략의 비율은 시너 1cc에 페인트 3-4방울 정도.

작은 붓(개인적으로 0호 붓을 사용)을 이용하여 모델마스터 번트 엄버를 패널라인에 흘려넣는다. 적당한 묽기라면 패널라인에 붓끝을 살짝 대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패널라인과 패널라인이 만나는 모서리 부분은 좋은 시작지점이다) 이 경우, 페인트 스스로 패널라인을 따라 쭉- 흐르게 되는데, 0.5cm 정도 흐르고 멈추는 정도가 적당하다. 페인트가 잘 흘러가지 않아도, 먹선넣기 진행방향대로 패널라인을 따라 작업을 계속해주면 된다.

먹선넣기를 하다가 먹선이 선 바깥으로 빠져 나오는 경우도 있다. 많은 모형인들의 의지가 시험 받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걸작을 지저분한 채로 놔둘 것인가? 걱정마시라. 앞서 코팅한 아크릴 유광클리어가 모형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스텝 5에서 설명할 먹선 닦아내기를 쉽게 해줄 것이다.

제대로 된 먹선넣기를 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라. 서툴게 하기보다는 아래의 사진들을 참고하면서 적당한 수준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스텝 5: 넘친 먹선을 닦아낸다.

일단 먹선이 마르면(하룻밤 정도면 충분하다), 보풀 없는 깨끗한 흰색 천에 에나멜 시너를 적셔 패널라인 주위의 넘친 먹선을 닦아내기 시작한다. 참고로, 나는 에나멜 시너로 순한 솔벤트 용제인 미술용 화이트 스피리트를, 닦아내는 천으로 낡은 면 티셔츠를 사용하고 있다. 먹선을 닦아낼 때는 비행기의 앞에서 뒤(즉, 기류 방향으로)로 쓸어내리는 편을 좋아한다.

보통은 한 특정지점(날개끝이라고 해보자)부터 시작하여 1회 닦아낸다. 그 다음에는 좀더 안쪽으로 옮겨와 다시 1회 닦아낸다. 넘친 먹선을 한번에 다 지워내지 못해도 한 지점을 계속 닦아내지 않도록 한다. 그보다는 날개, 동체, 다른 쪽 날개를 옮겨가며 한번씩 닦는 편이 낫다. 반대쪽 날개끝을 닦아낸 다음에는 시작지점으로 돌아가 남아있는 먹선자국에 대해 2회차 작업을 시도하기 알맞은 때가 된다. 무엇보다도 깨끗해질 때까지 한 지점을 박박 닦아내려는 충동을 자제해야 한다. 그랬다가는 밑칠과 데칼을 보호하고 있는 클리어코팅까지 벗겨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 바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천을 돌려가며 깨끗한 상태로 닦아내는 작업을 계속한다. 먹선을 닦아내는 일은 시간과 인내를 요하는 작업이다. 패널라인 밖으로 넘친 먹선을 모두 지우고 패널라인 안에만 먹선이 남아있을 때까지 계속 닦아낸다. 간혹 패널라인이 얕아 먹선이 지워져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2회째에 다시 먹선을 넣고 닦아내는 작업을 반복한다.

간혹, 손가락이나 천이 닿기 어려운 곳에 위치한 패널라인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보통의 면봉을 쓰면 된다. 천으로 닦을 때처럼 면봉을 시너에 담근 후 모형 표면을 조심스레 닦아내면 된다.

스텝 6: 마무리

먹선넣기 결과가 만족스럽다면 평소에 하던 대로 모형을 마무리 지으면 된다. 내 경우에는 유광표면의 빛을 죽이고 패널라인 먹선을 보호하기 위해 무광클리어를 뿌려주는 게 보통이다. 그 다음에 유화물감, 파스텔 등 적당한 재료로 최종웨더링을 시작한다.

약간의 연습(그리고 많은 인내)으로 만들어진 최종결과물은 아래에 보시는 바와 같다.

자, 마침내 완성이다. 여러분들에게 이 기사가 도움이 되었기를 빌며, 멋진 패널라인을 자랑하는 모형 완성작들을 좀더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

게리 위캠(Gary Wickham)

4 comments

  1. 이게 바로 락카를 멀리하고 비행기 칠하는 묘안일 듯…^^

    사실 집에서 작업해 본지 아주 오~~~래됐답니다…^^;
    아이는 놀아주기도 해야 하고 책도 읽어줘야 하고 목욕도 시켜줘야 합죠^^

    가족의 건강을 위해 전환한 아크릴 도료를 써볼 틈도 없이…
    안 그래도 ‘빙하 모델러’인데…작업중 방치만 늘어가고…^^;;
    가조립을 빙자한 무도색 모델링…^^;;

    그러다가 궁여지책으로 나오는 것이
    작업실이죠…그것도 외부(!) 작업실…^^;

    한정된 작업 시간을 늘려주는 ‘금단의 도료’ 락카를 맘대로 쓸 수 있는…

    결국…

    어떤 기종이든 편대 분량은 충분히 뽑을 수 있는 도료 재고량과
    황금기부터 현용기까지 뽑을 수 있는 다양성을 갖춘
    아크릴/락카/에나멜 풀라인업…ㅡㅡ;;;

    아크릴 전환에 가장 현실적 문제는 프라이머랑 마감재였는데
    이제는 많이 해소가 돼서…심지어 물에 녹는 퍼티도…^^

    사용자 입장에선 아크릴 도료의 고질적인 클로깅 문제만 잘 해결하면 될 거예요.
    브렛 그린 아저씨는 퓨처로 이걸 끝장내 버린 듯…^^

    1. 저도 작업실 비우라는(?) 어부인의 통첩 때문에 조금 고민 중입니다 –; 그렇다고 집 근처에 작업실라고 부를만한 장소도 없는 것 같고… (설령 있다 해도 거기 가서 작업할 여유가 생길 것 같지 않네요 ㅠㅠ) 페인트만 늘어간다는 뽀~*님의 사정에 절대 공감입니당…

      그런데 퓨처가 아크릴물감을 녹여주나요? (아크릴클리어니까 가능할 것도 같군요)

      아무튼 지난번에 수퍼마켓 가는 김에 Future 한번 찾아봤는데 Windex만 왕창 있는지라 아직까지 못 구해봤네요…–;

    2. 퓨처가 원래 바닥용인 건 아시죠? ^^;;
      바닥 유지 보수 제품 있는 코너에 가야 하구요…
      오히려 대형 마트보다 동네 근처 작은 잡화점에서 찾기 쉬운 듯…
      클로깅을 막기 위해 아크릴도 희석할 때 주방세제를 넣으라고 하는데…
      퓨처가 딱좋은 점도라 모델마스터 아크릴이랑 1:1로 섞어서 쓰더라구요.
      근데 문제는 좀 귀찮다는 거하고…건조가 느려진다는 거…
      헤어드라이어까지 동원해야 해서 말이죠…^^;;

      자세한 건 스케일웍샵 동영상 참조요~^^

    3. 아, 주방세제를 넣으면 안료끼리 엉기는 현상, 용제(?)가 쉬 증발하는 현상 등이 적어져 그런가보군요!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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